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또 ‘기준금리 빅스텝’ 만지작···대출금리 급등에 영끌족 어쩌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다음 주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인상폭에 관심이 쏠린다.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대출금리 상승도 불가피하다. 올 연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 금리가 연 8%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차주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한은 총재·부총재를 비롯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의사결정기구다.
올 1월 연 1.0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연 2.50%까지 오른 상황이다. 지난 2월 동결을 제외하면 1·4·5·7·8월 모든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특히 한은은 지난 8월 사상 첫 빅스텝에 나서기도 했다.
기준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전망이다. 연 5%를 넘어선 물가 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올해 남은 금통위 회의(10·11월)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유력하다. 시장에선 이달 기준금리가 0.50%p 올라 연 3.00%에 도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 3.00% 기준금리는 2012년 7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주요국 통화긴축 가속화와 미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도 지속되고 있다”며 “한은은 물가 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3.00%로 빅스텝 인상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기준금리 빅스텝이 현실화하면 은행권 대출금리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를 자극시켜 대출금리도 밀어 올릴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10월에 이어 11월에도 빅스텝이 이뤄지면 충격은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별로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 산정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베이스 자체가 상승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뛸 수밖에 없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대 중반에서 6%대 후반을 보이고 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코픽스(COFIX)가 이달 중순 예상대로 오를 경우, 금리 상단이 연 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대출 금리도 급격한 오름세다.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금리는 연 5.10~6.47%로 집계됐다.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연 4%대 신용대출이 사라졌다.
시장에서도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반영해 대출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연말 주담대 상단이 8%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담대 금리가 8%를 기록하게 되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약 14년 만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리 안정을 위해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더하는 쪽으로 설계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자체가 올라버리면 대출금리 상승세를 막진 못 한다”며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전망치)만큼만 올라도 주담대 상단이 연 8%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상승은 이자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 중 신규 취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82.3%에 달한다. 변동금리는 고정금리보다 초기 금리가 낮게 형성돼 있지만, 금리 상승 영향을 직접 받는 구조다.
특히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례로 지난해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 3억원을 연 4% 금리(30년 만기·원리금균등)로 빌리면 이자만 매월 100만원 수준이었지만, 금리가 7%로 오르면 170만원까지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