개인투자자, 지난해 채권 21조원 순매수…'채권개미' 모시기 나선 증권가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지난해 증시 부진에 개인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은 채권시장이 올해도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며 비교적 안전 자산인 채권에 대한 선호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행렬이 계속되자 증권가에서는 특판 채권을 내놓거나 자사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 채권 매매 시스템을 탑재하며 '채권 개미' 모시기에 나섰다.
■ 지난해 개인 채권 순매수 21조원…전년比 376%↑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장외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회사채·여전채·국채·특수채 등) 순매수 규모는 약 2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4조5000억원 대비 376%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뿐만 아니라 거래량도 전년 대비 12조900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와 은행, 자산운용사들의 채권 거래량은 전년 대비 각각 491조5000억원과 195조6000억원, 121조7000억원씩 감소한 것과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개인들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해서 채권을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2주간(2~13일)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약 1조6406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선호가 확대된 것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증시 침체와 신규 채권 이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 기대감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발간한 '2022 장외채권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침체로 개인은 안정적인 고금리 채권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면서 채권 순매수가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지난해 레고랜드발 사태의 여파로 흔들렸던 채권 시장이 정부의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안정화되고 있으며,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 금리가 시장이 전망하는 최종 금리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개선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연초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이 국채선물 시장에서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 통화정책이나 물가 관련 기대감 등이 형성되며 대외 환경도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지난해 말보다 투자 환경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통화정책이나 기초적인 경기 여건 등 거시적인 요인이 변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 증권가, '채권개미' 잡아라…특판부터 시스템 구축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제각기 채권 관련 이벤트나 특판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일 총 150억원 한도의 특판 채권 2종(신한은행·산은캐피탈)을 판매했는데, 이틀 만에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 이에 대신증권은 지난 6일부터 100억원 규모의 특판 채권 상품을 추가로 내놨다.
삼성증권은 삼성금융네트웍스 통합 앱인 '모니모'를 통해 채권매매 서비스를 개시했다. 삼성증권은 신규 서비스 개시를 기념해 지난 10일부터 세전 연 5.30%, 만기 3년물의 현대캐피탈 선순위 채권을 특판 상품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3월까지 채권 타사대체입고 이벤트를 진행한다. 타사에서 보유 중인 채권을 신한투자증권 계좌로 입고하는 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한다.
한국투자증권도 채권과 주식 등 개인연금 자산을 자사 계좌로 이전한 이용객에게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한다.
또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채권을 1000원 등 소액 단위로 매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투자자들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있다. 외화 채권 중개 서비스를 개시해 해외 채권으로 투자 상품군을 확대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져 채권 투자에 대한 수요가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났다"며 "주식 시장 침체로 신규 투자자 유입이 제한적인 만큼,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해 고객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