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굴욕'...한앤코에 무릎 꿇어 경영권 빼앗기나

김소희 기자 입력 : 2022.09.26 00:15 ㅣ 수정 : 2022.09.26 00:15

홍원식 회장 '갈팡질팡' 경영으로 남양유업 12분기 연속 영업적자
홍 회장, 남양유업 매각 소송서 '패배' 인정 않고 항소 준비 착수
남양유업 노조 "회사와 직원 생각한다면 경영진 즉각 사퇴"
한앤코 "법정 싸움 뒤로하고 경영권 인수 작업 재개할 계획"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허위 발표로 빚어진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그래픽=김소희 기자]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홍원식(72·사진) 남양유업 회장이 회사 매각 효력 논란을 둘러싼 1심 재판에서 패소하는 굴욕을 맛봤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회사 3인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원고(한앤코)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홍 회장은 지난해 남양유업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허위과장 홍보를 한 후 사회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그후 홍 회장은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후 이를 철회했는데 법원은 홍 회장이 아닌 한앤코에 화답한 것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정찬우)는 한앤코가 홍 회장 등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청구소송에서 지난 22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한앤코와 맺었던 계약대로 비용을 받고 주식을 넘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홍 회장은 3번의 가처분 소송에서도 모두 패배했다. 본안 소송 1심까지 패배하면서 오너 일가는 남양유업과 카페 브랜드 '백미당' 운영에 관여할 수 없는 위기로 치닫게 됐다.

 

■ '불매 단골' 남양유업에 무슨 일이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불가리스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정점으로 치닫던 순간에 이 같은 발표를 본 소비자들은 불가리스를 대거 구매해 불가리스가 품절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에 힘입어 남양유업 주가는 발표 당일 무려 8.57%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사람이 아닌 개와 원숭이 세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임상실험을 한 후 그 결과를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연구와 토론회 모두 남양유업이 돈을 댄 것이다. 이는 임상실험 검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듯 질병관리청은 남양유업 검사 결과에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꼬집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업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해프닝이 이어졌다.

 

불가리스 사태가 점점 커지자 홍 회장은 지난해 5월 4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며 경영권을 자식에게 승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image
지난해 8월 3일 남양유업노동조합 문을태 위원장이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사진=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 남양유업-한앤코 갈등의 서막

 

불가리스 사태가 터진 후 유업계 2위인 남양유업은 1달도 채 안 돼 새 주인을 찾게 됐다. 한앤코가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넘겨받기로 한 것이다. 

 

대국민 기자회견이 있은 지 20여일 후 홍 회장 일가는 보유한 회사 지분 53%를 3107억원을 받고 한앤코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양유업 오너 일가는 임시주총에 불참하고 임시주총을 연기하는 등 주식매매계약(SPA)에 협조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다 “한앤코에 주식을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앤코는 계약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과 한앤코의 법적 공방이 시작됐다.

 

회사 매각작업이 파행을 보이자 남양유업 직원들도 불만을 드러냈다.

 

남양유업 노조는 지난해 8월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무책임한 행동으로 회사 전체를 위기에 빠뜨렸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라”라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노조는 “오너가 불가리스 사태, 보유주식 매각계약 체결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 사건 등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보여 남양유업 구성원 전체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상식 밖 의사결정으로 불가리스 사태를 만들어 회사를 전 국민의 조롱거리로 전락시키더니 하루아침에 직원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회사를 팔아버리고 이제 와서 의도를 알 수 없는 매각 지연으로 회사와 직원을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회장의 '갈팡질팡' 리더십으로 남양유업은 올해 연결기준 2분기 영업손실이 199억원을 기록해 2019년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치욕을 맛봤다.

 

영업적자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홍 회장은 올해 상반기 8억1100만원의 급여를 받아가는 행태를 보였다.

 

■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남양유업 매각 분쟁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1심 패배에도 항소를 계획하겠다고 밝혀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는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상황이다.

 

1심 결과가 나오자 한앤코는 “남양유업 임직원, 소액주주, 대리점, 낙농가 등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어 경영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국민 앞에서 스스로 약속했던 경영 일선 퇴진 및 신속한 경영권 이양을 이행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앤코는 또 “법정 싸움을 뒤로 하고 경영권 인수 작업을 조속히 재개할 계획”이라며 “장기간 오너 리스크로 심각하게 훼손된 남양유업의 소비자 신뢰 회복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곧바로 항수 준비에 착수해 빈축을 사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피고인(남양유업)은 매도인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며 “이러한 내용을 재판부가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고의 권리 보장을 위해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혀 남양유업 매각은 좀처럼 해결 국면을 보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