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이 시장에 불어닥친 여러 악재에 실적이 반토막이 난 사이, 메리츠증권(008560)은 2분기에 이어 3분에도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냈다.
증시가 급락하면 증권사 실적도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대체적인 흐름이지만, 메리츠증권은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 나갔다.
특히 최근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담보유동화증권(ABCP)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한 상황에서도, 메리츠증권은 전체 매출에서 부동산 PF 비중이 30~40% 정도를 차지할 만큼 깜짝 실적에 일조했다.
■ 메리츠發, 어닝 서프라이즈...당기순익 2175억원, IB·세일즈&트레이딩 부문↑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2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전 분기 대비 37.3% 증가했다.
이번 순이익은 올해 1분기(2824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시장 전망치(1520억원)를 무려 43%나 웃돌았다.
특히 2018년부터 19개 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 행진을 이어온 결과,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6583억원을 시현해 1년 전보다 11% 늘었다.
이로써 메리츠증권은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함과 동시에 리스크 관리 능력 또한 입증한 셈이 됐다.
아울러 매출액은 17조5758억원으로 185.9%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2476억5500만원을 기록하며 3.1% 늘어났다. 올 1월부터 9월 말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8234억원으로, 1년 전보다 7.7% 확대됐다.
메리츠증권은 시장금리 급등과 증시 거래대금 감소 등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도 기업금융(IB), 세일즈&트레이딩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다.
구체적으로, IB 부문은 신규 딜(deal·거래)에 대해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세일즈&트레이딩 부문은 시장 변동성·금리 인상에 따른 악재에 대응하며, 채권 비중을 줄이고 최적화된 트레이딩(자산운용) 전략을 내세워 높은 이익을 거뒀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불안정한 시장상황 및 금리인상에 대처하기 위해 신규 투자에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했다”며 “자선제적인 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시장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부동산 PF 강점, 3분기도 실적 주도…메리츠, 자기자본 5조8402억원·ROE 15.7%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 사업이 강점으로 꼽히는 증권사다. 증시 부진이 이어지자,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부동산 PF로 옮겨 차별화 전략을 짰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당국은 시장안정화조치에 나섰으나 시장 자금경색이 여전한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PF의 차별화한 리스크 관리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은 건설 중인 부동산을 차질 없이 준공하도록 A급 시공사와 책임준공을 약정하거나, 금융지주계열 신탁사가 준공을 보장하도록 딜을 구조화했다.
통상적인 은행 부동산 대출의 부동산담보비율(LTV) 60% 기준보다 더 안전한 평균 LTV 50% 수준으로 대출해 부동산 가격이 50% 떨어져도 메리츠증권은 원금 손실없이 대출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리스크 관리 덕분에 3분기 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5조840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084억원이 증가했다.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7%다. 특히 2014년부터 9년 연속 두 자릿수 ROE를 기록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했다.
증권사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은 1516%로 전 분기대비 13%포인트 개선됐다. 유동성 비율은 전 분기대비 9.2%포인트 오른 134.2%다.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고정이하 자산비율은 1.15%로 직전분기 3.28% 대비 2.13%포인트 감소하며 크게 개선됐다.
유안타증권은 메리츠증권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고 IB 수수료가 감소했으나 연체 이자 회수와 영업외수익 증가로 이를 상쇄하고 있다고 봤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이 3분기에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 연결 379억원, 별도 298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며 추정치를 상회해 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한 점이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