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0.25 05:00 ㅣ 수정 : 2022.10.25 05:00
LG이노텍, 아이폰 14 시리즈 인기로 3·4분기 실적 기대감 커 아이폰14 프리미엄 모델 카메라 모듈 75%가 LG이노텍 제품 애플 의존도 커 애플 실적에 울고 웃는 '양날의 칼' 우려 LG이노텍 신사업 진출· 고객사 다변화 등 사업 다각화 나서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애플이 최근 새롭게 선보인 ‘아이폰14’ 시리즈가 세계적인 고(高)환율‧고물가 등 암울한 대외환경으로 전작 대비 기대에 못 미친 판매량을 기록한 가운데 프로와 프로맥스 등 프리미어급 모델은 선방을 하고 있다.
아이폰14 시리즈 인기가 반가운 건 비단 애플뿐만이 아니다. 애플을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는 LG이노텍도 덩달아 웃음꽃이 피었다. 대다수 기업이 경기불황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은 3분기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 실적 호조는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LG이노텍으로서는 마냥 기뻐만 할 수는 없다.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커 애플 실적이 부진하면 LG이노텍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이노텍에게 애플은 '양날의 칼' 과 같은 존재인 셈이다.
■ LG이노텍, 아이폰14 프로 흥행에 3분기 이어 4분기까지 ‘호조세’ 지속될 듯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 핵심 전략은 일반 모델과 프리미엄 모델에 차이를 두는 이른바 ‘차등화’다. 이러한 전략은 시장에서 통했고 애플은 아이폰14 기본 모델 생산을 줄이고 프로 모델 생산량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애플의 차등화 전략 덕을 보게 됐다. 아이폰 프리미엄 모델에 탑재되는 트리플 카메라, ToF(비행시간) 3D(3차원) 센싱 모듈 등 카메라 모듈 대부분이 LG이노텍 제품이기 때문이다. 아이폰14 프리미엄 모델의 카메라 모듈 가운데 75%를 LG이노텍이 납품한다고 알려졌다.
사실상 애플 스마트 기기 카메라 모듈 부품은 LG이노텍이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아이폰14 시리즈 실적이 반영되는 올해 하반기 LG이노텍 실적 전망이 매우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내놓은 LG이노텍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액 4조6693억원, 영업이익 426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 22.95%, 영업이익 26.91% 증가한 예상치다.
4분기 전망도 '장밋빛 전망'이다. 아이폰14가 전작 대비 판매 부진이라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프리미엄급 모델 흥행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외신에 애플이 아이폰14 플러스 모델에 적용되는 부품 생산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애플이 흥행 중인 아이폰14 프로 생산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4 플러스 생산 축소가 고부가 모델인 아이폰14 프로 생산 비중 확대로 연결된다”면서 “이에 따라 4분기부터 LG이노텍 물량 증가와 평균판매단가(ASP) 인상으로 실적 전망치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측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올해 4분기에 아이폰14 프로, 프로맥스는 LG이노텍 전체 카메라 모듈 매출의 90%로 추정된다”며 “ASP가 아이폰14 플러스 대비 40% 높은 것으로 파악돼 아이폰14 플러스 생산 축소는 향후 LG이노텍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최근 아이폰14 판매량에 논란이 있지만 4분기 LG이노텍 주문량은 변동이 없으며 최근 주문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아이폰14 일반 모델 판매 비중이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고부가 모델의 아이폰 수요가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의 4분기 실적 전망치가 상향되고 아이폰14 프로 생산 비중이 늘어 사상 최대 실적 달성도 예상된다.
KB증권의 LG이노텍 4분기 실적 추정치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7조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5878억원이라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 LG이노텍 ‘흥망성쇠’ 애플이 ‘좌지우지’?…체질개선 필요
LG이노텍이 애플 의존도가 큰다는 것은 업계에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애플과 거래해 2020년(6조4618억원) 대비 73% 증가한 11조192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LG이노텍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75%까지 올라섰다.
애플이 LG이노텍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으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장치가 2개 이상 늘어나면서부터다. 2016년까지 LG이노텍 매출에서 애플 비중은 37% 수준이었지만 이후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2017년 54% △2018년 58% △2019년 64% △2020년 68%를 기록했다.
특히 기존에는 애플이 자사 정책에 따라 한 기업당 최대 공급 점유율을 50~60%선으로 제한하면서 일본 ‘샤프’와 중국 ‘오필름’이 일부를 납품해 균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샤프의 대만 카메라 모듈 공장이 가동을 멈춰 LG이노텍 납품량이 증가하게 됐다.
애플이 LG이노텍의 수익성에 당장 큰 도움을 주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특정 고객사에만 의존해 실적을 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애플의 아이폰 판매 실적이 부진하면 결국 LG이노텍 실적도 크게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 애플은 올해 하반기 아이폰14를 초도물량 9000만대 외에 600만대를 추가 생산하려고 했지만 수요 둔화로 증산 계획을 접었다. 이에 따라 당시 LG이노텍 주가는 나흘 만에 22% 폭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LG이노텍에게 애플 존재감이 크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결국 애플에 절대적으로 편중된 수익구조를 신사업 진출, 고객사 다변화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LG이노텍도 이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LG이노텍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다. 413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기판소재 사업에서 축적한 초미세회로 구현, 고집적·고다층 기판 정합 기술을 FC-BGA 개발에 활용해 사업 역량을 키운다는 게 LG이노텍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FC-BGA 사업 담당을 새롭게 구축했으며 올해 초 FC-BGA 품질 전문가와 개발품질 대응 전문가를 모집했다.
하지만 LG이노텍의 이와 같은 수순은 경쟁업체 삼성전기와 비교해 투자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이노텍보다 FC-BGA에 먼저 뛰어든 삼성전기는 지난해 12월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이후 투자 규모를 확대해 누적 투자 계획이 2조원에 육박한다.
또 삼성전기는 아마존 등 세계적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LG이노텍에게 FC-BGA는 신규 사업으로 이르면 내년에야 본격 양산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아직까지 확보된 대형 고객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사-공급사 간 관계는 여러 변수에 의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특정 고객사에 매출이 치중된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모에 관계없이 여러 고객사를 확보해 매출을 분산시켜야 만에 하나 특정 기업과 거래가 끊기더라도 실적에 큰 흔들림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LG이노텍도 애플에 매출이 쏠려있고 이를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사업 다각화는 필수적이고 특히 기판·전장 등 광학솔루션 외 사업부를 확대해 실적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