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株, 금리 인상·최대 실적에도 ‘털썩’…"기업대출 많은 곳이 유리"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글로벌 금리 인상기에도 은행주들의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의 수혜주로 거론되는 은행들이 도리어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거기에 예대금리차(예금-대출 간 금리 차이) 비교 공시 제도도 은행들을 압박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체 대출금리 상승에 기업대출의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업대출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지닌 은행을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KRX은행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09포인트(-4.04%) 급락한 596.62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개별 종목 중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전장 대비 650원(-5.33%) 하락한 1만1550원에 마감했고, 이외에 신한지주(-4.64%)와 하나금융지주(-4.46%), 카카오뱅크(-4.40%), KB금융(-3.44%) 등도 내리며 장을 마쳤다.
그간 은행주들이 금리 인상기에 예대마진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수혜주로 꼽한 것과는 대조적인 주가 흐름이다. 최근 은행권은 오히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가계대출 상환 부실 위험을 대비하고자 충당금 확대에 나섰다.
또 예대금리차 공개 제도 시행 이후 ‘이자 장사’ 비판 여론이 압박으로 작용하자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고 수신금리를 높이며 예대마진과 순이자마진의 증가세가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예대금리차 축소와 잔액 예대금리차 반락을 감안할 시, 3~4분기 은행권 NIM 상승폭은 상반기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지속적인 조달비용 상승으로 나타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게다가 지난 7월부터 월별 예대금리차가 공시되면서 은행별로 가산금리를 충분히 확보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수요부진을 반영해 최근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 금리를 일부 인하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 국내외 금리가 상승세를 보여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6%를 웃돌았지만, 장단기 금리차 축소국면이 이어져 은행 주가에는 긍정적 모멘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지난 7월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38%로, 전월 대비 0.02% 줄었다. 이는 은행간 금리 경쟁에 예·적금 금리가 상승해서다. 7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2.93%로 한 달 새 0.52% 급등해 2013년2월(2.94%)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런 영업환경 속에서도 증권가는 기업 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지닌 은행의 주식이 상당히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용대출의 금리가 전월 대비 9bp(0.09%p, 1bp=0.01%) 감소하며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반면, 기업대출 금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승해 전월 대비 28bp 올랐기 때문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는 대출 포트폴리오별 차이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계대출의 가산금리는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사이를 기점으로 여전히 하락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하지만 기업대출은 성장과 대출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기업 중심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탑 라인 증가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은행업종의 연간 순이자이익은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가계대출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하반기 마진 확대폭은 기대보다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