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산업·경영의 미래 (17)] 가상·증강현실 기술로 따뜻한 사회 만들기(上)
[기사요약]
가상현실체험은 인종 차별과 편견 해소에 효과
사회구성원의 이슈 공감과 사회문제 해결에도 효능
시각장애, 말더듬증 치료 등 가상현실기술의 사회 기여 분야 확대 중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얼마 전 국내 지상파에서 방송된 한 프로그램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VR(가상현실)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가 그 주인공이다.
2020년 시즌1(혈액암으로 죽은 7살 딸을 만난 엄마의 이야기)을 시작으로, 2021년 시즌2(사랑하는 아내를 만난 남편), 그리고 지난 5월 방영된 시즌3(위암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만난 딸)에 이르기까지 감동의 연속이었다.
가족들이 인공지능으로 재현한 딸·아내·엄마를 가상공간에서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감동의 눈시울을 적셨다.
특히, 시즌1의 유튜브 영상은 현재 누적 조회 수 3천만건을 넘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얻고 있고, 수많은 격려의 댓글도 올라와 있다.
이처럼, 가상증강현실기술의 ‘착한 활용’ 사례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상증강현실기술이 정말 사회를 선하게 바꿀 수 있을까? 몇 가지 성공사례들을 살펴보자.
( ※아래는 ‘메타버스 활성화 전략 연구(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2022.5)’에 게재된 사례 일부를 참고해 내용을 보완·재정리한 것임)
• VR 체험, 인종 차별·편견 해소에 효과
미국에는 1960년대 후반까지 흑인들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을 따로 정리해놓은 책자가 있었다. 이른바 ‘그린북(Green Book)’이다. 많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흑인들의 출입을 거부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흑인을 위한 여행안내서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혐오범죄의 약 58%가 인종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되며, 범죄대상의 47%가 흑인이라고 한다.
여기에 착안해, 2019년 미국과 캐나다의 영상제작사가 합작해 ‘흑인이 되어 여행해보기(Traveling While Black)’라는 VR 다큐멘터리 영화를 개봉했다. 그린북으로 여행하며 겪는 흑인들의 애환을 1인칭 시점에서 체험하는 360도 필름이었다.
흑인들이 여행 중에 받는 차별과 그들의 고통을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한 영화로, 미국과 캐나다 영화제에서 우수상도 받았다.
이와 유사하게, ‘1000컷의 여정(1000 Cut Journey)’이라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유년시절 학교에서 정학당하고, 청소년기에는 경찰로부터 폭행을, 성년이 되어선 직장 상사로부터 차별받는 상황 등을 1인칭 시점에서 경험하는 VR 콘텐츠다. 스탠퍼드대학의 가상인간 상호작용연구소가 제작했다.
최근 바르셀로나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흑인들이 겪는 차별, 물리적 폭행, 왕따 등을 가상현실로 체험할 경우,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과 편견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한다. 가상현실을 통한 간접 경험이 인종 차별과 편견 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 사회 이슈 공감과 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 독려에도 효능
가상증강현실기술은 사회 구성원들이 이슈를 폭넓게 공감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한 예로, 영국의 사회적기업 코너스톤 파트너십이 만든 아동 폭력 VR 체험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 VR 영상은 아동들이 겪는 가정 폭력, 방치 등 12가지 사건을 가상현실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동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의 공포와 고통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다른 예로, 유니세프가 국내에서 전개했던 시리아 난민 후원 VR 캠페인도 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상현실을 활용해 국내에서도 현지 난민들의 어려움을 유사하게 체험할 수 있다.
유니세프는 약 1년간의 캠페인 결과, 가상현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러지 않은 사람들보다 약 80% 더 높은 후원 참여를 보였다고 한다.
• 시각장애, 말더듬증 치료 등 가상증강현실기술의 사회적 기여 확대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약 20억명이 약시나 난시 등 시력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는 세계 인구의 25%에 달하는 큰 숫자다. 가상증강현실기술이 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삼성전자 사내벤처가 개발한 ‘릴루미노(relumino)’는 시력이 낮은 사람들의 시력 회복을 도와주는 VR 안경이다.
안경에 탑재된 카메라가 스마트폰으로 이미지를 전송하면, 스마트폰에선 이미지 확대·축소, 윤곽선 강조, 밝기 조정, 색상 반전 등의 작업 후, 그 이미지를 다시 안경으로 보내도록 만들어진 스마트 기기다.
시각을 완전히 잃은 사람들을 제외한 시각장애인들이 이 안경을 착용하면 기존의 왜곡되고 뿌옇게 보이던 사물들을 보다 뚜렷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삼성은 현재 이 제품의 의료기기 등록·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편, 전 세계에 말더듬증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7600만명이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치료하기 위한 가상현실기술도 등장했다. 일명 ‘도모렌즈(Domolens)’라는 VR 상품이다.
이 상품은 사용자들이 면접, 발표, 자기소개, 전화 등 가상의 상황을 경험하면서 스피치 능력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 이 상품의 개발업체는 향후 인공지능을 활용해 훈련 과정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최근, 가상증강현실기술을 이용한 따뜻한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앞서 설명한 성공사례 외에도, 해외에서는 가상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한 코로나 환자들의 불안 해소, 청소년 음주 문제 해결 지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치매 치료 지원 등 그 사례를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가상증강현실기술로 따뜻한 세상 만들기! 앞으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공사례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다음 편에서는 가상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해 사회 공동체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례들을 살펴보겠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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