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첨단소재로 세계 초일류 기업 자리매김 (상)
조현준(54·사진) 회장이 이끄는 효성그룹은 그야말로 탄탄대로[坦坦大路]를 걷고 있다. 조 회장이 2017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효성은 불과 5년 만에 영업이익을 3배 이상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효성이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을 일궈낸 배경에는 세계 1위 제품 초격차(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기술격차)를 늘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신소재 기술 확보, 선제적 투자를 통한 안정적 공급망 구축까지 일궈낸 조현준 호(號)의 전략이 주효했다. 뉴스투데이는 최근 몇 년간 대내외 불확실성 에서도 효성의 순항을 이끈 조 회장의 사업 전략을 다룬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ESG 경영은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정체성이다”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근 몇 년새 효성그룹 자회사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이른바 ‘효성 삼총사’로 불리는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 등을 주축으로 그룹은 역대급 실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 내 가장 덩치가 큰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영예를 안았다.
효성의 고속성장 배경에는 전방위적인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하는 조현준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조 회장은 ‘주도적 ESG 경영이 100년 효성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기조를 통해 환경보호와 정도경영, 투명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리사이클 섬유 사업과 함께 수소, 태양광,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도 눈에 띈다. 과거 섬유와 화학, 중공업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이른바 ‘굴뚝 산업’ 사업을 펼쳐온 효성은 이제 조 회장 진두지휘 하에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 ‘효성 맏형’ 효성티앤씨, 친환경 섬유로 ‘자원순환·친환경 트렌드 확장’ 모두 거머줘
효성의 화학섬유기업 효성티앤씨는 친환경 섬유 브랜드 ‘리젠(regen)’으로 ‘자원순환’과 ‘친환경 트렌드 확장’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효성이 친환경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효성은 2007년 12월 세계 최초로 재활용 나일론 원사 ‘마이판 리젠(MIPAN® regen)’을 출시했다. 2개월 후인 2008년 1월 효성은 국내 최초로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regen®)’을 선보였으며 2019년에는 재활용 스판덱스 원사 ‘크레오라 리젠(creora® regen)’을 내놨다.
마이판 리젠은 버려지는 바다에 버려진 폐(廢)그물을 재활용해 탄생한 나일론 원사다. 화학섬유 생산에 필요한 석유화학 원료를 절감하는 자원 재활용 제품으로 100% 공정 폐기물을 재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은 폐페트병으로 만들었다. 버려진 페트병의 유용성분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100% 재활용 소재로 생산하기 때문에 쓰레기 감축과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리젠은 세계적인 친환경 인증 전문기관인 네덜란드 컨트롤 유니언(Control Union)으로부터 폴리에스터 재활용 섬유 부문에서 세계 최초로 GRS(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을 취득해 친환경 성능을 입증했다.
크레오라 리젠은 판덱스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사를 다시 원료로 사용하는 기술을 통해 생산되는 100% 재활용 스판덱스 원사다. 크레오라 리젠 역시 컨트롤 유니언으로부터 GRS 인증을 거머쥐었다.
효성티앤씨는 최근 석탄에서 추출하는 원료 일부를 미국 농무부(USDA) 바이오 인증을 받은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대체해 만든 바이오 섬유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creora® bio-based)’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우수한 신축성 및 회복력이 특징인 이 섬유는 향후 스포츠 및 애슬레저 웨어(운동복), 란제리 등 기존 스판덱스가 활용되는 모든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따라 효성티앤씨는 폴리에스터, 나일론, 스판덱스를 모두 재활용해 생산하면서 ‘친환경 원사 생산 업체’로 위상을 높였다. 효성티앤씨는 리젠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들과 친환경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올해 적극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올해 4월 지구의날을 맞아 효성티앤씨는 이커머스 업체 무신사와 함께 리젠으로 티셔츠와 양말을 출시했다. 5월 현대백화점 현대식품관 ‘투홈’이 프리미엄 새벽배송에 활용할 친환경 보냉백에도 리젠이 활용된다. 6월에는 프랜차이즈 업체 롯데GRS와 협업해 전국 롯데리아, 크리스피크림 등 매장 직원에게 리젠으로 제작된 유니폼을 보급했다.
이처럼 효성은 패션을 시작으로 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여러 브랜드와 협력한 제품을 선보이며 섬유 분야 ESG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Z세대(만 9∼24세)의 친환경 ‘가치소비’ 트렌드를 겨냥해 친환경 패션 트렌드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조 회장은 “효성은 그동안 리젠을 필두로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며 “앞으로도 사업을 다양화해 자원선순환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사운(社運)까지 건 수소산업… “수소에너지로 패러다임 전환 이끌 것”
조 회장은 수소산업에 사운(社運)을 걸고 기술 개발과 인프라스트럭처(기반시설)를 조성한다는 목표도 내비치고 있다. 이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수소에너지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얘기다.
효성은 지난해 ‘수소사업 비전 선포 및 액화수소플랜트 기공식’에서 ‘2023년 액화수소 국내공급’을 골자로 하는 수소 비전을 밝혔다.
수소 사업 비전 과제로는 △효성중공업에 향후 5년간 총 1조원 투자 △2025년 블루·그린수소 추출 개발 및 설비 국산화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 10% 감축 위한 기술 개발 등이다.
구체적으로 효성과 세계 유명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 ‘린데’의 판매 합작 법인 효성하이드로젠㈜은 액화수소 플랜트 완공 시점에 전국 30여곳에 대형 액화수소 충전소를 세워 액화수소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효성첨단소재가 오는 2028년까지 수소차 연료 탱크의 핵심 소재 탄소섬유 생산규모를 연간 2만4000톤으로 늘리기 위해 1조원을 투자해 수소 모빌리티(이동수단) 분야의 수소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방침이다.
■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 ‘ESS’,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사세 넓혀
효성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ESS는 일종의 대형 건전지다. 신재생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저장한 후 필요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ESS는 전기차 배터리와 함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핵심 기술로 알려졌다.
이러한 성장잠재력에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한화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대거 뛰어든 ‘블루칩’이기도 하다. ESS시장을 놓고 주요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효성은 전력변환 및 에너지 운영 기술을 토대로 국내 에너지 저장시스템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 국내 ESS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고무된 조현준 회장은 국내 ESS 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제패까지 노리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영국 최대 전력 투자개발업체 다우닝(Downing)과 대용량 ESS 공급 계약을 맺었다. 세계적인 기업의 주무대인 유럽 ESS 시장에서 효성중공업의 ESS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영국·독일 ESS 시장은 7200억원 규모로 유럽 ESS 시장에서 약 60%를 차지한다. 효성중공업이 계약한 ESS는 영국 남부 사우샘프턴(Southampton) 지역에 있는 50MW급 규모다. 이 규모는 효성중공업이 그동안 해외 시장에 공급한 제품 가운데 최대 용량이다.
효성은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에서도 ESS의 새로운 판로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국영전력회사 에스콤(Eskom)에서 동부 도시 더반 인근 변전소의 48MW 규모 ESS 설치·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
또한 효성중공업은 지난 6월 1700억원, 293MWh 규모 남아공 대형 ESS 사업도 따냈다. 국내 업체가 해외에 완제품과 설치·공사까지 거머쥐는 대규모 수주는 효성중공업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중공업은 선진국에 비해 전력공급 여력이 녹록지 않은 아프리카 등 해외 ESS 사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력 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전력 인프라를 계속 현대화하고 있다”며 “효성중공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아프리카 전력 시장에 관심을 두고 사업 개발에 공을 들여왔으며 다른 신흥국 전력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의 이 같은 노력은 과거 굴뚝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래 가치와 기업의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고 풀이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추세"라며 "미국 해외 펀드의 경우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교수는 또 “효성이 섬유, 중공업 등 과거 우리 경제를 이끈 전통 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ESG를 기반으로 신기술 개발을 계속 이어간다면 성장가능성이 지금보다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