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LG전자 조주완 호(號)가 쏘아 올린 '백색가전 돌풍' 에 눈길 가는 이유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2.27 05:00 ㅣ 수정 : 2022.12.27 05:00

가전업계, 가전을 인테리어 수단으로 여기는 '가전테리어' 열풍 불어
LG전자 'CES 2023'에 무채색 가전제품 선보일 예정이어서 '눈길'
냉장고·세탁기·건조기·오븐레인지·식기세척기 등 '미니멀 디자인 가전' 공개
색상과 디자인을 단순화하려는 소비자 욕구 반영한 '미니멀리즘'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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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내달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공개하는 새로운 ‘미니멀 디자인(minimal design) 가전’ 콘셉트 이미지 [사진=LG전자]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Simple is Best(단순함이 최고)’라는 말처럼 때로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 최고의 선택지가 된다.

 

주류 업계에서는 한때 자몽맛, 블루베리맛, 유자맛 등 과일소주가 대히트를 쳤지만 결국 현재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제품은 기본 소주인 점이 이를 방증한다. 

 

가전 시장에도 예외는 아니다.

 

가전업계는 최근 4년간 대대적인 트렌드 변화가 있었다.

 

가전은 과거에는 일상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돕는 도구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집안 분위기에 걸맞게 혹은 사용자 취향에 따라 변화를 주는 하나의 인테리어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이른바 ‘가전테리어(가전+인테리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가전 색상도 흰색·검은색 중심에서 형형색색으로 매우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냉장고 상하부 색상을 사용자 취향에 따라 바꾸거나 앱을 활용해 언제든지 원하는 색상으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런데 LG전자(대표 조주완)가 다음달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3'에서 새롭게 선보일 제품이 색조가 없는 무채색이 될 것으로 알려져 최근 추세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누구보다 ‘컬러마케팅’에 적극적이었던 LG전자의 변화된 마케팅전략으로 백색(白色)가전이 부활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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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오브제컬렉션 [사진 = LG전자] 

 

■ 컬러 마케팅에 밀린 백색가전, 인기 부활 신호탄?

 

국내 가전업계는 2019년 삼성전자 비스포크(BESPOKE·고객 맞춤생산)를 시작으로 컬러 열풍이 불었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사업의 새로운 비전 ‘프로젝트 프리즘(Project PRISM)’을 선언했다. 프로젝트 프리즘은 △제조가 아닌 창조(Creation) △표준화가 아닌 개인화(Customization) △다른 업종과의 광범위한 협업(Collaboration) 등을 기반으로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첫 제품으로 ‘비스포크 냉장고’가 선을 보였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코타 메탈·새틴 글래스(무광)·글램 글래스(유광) 등 3가지 도어 소재와 화이트·그레이·차콜·네이비·민트·핑크·코럴, 옐로우 등 다양한 색상으로 이뤄져 소비자 취향에 따라 색상을 조합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 뒤쳐질까 두려워 LG전자도 ‘LG 오브제컬렉션(LG Objet Collection)’을 선보였다.

 

LG 오브제컬렉션은 세계적인 색채연구소 미국 팬톤컬러연구소(Pantone Color Institute)와 오랜 기간 협업 끝에 선정한 다양한 색상과 다양한 소재를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직접 조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인테리어 가전이다.

 

국내 '양대 가전 공룡'이 불러일으킨 ‘컬러마케팅’ 바람은 중견·중소기업까지 번졌고 이는 가전업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며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LG전자는 패널을 교체하거나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LG 씽큐 앱을 통해 원하는 색상으로 바꿀 수 있는 신제품 냉장고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MoodUp)’까지 선보이는 등 누구보다 컬러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랬던 LG전자가 돌연 백색가전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전자는 오는 1월 5일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에서 새로운 ‘미니멀 디자인(minimal design) 가전’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LG전자에 따르면 미니멀 디자인 가전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5종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Timeless)’를 추구한다. 색상은 기본적인 무채색 계열로 이뤄지며 물리적 버튼, 장식적 요소, 손잡이 등을 축소해 외관 디자인을 단순화한 점이 특징이다. 

 

과거 가전제품은 청결을 중시해 흰색이 주로 쓰다보니 이를 통칭해 ‘백색가전’이라고 불렸다. LG전자가 이번에 공개한 ‘미니멀 디자인 가전’ 콘셉트 이미지도 모두 흰색을 띠며 마치 백색가전의 부활을 연상시키고 있다.

 

김수연 LG전자 H&A디자인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단순함은 고객 삶의 가치를 더욱 품격있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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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전업계, ‘백색가전’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 수단으로 주목

 

LG전자를 계기로 그동안 단조롭고 개성이 부족하단 이유로 밀렸던 백색가전 인기가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결국 과거의 것이 다시 인기를 끌듯 백색가전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호의적이다. 

 

홀로 거주 중인 20대 프리랜서 이모씨는 “혼자 혹은 신혼부부가 사는 집은 공간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색상이 많이 들어간 가전제품을 들이게 되면 자칫 더 좁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반대로 흰색 가전은 주변을 밝혀 공간을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으며 미니멀하게 단순화한 제품이라면 2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자주 바꾸기 어려운 가전제품 특성 탓에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도록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심플한 가전제품을 선호한다"며 "이에 따라 가능하면 흰색 계열 제품을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박모 씨는 또 “다양한 색상의 개성있는 제품도 좋지만 색상과 디자인을 더욱 단순화하는 전략도 동시에 안고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가전 업계에서도 ‘백색가전’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전테리어’, ‘컬러테리어’ 영향으로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색상을 적용한 제품이 인기를 끌지만 지나친 컬러는 오히려 실내 인테리어를 헤칠 수 있다”며 “백색 가전은 기존에도 꾸준한 수요가 있었던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새로운 분위기가 갖춰지면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저격하는 가전업계의 새로운 마케팅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절제된 디자인과 색상을 갖춘 가전이 유행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프리미엄 가구들이 무채색으로 절제된 형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백색가전에 대한 소비자 욕구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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