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바람에 은행 점포 폐쇄 가속···곳곳서 불만 목소리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9.16 10:26 ㅣ 수정 : 2022.09.16 23:05

4대 시중은행 올해 폐쇄한 점포 146개
비대면 수요 증가에 점포 폐쇄도 가속화
일각선 취약계층 금융 접근성 약화 우려
은행들 대안 내놓지만 실효성 의문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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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과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움직임으로 오프라인 점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인력·비용 효율화를 꾀하는 은행들은 점포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고객과 노동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뚜렷한 대안 없는 점포 폐쇄 가속화는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을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은행들은 신기술 도입과 공동점포 운영 등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단 계획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6월 말 기준 이들 은행의 국내 점포(지점+출장소)는 총 2960개로 전년 말(3106개) 대비 146개 줄었다. 

 

국민은행은 전년 말 914개였던 점포는 올 6월 말 878개로 36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811개→757개)과 하나은행(613개→597개), 우리은행(768개→728개)도 점포를 줄였다. 

 

반면 4대 시중은행의 점포 신설 계획은 미미했다. 신한은행은 향후 1년 동안 1~3개 점포를 새로 열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 1개씩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미정이다. 

 

은행들의 ‘점포 다이어트’는 대면 업무 이용률 감소에 기인한다. 최근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편의성 제고로 모바일뱅킹 수요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자리잡은 비대면 문화도 점포 감소 흐름을 부추겼다. 은행들은 정부의 방역 동참 일환으로 단축했던 기존 점포의 영업 시간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시 시간을 늘리지 않아도 업무 처리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점포 축소는 인력 및 비용 효율화로 이어진다. 기존 점포 근무 직원을 다른 분야에 배치할 수 있고, 점포 운영에 따른 임대료·관리비 등의 지출도 줄일 수 있다. 특히 땅값이 비싼 서울 지역의 점포를 뺄수록 비용 절감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속하는 은행 점포 폐쇄에 대한 고객의 불만도 나온다. 상품 가입이나 대출 상담 등의 업무를 직접 점포에서 하길 원하는 수요가 여전하고, 모바일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폐쇄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점포 폐쇄에 반발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반대 집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도 제출했다. 결국 신한은행은 점포 폐쇄 대신 디지털 라운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노동계도 반발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노동조합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올해 산별교섭에서 앞으로 은행의 점포 폐쇄 추진 때 금융감독원이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은행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점포 폐쇄 대신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도 연간 100개 이상의 점포를 닫은 은행들의 영업망 구조조정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보고 있다. 다만 속도 조절을 요청할 뿐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기는 힘들다. 

 

은행들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산업 패러다임이 디지털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 많은 점포를 운영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고객과 밀접한 금융업 특성상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건 과제로 남아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집도나 이용률을 고려해 점포를 계속 줄여나갈 예정이고, 이런 흐름은 은행권에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금융 소비자 단체 등을 통해 불편 증가에 대한 우려는 항상 귀 기울여 듣고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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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 경상북도 영주에 개점한 KB-신한은행 공동점포. [사진=KB국민은행]

 

주요 시중은행들은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 사각지대 방지 차원에서 신기술 도입과 공동점포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점포 직원이 했던 업무를 인공지능(AI) 기술로 지원하고, 다른 브랜드의 은행이 한 곳에서 업무를 보는 ‘한 지붕 두 은행’ 실험도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른바 ‘AI 뱅커’ 서비스는 아직 시범 사업 수준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상담 업무에 투입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은행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실효성에 대한 완전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또 ‘국민-신한’이나 ‘하나-우리’ 등 2개의 은행이 한 점포에서 영업하는 ‘공동점포’ 역시 본격적인 확대 흐름까진 고려해야 할 게 많다. 점포 운영비 배분 문제나 고객 유치 경쟁 과열, 영업 비밀 노출 우려 등 ‘경쟁 은행’과의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은행도 디지털 전환 속 점포 감출이 불가피하지만, 대규모 서비스와 신규 고객 유치 수단으로 점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고객 관계 강화를 위한 점포의 역할과 성격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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