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디지코' 업고 글로벌 통신시장 공략 봇물(상)
구현모(58·사진) 대표가 이끄는 KT가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다. 구 대표가 2020년 KT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KT를 통신기업 텔코(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기업 '디지코(DIGICO)'로 탈바꿈하겠다는 경영 청사진을 제시한 후 그의 야심찬 사업 청사진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경영 최전선에서 지휘봉을 잡은 구 대표는 2020년부터 KT 체질 개선작업에 들어가 KT를 AICC(AI컨택센터), 클라우드, 콘텐츠 최강자 반열에 올려놨다. 구 대표는 또 회사 형태를 사업별 중심 회사가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주형 회사’로 바꾸는 등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KT가 그리는 디지코 최강자의 미래와 향후 성장 전망을 다룬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구현모(58·사진) 대표가 2020년 3월 KT 수장으로 취임한 후 뚝심 있게 추진해 온 디지털 플랫폼 사업이 회사 발전의 한 축을 책임지는 '날개'로 부상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KT를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로 탈바꿈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놔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디지코 사업의 근간이 될 이른바 ‘ABC 사업’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 ABC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의 알파벳 머릿글자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특히 KT는 최근에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으로 미디어·콘텐츠 사업까지 주목 받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KT가 지난해 세운 콘텐츠 제작사 'KT스튜디오지니'에서 만들어 KT가 지난 4월 론칭한 케이블 채널 'ENA'에서 방영했다.
이처럼 디지코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KT 시가총액은 올해 8월 1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KT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12조589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고무된 구 대표는 앞으로 KT 디지코 역량을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무대에도 선보여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는 또 각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는 사업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 구현모 체제 3년차…디지코 성장에 시총 10조원대 복귀
KT는 주가가 지난 8월 1일 종가 3만8350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0조136억원을 기록했다. KT 시총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2013년 6월 이후 9년 2개월 만이다.
KT 관계자는 “KT가 디지코로 성공적인 변신을 일궈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1% 성장하는 등 실적호조를 기록했다”며 “AI·클라우드·미디어 등 신규 사업과 유·무선 통신서비스가 호조를 보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T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늘어난 12조5899억원이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KT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8% 증가한 1조858억원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35년 정통 KT맨’ 구현모 대표의 디지코 드라이브가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구 대표는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경영전략 담당,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을 두루 거친 ‘전략통’이다. 그는 2005년 취임한 남중수 전(前) KT 사장 이후 12년만에 그룹 내부에서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20년 10월 KT를 통신기업 ‘텔코(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로 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성장이 정체된 통신,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에서 눈을 돌려 플랫폼과 B2B(기업 간 거래)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포부인 셈이다.
이후 KT는 AI, 로봇, 미디어·콘텐츠, 디지털 금융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KT에 따르면 구 대표 취임 이후 미래 성장 사업에 투자한 금액이 약 2조원에 달한다.
투자는 결실로 돌아왔다. KT 주가는 구 대표가 KT 대표로 취임한 2020년 3월30일 1만9700원대에서 이달 25일 종가 기준 3만6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시장에서는 KT가 올해 1월과 9월 신한금융지주, 현대차그룹과 지분을 맞교환한 점에 주목한다. KT가 모빌리티(이동수단)·금융 분야 최고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디지코 사업의 확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KT와 신한금융지주는 4375억원 규모의 지분을 상호 취득했다. KT가 신한금융지주 지분 2.08%를, 신한은행이 KT 지분 5.46%을 갖게 됐다. 현대차그룹과는 총 7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교환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KT 지분을 각각 4.6%, 3.1% 확보했다. KT는 현대차 1.04%, 현대모비스 1.46%를 갖게 됐다.
이에 따라 KT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 10.87%, 현대차그룹 7.79%, 신한은행 5.58%이 됐다. 현대차와 신한은행을 합치면 13%대로 KT 최대주주 국민연금보다 높아진다.
■ KT 다음 무대는 '글로벌'…연임 위한 리스크 극복해야
구 대표는 KT가 올해 민영화 20주년을 맞은 만큼 디지털전환(DX)을 가속화 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에 따라 KT는 우즈베키스탄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에 진출했으며 태국 ‘3BB TV’에 인터넷TV(IPTV) 플랫폼을 수출했다. 필리핀에는 2018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북부 루손 지역에 약 1570㎞ 규모 광케이블 백본망을 구축했다. KT는 또 지난해 팔라완 지역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구 대표는 또한 지난 14일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필리핀 디지털혁신(DX)에 힘을 합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구 대표는 AI 기반 교통·물류 DX 시스템을 구축하면 필리핀의 교통과 주택난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필리핀 대통령에게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는 이 같은 디지코 사업을 지지하기 위해 ‘지주형 회사’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통신, 금융, 미디어, 클라우드 등 각 사업별 중심회사가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를 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1일 출범한 'KT클라우드'다. KT클라우드는 KT의 클라우드·IDC 사업부문을 떼어낸 별도 법인으로 KT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KT는 이를 통해 오는 2025년 11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클라우드·IDC 시장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3월 출범한 KT그룹 미디어·콘텐츠 컨트롤타워 KT스튜디오지니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는 우수한 원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콘텐츠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하고 제작·유통하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했다. KT 계열 케이블채널 ENA에서 방영한 국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탄생한 배경이다.
구 대표 임기는 내년 3월로 5개월 정도가 남은 상황이다. 디지코 사업의 연속성과 지주형 회사 전환을 완주하기 위해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나 사법 리스크가 관건이다. 구 대표는 2016년 9월 KT가 비자금을 조성해 임직원과 지인 명의로 쪼갠 뒤 여야 국회의원을 불법 후원한 사건과 관련해 명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구 대표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성장 산업에 야심차게 뛰어들어 기업 가치가 크게 개선됐다”며 “그가 연임되면 사업 연속성을 가질 수 있어 KT가 더욱 발전될 기반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