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산업·경영의 미래 (22)] 자원에너지산업은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의 숨은 강자!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2.10.05 00:30 ㅣ 수정 : 2022.10.05 00:30

[기사요약]
글로벌 자원에너지산업의 메타버스 도입 추세는 타 산업에 앞서
자원 채굴부터 작업자 직무·안전훈련, 설비·장치 유지보수 등에 VR/AR(가상증강현실)기술 널리 활용
국내 기업도 메타버스의 산업적 활용에 좀더 많은 관심과 투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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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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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offshore-technology]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메타버스가 부상함에 따라 자동차, 금융, 리테일, 패션 등 전통산업이 변신하고 있다.

 

버추얼 프로토타입 설계, 원격 디자인 협업 및 유지보수, 가상지점 및 가상쇼룸 개설, VR 기반의 학습·훈련 등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운영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렇다면 거대한 설비와 장치를 생산도구로 활용하는 자원에너지산업의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 상황은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원에너지산업은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나 메타버스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상식과 달리, 글로벌 자원에너지산업은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에서 그 어떤 산업보다 우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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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전력기업 포튬(Fortum)의 작업자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훈련 중이다. [출처=world-nuclear-news]

 


• 자원에너지산업,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을 리딩

 

최근 맥킨지의 연구자료(“Value creation in the metaverse”, 2022)에 따르면, 자원에너지산업은 메타버스의 도입과 향후 투자계획에 있어 타 산업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 있다.

 

맥킨지는 앞으로 자원에너지(18%), 하이테크(17%), 자동차 및 기계조립(17%), 관광업(15%),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15%), 패션 및 소매유통업(14%) 등의 순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순서는 투자의 절대 규모가 아닌, 비율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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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투자비중은 향후 3~5년간 디지털 투자예산 중 메타버스 비중, 2) 도입률은 업종 내 기업수 대비 메타버스 도입기업 비율 [자료=McKinsey, 2022.4]

 

자원에너지산업은 대체 메타버스를 활용해 어떤 혁신을 하고 있을까?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앞서 추진해온 글로벌 자원에너지기업들의 사례로부터 궁금증을 해결해보자.

 


• 광산 채굴작업을 지원하는 AR 소프트웨어는 이미 상용화

 

새로운 광산을 개발할 때, 엔지니어가 설계한 채굴계획과 일치하도록 굴착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채굴계획은 전문가가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양의 자원을 채취하도록 설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산기업들은 굴착작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해왔다.

 

여기에 착안해, 호주의 광산용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전문기업인 맵텍(Maptek)은 증강현실기술을 이용해 굴착작업이 광산계획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솔루션(Perfect Dig)은 채굴작업을 진행할 영역을 현장의 암반 위에 겹쳐 보여줌으로써 작업이 더 필요한 영역을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실제 채굴량이 계획된 채굴량과 비교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줌으로써 자원 생산계획을 효과적으로 수정 및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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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텍의 'PerfectDig'는 채굴작업에서 측량, 지질학 및 지반공학 팀을 위한 이상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출처=maptek]

 


• VR/AR기술 기반의 작업자 직무교육·안전훈련 시뮬레이터 확산

 

자원에너지산업의 작업자들은 밀폐되거나 고립된 공간에서 폭발, 붕괴, 가스 흡입, 낙상, 감전 등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작업하는 게 일상이다. 따라서, 작업자들을 숙련시키고 사고 발생 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은 자원에너지 기업들의 최우선 업무 중 하나다.

 

최근 VR/AR기술을 활용한 교육·훈련시스템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훈련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크게 절감한다. 교육·훈련에 따른 인명 피해나 물리적 장치의 손상 없이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무한 반복하여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영국의 원유생산기업 BP(British Petroleum)는 2016년부터 해상의 원유시추 작업을 안전하게 훈련할 수 있는 VR/AR 시뮬레이터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해양 굴착 시의 핵심작업들을 가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이다. 작업자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시설 운영에서부터 고난도 제어기술까지 다양한 직무기술과 기술적 문제 대응·조치 방법도 교육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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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는 소프트웨어 회사 Immerse와 제휴하여 직원들이 어디에 있든 시추기술을 훈련연습할 수 있는 일련의 새로운 가상현실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출처=BP]

 

한편, 핀란드의 전력기업 포튬(Fortum)은 2019년부터 원자력발전소의 엔지니어 훈련을 위해 고해상도 VR 시뮬레이터를 개발·운영 중이다.

 

이 가상 시뮬레이터는 실물 시뮬레이터와 동일한 기능을 갖추고도 개발비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 기존의 물리적 시뮬레이터에서는 불가능했던 화재, 연기, 홍수, 지진 등의 재해 상황을 가상 체험하며 훈련할 수 있다.

 


• 설비 및 장치의 신속·정확한 유지보수

 

자원에너지산업과 같은 대규모 장치산업에서는 유지보수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설비 가동이 중단되면 생산계획 차질은 물론, 재가동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원에너지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VR/AR기술을 활용해 유지보수를 신속·정확하게 수행하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한 예로, 셰브론(Chevron)은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정유공장의 유지보수작업에 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과거 이 정유공장의 유지보수 엔지니어는 플랜트의 운영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하루 다섯 번 이상 사무실에서 공장까지 왕복하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했다.

 

셰브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HoloLens) 기술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공장의 현장 작업자가 카메라가 장착된 증강현실 고글을 쓰고 본부의 엔지니어에게 화상전화를 걸면, 연결된 엔지니어는 작업자의 시선 그대로 현장의 상황을 보면서 플랜트의 운영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다.

 

셰브론은 이 시스템을 통해 정유공장의 운영 정지시간을 크게 줄이고 생산성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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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원격 지원과 결합된 홀로그램 컴퓨터로 작동하는 헤드셋인 홀로렌즈(HoloLens)를 사용하면 사용자가 현장 직원을 전 세계에 있는 전문가와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출처=chevron]

 


• 국내 기업, 메타버스의 산업적 활용에 좀 더 많은 관심과 투자 필요

 

지금까지 글로벌 자원에너지산업의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 현황을 살펴보았는데, 거대 장치산업의 특성에 맞게 효과적으로 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동안 매일 뉴스거리가 됐던 B2C 부문의 메타버스 열기는 잠시 식은 듯하다. 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 분야의 메타버스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정중동으로 확산 중이다. VR/AR기술의 활용으로 투자 이상의 생산성 혁신과 비용 절감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 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비용 절감, 생산성 혁신 등 경영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유행에 치우치기보다는 장기적인 호흡으로 메타버스의 산업적 활용에 좀 더 높은 관심을 두고 투자할 때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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