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에 소방수 나선 메리츠증권…부동산 PF 익스포져 부담 불가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메리츠증권이 롯데건설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에 대해 수익성 제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커졌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소재 롯데호텔 서울에서 롯데건설과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매입 투자협약을 맺었다.
구체적으로는 메리츠금융그룹이 메리츠증권 주간으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 등의 계열사에서 총 9000억원을 선순위로 대출하고,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이 3000억원, 롯데물산과 호텔롯데가 각각 1500억원씩 후순위로 대출하게 된다.
한편 선순위 대출과 관련해 롯데물산과 호텔롯데는 원리금 전액 상환시까지 중첩적 이자자금보충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유동화 대상 자산은 롯데건설이 신용보강한 사업장별 유동화증권이며, 이번 투자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가 인수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풍부한 부동산 금융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며 "이번 협약으로 롯데건설을 비롯한 시행사 및 건설사들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메리츠증권의 익스포저가 늘어난 만큼, 자칫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재성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1실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계열사의 보유 유동성과 총자산, 자기자본 규모 등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와 관련해 직접적인 위험은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이번 대출건을 통해 수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자 및 수수료 수익 규모를 감안하면 수익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종합적으로는 이번 투자 의사 결정이 메리츠금융그룹 회사들에 줄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부동산경기가 저하되는 상황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의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늘어나게 된 점은 다소 부담 요인"이라며 고 언급했다.
실제로 나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는 자기자본 대비 110.2%로 높은 수준이고, 지난해 고위험 PF 사업장 비중도 다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메리츠화재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규모도 8조원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부동산 관련 여신 집중도가 높은 상황이다.
윤 연구원은 "국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부동산 시장 둔화 우려가 확대되는 시점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증가했다"며 "향후 재무안정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그룹사의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가, 선순위 대출 9000억원에 대해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원리금 상환 시까지 이자자금 보충 의무를 부담하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신평은 이번 협약이 롯데건설에 줄 영향에 대해서 "이번 투자로 1조5000억원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해 단기 유동성 대응능력을 갖춘 점은 긍정적"이라며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중 올해 1분기 3조5000억원어치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었으나, 인수대상 우발채무의 만기가 14개월로 장기화되면서 우발채무의 단기적 차환 부담도 완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