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가는 12일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0%로 0.50%포인트 인상한 데 따른 충격 우려 속 국내 증시가 일시적 변동성이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증시는 전일 미국의 긴축 강화와 러시아의 폭격 등 대외 불안정성에 코스피가 다시 2,200선 밑으로 내려앉았고, 환율은 2년7개월 만에 최대 폭인 22.8원이 무섭게 치솟아 다시 1350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다 기준 금리 인상은 투자심리 악화 요인의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신호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를 선반영한 측면이 있어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상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히려 물가상승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연속 인상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단행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 조정은 새로운 악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던 내용을 실제로 확인하는 과정이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올해 4월과 5월, 7월, 8월에 이어 10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고, 그중 7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2년 10월 10일(3.0%)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열게 됐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0.25%포인트로 좁혀지게 됐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30일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리 인상에 손을 들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 때, 국내 기준금리 인상 폭을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과 관련해 분야별·단계별 시장안정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을 공언했다.
이처럼 금융 당국·시장 전문가들이 이례적 금리 줄인상과 역대 두 번째 빅스텝에 무게를 뒀다는 것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아직 심각한 수준이란 단서다.
NH투자증권(005940)은 이 한은 총재가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이후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둬 환율 상황을 고려 시, 국정감사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서두르는 데 대한 부정적 입장이 변화했는지 여부가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KB증권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한은 총재는 가정들이 바뀌었다고 언급하면서 10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해왔다는 점에서 시장 금리의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여전히 고물가 몸살을 앓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현재 CPI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환율이 계속 뛰면 어렵게 정점을 통과 중인 물가 상승도 다시 들썩일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져서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과 물가의 추가 상승 위험도 빅스텝을 전망했던 중요한 배경으로 꼽혔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서 금리 매력까지 떨어지면 한국에 투자할 요인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잔존해 있다”며 “우리나라 자체의 물가 상승률도 높기 때문에 이번 금리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현재 전반적으로 금융시장은 불안정하지만 금리 인상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외환시장이 더 나빠지고 어려워 오히려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