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가는 증시 부진과 자금시장 경색으로 추운 겨울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기간을 기회로 삼아 기존보다 더 진화한 형태의 온오프라인 서비스 늘리는 데 올인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증권가는 각종 상품에 대한 수수료 인하와 이에 따른 절세 투자 전략, 마이데이터 활용, MZ세대(밀레니얼+Z) 모시기 각종 이벤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편 및 통폐합 등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다가 증시 불황에 개인투자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이들을 붙잡기 위한 마케팅도 한계에 부딪히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마케팅을 이어가는 대신 미래 먹거리 차원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다채로운 서비스에 보다 경영 활동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적화한 업무처리를 위해 STM을 도입하는가 하면, 주식 투자와 게임을 접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주식시장의 온라인 거래 비중이 늘면서 핵심 영업지인 강남 지역에 지점 통폐합을 통해 지점 대형화로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전략도 눈에 띈다.
NH투자증권(005940)은 지난 8월 교대역WM센터와 강남대로WM센터를 통합한 강남금융센터(플래그십센터)에 STM(Smart Teller Machine) 1호를 설치했다.
강남금융센터는 NH투자증권의 미래형 센터 모습을 플래그십 형태로 구현한 센터로, 낮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 고객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STM은 솔루션 지능형 자동화 기기로 고객들의 고빈도 업무처리를 위해 도입됐으며, 증권사 센터에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H투자증권 고객은 STM을 통해 휴대폰 거래 신청과 공모주 청약, 주소·연락처 바꾸기, 안내·수신방법 변경, 바이오 인증 등록 등 고빈도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STM은 향후 계좌개설과 증명서 발급, 주식 보내기 기능 등도 추가하고 전국 센터로 STM 설치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강남금융센터의 한 관계자는 "처음 STM을 도입해서 업계 종사자들도 구경할 겸 많이 들르고 있다"며 "앞으로 플래그십 서비스 정착과 전국적 확대로 고객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금융센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업계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주목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 자산 배분을 자동화한다.
증시 둔화 속 AI 투자가 양호한 성과를 내자, 대형 증권사들의 관련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말 MTS에서 디셈버앤컴퍼니와 '자율주행 서비스'를 개시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 투자자산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해외 ETF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자율주행투자란 인공지능 투자일임 서비스로, 핀트(Fint)의 인공지능(AI) 엔진 ‘아이작’이 고객의 투자성향과 자산을 바탕으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 자동으로 투자한다.
양사는 직접 투자하는 상당수 투자자의 예수금이 오랜 기간 관리되지 않은 채 계좌 내에 묵혀 두거나, 변동성 심한 시장에 투자자들의 피로도가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삼성증권(016360)도 지난달 AI 기반의 주식 포트폴리오 서비스 ‘주식굴링’을 출시했다. 유망 테마를 선택해 해당 테마와 관련된 종목을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다.
주식굴링에서는 AI 분석으로 향후 성장률 등을 종합 제공하는 인기테마 23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재무제표와 같은 정형 데이터와 공시, IR, 뉴스, 특허 등 비정형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엄선된 1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신한투자증권(055550)은 주식 투자와 게임을 접목한 게이미피케이션 체험형 콘텐츠 '콤보왕' 시즌1을 진행 중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요소를 융합 적용한 분야를 말한다. 신한투자증권 '콤보왕'은 기존 증권사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게임 형태의 디자인과 프로세스를 통해 투자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콤보왕' 콘텐츠는 코스피200 종목 중 다음날 상승할 종목을 예측하고 연속 성공할 경우 상금 및 경품을 제공하는 게임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가를 둘러싼 악재들이 연이어 나오다 보니, 요즘 업계들도 고객 서비스와 이벤트 등 과감하게 진행하지 못하는 점이 있다"며 "대신 앞으로를 보고 뭔가 자리잡히면 좋을 서비스를 늘려가는 데 중점을 두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