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하는 은행 점포 폐쇄···‘우체국 위탁’ 대안 힘 실리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 국내 은행 점포가 330개 이상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이 비용·인력 효율화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은행 점포 감소세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따른 금융 소비자 불편도 예상되는 만큼 대안 마련이 필수적이다. 은행권에서 내놓은 ‘우체국 위탁’ 논의가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는 총 6094개로 1년 전보다 311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말 은행 점포가 7281개였던 걸 감안하면 6년 만에 1200개 가까이 사라진 셈이다.
지난해 시중은행이 줄인 점포는 230개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이 76개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 62개, 우리은행 55개, 하나은행 38개 순으로 점포 문을 닫았다. 지방은행과 특수은행 역시 각각 57개, 42개 줄었다.
은행 점포 감소폭을 보면 2018년 23개, 2019년 57개, 2020년 304개, 2021년 311개로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문화가 확산한 2020년부터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은행들의 점포 축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인뱅) 고객들이 늘어나고, 모바일뱅킹 고도화로 창구 수요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디지털전환(DT)에 대응하면서 점포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인력 효율성 등을 저울질했을 때, 결국 점포 줄이기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던 점포를 정리하며 ‘슬림화’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급격한 은행 점포 감소에 따른 금융 소비자 불편도 예상된다. 간단한 업무라도 창구에 의존하는 고령층이나, 상대적으로 점포 수가 부족한 지역 소비자들이 소외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운영 점포를 줄여나가는 대신 ‘공동 점포’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다음 달 중 경기 용인에 공동 점포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른바 ‘한 지붕 두 가족’ 실험이다. 1위 경쟁 관계인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역시 공동 점포 운영으로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점포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우체국 위탁’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국 2600개에 달하는 우체국 지점에서 은행의 단순 업무 처리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과 전국은행연합회, 우정사업본부는 테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 업무에 대한 우체국 위탁에 대해선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위탁 범위나 운영 방식 등 세부적 조율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내 단계적 시행을 목표로 논의가 이어질 뿐 최종 합의가 이뤄진 건 아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체국 위탁은 과거부터 거론돼 온 부분이기 때문에 은행권과 논의도 꾸준히 이어왔다”며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세부 내용이나 방식, 합의 등은 나온 게 없기 때문에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실효성 문제에 대해서도 계산이 필요하다. 예금 입·출금이나 송금 등 단순 업무만 취급할 경우 은행 점포 감소의 대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 고객들이 창구를 찾는 이유인 대출 업무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점포 운영에 대한 은행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고령층 등 금융 이용자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며 “우체국 창구 제휴 등 은행권이 추진 중인 내용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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