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시장조성자 활동 '소극적'...과징금 재발 등 여전히 규제 리스크가 발목

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9.01 08:07 ㅣ 수정 : 2022.09.01 08:07

지난해 시장조성자 제도 증권사들 14곳, 올해 6곳 활동 재개
금융당국은 슬그머니, 거래소 법률 리스크·수익 악화 탓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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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됐던 시장조성자 제도 활동이 재개됐으나, 다수의 증권사는 과징금 논란이 모호하게 끝나 또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찜찜함을 드러냈다.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의 시장조성자 활동이 재개됐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는 다수의 증권사에 떨어진 과징금 논란은 일정 부분 해소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당국 리스크를 떠안고 있어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시장조성자 증권사 9곳에 대해 역대급 규모의 과징금 480억원을 통보했다.

 

이에 증권사는 반발했고 결국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에 따라 증권사에는 ‘혐의없음’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증선위 결정 이후에도 당국으로부터 시장조성자 운영과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게 증권사들의 주장이다.

 

증권사들은 시장 소통을 강조했던 금감원이 과징금의 배경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뒤로 빠졌고, 제도 운용 주체인 거래소마저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시장조성자 제도 참여 증권사는 지난해 14곳이었지만 이달부터 활동에 들어간 곳은 6곳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과징금 폭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거래소는 증권사들의 시장조성활동 참여가 부진한 배경에 대해 법률 리스크가 부담이 커진 데다, 면세 혜택 축소 등 유인책이 사라지면서 증권사들이 줄줄이 발을 빼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성자들에 지급되는 인센티브가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는 2016년부터 시장조성활동 지원을 위해 증권거래세 면제 혜택을 줬다. 

 

그러나 고유동성 종목, 시가총액(시총)이 큰 종목에 대한 시장조성활동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며, 시총 1조원 이상 또는 회전율 상위 50% 이상 종목에 대해 면세가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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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조성자 활동 14곳은 미래에셋증권(관리종목 333개)과 한화투자(137개)·신한금투(116개)·부국(97개)·한국(86개)·메리츠(82개)·신영(80개)·NH투자(78개)·KB(68개)·이베스트(53개)·교보(10개)·골드만(17개)·SG(158개)·CLSA(77개)다.

 

이 가운데 지난해 9월 금감원은 잦은 호가 취소, 정정 등으로 시장질서를 교란했다며 미래에셋·한국투자·신한금투·한화투자·신영·부국·골드만삭스·SG·CLSA 9개 증권사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증권사들은 반발했다. 거래소가 허용한 종목에 적법하게 시장조성을 했다는 주장에서다. 금감원이 과징금을 통보하자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증권사 14곳 중 13곳이 호가 제출을 중단했다. 이에 1년 정도 시장조성 활동이 사실상 멈췄섰다. 

 

그러나 최근 증선위가 금감원 결정을 뒤집으면서 과징금 부과는 피했지만, 증권가는 규제 리스크 부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이번에 시장조성 사업자로 참여한 6곳은 △미래에셋증권(관리종목 111개) △NH투자증권(75개) △이베스트투자증권(111개) △교보증권(80개) △신영증권(94개) △네덜란드계 증권사 IMC증권(200개)이다.

 

시장조성자로 나서지 않겠다는 증권사들을 본지가 확인한 결과 내부적으로 검토 후에 결정한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몇몇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으로 증권사들이 시장조성자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며 "충분한 인센티브 제공과 이전과 같은 법률 리스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B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보다는 부서 내부적으로 다른 운용에 집중하기 위해 LP업무를 당분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5~6년 전부터 거래소가 주축으로 시장조성역할을 하라고 했는데 증권사에 시장교란 혐의는 큰 부분이라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성계약 종목 수도 줄었다. 코스피 시장의 시장조성계약 종목 수는 332종목에서 248종목으로 25% 감소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346종목에서 295종목으로 15% 감소했다.

 

이번에 선정된 시장조성자는 이달 1일부터 올해 12월 30일까지 시장조성계약 종목에 대해 상시로 시장조성호가를 제출해 저유동종목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거래소는 시장조성업무의 활성화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시장조성자의 적극적 참여, 활동 기반을 통해 제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거래소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선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시장 운영을 위해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도 있다 보니 난감할 때도 있다.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참여 증권사가 지난해 절반 이상 줄어들고 시장조성계약 종목 수도 대폭 줄어들면서 유동성 부족·변동성 확대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는 금감원이 시장조성자의 법률 리스크 대한 부담을 줄일만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장조성 제도는 투자자들의 원활한 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가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제시하는 제도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조성자로의 역할을 하는 기관에 대해 과도한 부정적인 인식은 피해야 한다"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역할을 하겠다는 곳이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한다고 접근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시장 활동이 위축되고 결국 유동성 공급이 잘 안된다"고 판단했다. 

 

성 교수는 "시장조성자 역할은 원활한 거래를 위해 필요한 데 유동성 공급이 잘 안되면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그래서 기관들이 시장조성 역할을 하는 것 자체에 여러 이슈들이 발생하면 일종의 리스크가 너무 커지게 된다. 거래소나 금융당국 등이 시장 활동을 하는 자체를 위험한 활동으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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