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과의 화학적 결합 성공시킨 대우건설 백정완 대표, 숙명적 과제는 ‘브랜드 가치 혁신’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정창선(80) 중흥그룹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를 완료한 후 백정완(59) 당시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백정완 대표는 '골수 대우맨' 출신이다.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1985년에 대우건설에 입사한 이래 37년 동안 한 직장을 지켰다.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경영'이 청년들의 가슴을 끓게 하던 시대에 입사해 영욕을 함께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정창선 회장이 '백정완 카드'를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기업사냥꾼처럼 피인수기업을 구조조정해서 매각하는 '점령군 전략'이 아니라 조직을 안정시켜 대우건설의 영광을 재현하는 '진화전략'을 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정 회장은 이 같은 경영전략을 수 차례 강조했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 임시주주총회에서 백정완 대표를 임명한 지난 2월 28일 '인수합병(M&A) 종결에 따라 대우건설 임직원에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대우건설의 조직을 안정화시켜 세계경영을 꿈꾸던 대우의 옛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 회장이 백 대표에게 부여한 과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 '조직안정'이고 둘째는 조직안정을 토대로 한 '브랜드 가치 혁신'이다.
백 대표는 대우건설에서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을 맡은 뒤 대우건설 주택사업 부문 역대 최고 성과를 올리는 등 경영 측면에서 인정 받았다. 따라서 대우건설의 정통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백 대표는 정 회장 입장에서 최상의 선택이었다는 평가이다. 정 회장은 백 대표 취임식에도 참석해 “대우건설 임직원에게 높은 신망을 받는 분으로 대우건설의 재도약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선임 배경을 밝혔다.
실제 백 대표는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이후 조직 안정에 힘써왔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인수 과정에서 중흥건설의 인수 조건에 대해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불만을 표해 갈등이 불거지자 백 대표가 중재한 것이 대표적 일화”라고 소개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대우건설의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했다. 3년간 내부 임원 출신 대표이사 선임, 집행임원 선임 시 대우건설 외 인력을 50% 이내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백 대표는 중흥그룹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중재하는 데 성공했고, 대우건설 내부의 신임을 얻어 6년 만에 내부 출신 수장이 됐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정 회장이 백 대표를 선임할 때 대우건설에서 해주길 원했던 역할을 직접 보여준 단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백 대표 취임식에서 정 회장은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저력과 잠재력을 믿고 있다. 대우건설이 과거의 영광을 뛰어 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백 대표는 “중흥그룹의 일원으로 새로운 변화와 성장의 주역이 되기 위해 자유로운 소통과 화합이 가능하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이 보장되는 일할 맛 나는 대우건설을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대우건설은 이에 따라 중흥그룹에 인수된 후에도 독립경영 체제이다. 기존 브랜드 ‘푸르지오’도 독자 운영하고 있다.
■ 백 대표, 조직 안정화 성공하며 TOP3 진입 목표로 제시 / 대우건설 관계자, "경쟁사로 이직했던 직원 복귀 분위기 형성돼"
조직 안정화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 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몰아 건설사 TOP3 안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직원들을 독려하며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 임단협 타결이 되면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급여가 평균 10%대 인상이 되면서 대형 건설사들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 수준이다. 실제로 이직도 줄었고, 직원들의 처우에 대한 불만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최근엔 경쟁사로 이직했던 직원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백 대표는 대우건설 현장소장 출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대우의 정서와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대우건설맨’이다. 그런 만큼 현장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몸으로 체득했다”고 백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설명했다.
또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소탈한 성격이 경영 스타일에도 묻어난다. 실제로 직원들이 사장실에 들어가서 보고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하게 생각한다”며 “인수합병 후 빠르게 내부 조직이 안정화됐고, 소통과 평등,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 등으로 조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기에 건설사 TOP3 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 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1985년 대우건설 입사 이후 '경영 역량' 인정받아온 '전략가'
백 대표는 지난 1985년 대우건설 공채 입사 후 경영역량을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대우건설 시공 주요 아파트의 현장소장과 주택사업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을 거쳐 2018년 11월부터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을 맡아 역량을 보였다.
백 대표가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을 맡은 뒤 대우건설은 2019년 2만1000세대, 2020년 3만2000세대, 2021년 2만8000세대를 분양해 3년 연속 신규분양 실적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8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뒤 2019년 6위, 2020년 8위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던 도시정비 신규수주도 지난해 크게 늘어 3조8992억원으로 4위에 올랐다.
특히 과천 주공5단지 수주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제안하면서 도시정비 부문에서 최강자로 불리던 GS건설을 꺾은 것은 백 대표의 결단력과 추진력, 전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 받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백 대표는 지난 2019년 ‘푸르지오’ 브랜드 리뉴얼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브랜드 철학, 정체성, 상품 등 모든 부문에 대한 구상을 직접 혼자 발표할 정도로 브랜드 리뉴얼에 힘썼다”고 전했다.
이같은 백 대표의 노력은 ‘푸르지오’가 한국표준협회(KSA)에서 주관하는 2020 한국서비스 대상 시상식에서 아파트부문 종합대상 수상,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성과로 이어졌다.
■ 브랜드가치 혁신 통한 대우건설의 진화, 한국경제사를 장식할 흥미로운 경영사례 될 듯
독립경영이 보장된 대우건설에서 백 대표의 향후 과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수익성 제고와 브랜드 가치 혁신이다. 실질적인 수익성을 끌어올리면서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백 대표는 핵심사업인 주택건축사업 성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는 거점국가인 베트남, 리비아, 나이지리아, 이라크에서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 중심의 수주에 나서고 있다.
실속을 챙기는 수익성 중심 경영이지만, 최근 들어 건설자재 가격과 노무비가 크게 상승하면서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다.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2분기 대비 10.6%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55.1%나 급감했다.
백 대표의 핵심역량인 국내 주택건축사업이 2분기 들어 건설자재 가격 상승 등 이유로 매출총이익률이 떨어진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대우건설 측은 “지난해 2분기는 베트남 스타레이크 시티 사업에서 추정치인 700억원 기준 두 배가 넘는 1600억원의 매출이 잡혀 크게 올랐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재 및 노무비 부담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다면 2분기가 원가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는 주택건축사업의 원가율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신규수주가 목표를 향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재무구조 역시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개선되고 있기에 경영 목표에 성공적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서 기존 ‘푸르지오’ 브랜드의 명성을 유지하면서도 가치를 더해 브랜드 가치를 재창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각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고, 대우건설 역시 ‘써밋’을 내세우며 하이엔드 브랜드 전쟁에 나서고 있다. 기존 브랜드인 ‘푸르지오’의 역할과 브랜드 고급화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백 대표가 대우건설의 부침을 함께 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브랜드가치 혁신은 '숙명적 과제'라는 게 업계의 평가이다. 백 대표가 중흥건설 체제 속에서 브랜드 가치 혁신을 통해 대우건설 진화에 성공할 경우, 한국경제사를 장식할 흥미로운 경영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