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 인상 ① 은행권] 연 3% 도달한 기준금리···은행들은 ‘표정관리’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0.12 10:20 ㅣ 수정 : 2022.10.12 10:20

한은 빅스텝에 기준금리 10년만에 연 3%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 대출금리도 껑충
이자 이익 늘린 은행들 역대급 실적 예고
차주 이자 부담 확대에 이자 장사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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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여파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 단행에 나섰다.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 기준금리는 약 10년 만에 연 3.00%까지 올라섰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 은행들은 차주 이자 부담 완화에 힘쓰겠단 방침이지만 치솟는 대출금리를 진정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사상 초유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연 3.00% 기록, 추가 인상도 예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3.00%로 0.50%p 인상하기로 했다. 기준금리가 연 3.00%를 기록한 건 지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한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 1.00%였던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 2.00%p 급등했다. 특히 한은은 이번에 지난 5월(연 1.75→2.25%) 이후 사상 초유의 두 번째 빅스텝 단행에 나섰다. 

 

최근 5~6%대를 기록 중인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 역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다음 달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같은 인플레이션 사태가 지속될 경우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올 연말 기준금리는 연 3.50%에 도달한다. 

 

■ 시장금리 상승에 은행권 대출금리도 들썩···차주 이자 부담 증가 

 

기준금리가 큰 폭 오른 만큼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도 불가피하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별로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되는데, 기준금리 인상이 준거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이용률이 높은 상품의 금리가 기록적으로 오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에서 연 4%대 금리는 이미 사라졌다. 주담대 역시 상단이 연 7%대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이번 빅스텝이 반영될 경우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장에선 올 연말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8%대에 진입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대출금리 상승은 차주 이자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가계의 전체 이자 부담은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올해 기준금리 인상분(2.00%p)을 적용하면 불어난 가계 이자는 26조원이 넘는다. 

 

■ “대출금리 안정 주력” 외치는 은행권···실효성은 ‘글쎄’

 

은행권도 대비에 나섰다. 기준금리 인상폭이 확대된 상황 속 최대한 대출금리 상승을 억제하겠단 방침이다. 가산금리 인하와 우대금리 확대 등으로 차주 이자 부담 완화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조치가 체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장금리가 계속 올라오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 관리 비용’인 가산금리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각종 조건이 붙는 우대금리 역시 직접적인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시장에서 정한 금리(기준금리) 자체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코픽스(COFIX)나 은행채 같이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여러 수치들이 들썩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한은이 내년 이후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정할지 알기 어렵고, 이미 올라버린 금리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출금리 상승→은행 실적 성장···‘이자 장사’ 비판 이어질 듯   

 

결과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실적이 성장한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이후 주요 은행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자 이익 증가에 따라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빠르게 개선된 영향이다. 

 

이번 기준금리 빅스텝 역시 은행 실적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신금리 인상·대출금리 인하 움직임과 대손충당금 적립 증가 등의 변수가 있지만, 은행들의 역대급 실적 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차주 이자 부담 가중 상황 속 은행들이 실적 파티를 벌이고 있는 만큼 이자 장사 비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시장 흐름상 나타난 결과라고 항변하며 표정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노력만으로 거둔 이익인지 비판적으로 볼 부분이 있고 이러한 인식을 공유해달라고 은행권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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