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상장사 ESG 평가] 대한항공, 2년 연속 통합 'A' 받은 강자...조원태 회장, "사상 최대 영업이익은 ESG덕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ESG경영 강화가 재무적 성과 비결"
대한항공, 2020·2021 ESG 평가 2년 연속 통합등급 'A' 획득
E·S부문 전년과 동일하게 각각 A+·A 등급, G는 한단계 상승한 A
항공업계 평가등급 B+·B·C 수준, 대한항공은 업계서 우수한 편
대한항공 “평가 등급보단 ESG 경영 본질 ‘지속가능한 경영’에 집중”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국내 900여개 상장회사들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에 대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한 ESG 평가 및 등급을 연 4회 발표하고 있다. ESG등급은 재무적 가치를 넘어선 비재무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 경영 지수로 자리잡고 있다. KCGS의 등급을 기초로 국내 주요기업들의 ESG 경영 실태를 취재·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대한항공은 전 세계적인 경영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전사적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 중 한곳으로 손꼽힌다.
대한항공 대표를 겸하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ESG경영 강화가 재무적 성과 창출로 연결된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항공 2022 ESG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이 2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내고 창사 이래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면서 "이는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은 결과이며 지속적인 ESG경영을 실천해온 덕분"이라고 밝혔다.
■ KCGS관계자, "이사회의 실질적 운영이 G등급 향상에 기여"
실제로 대항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경영악화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항공기 도입 △지속가능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사용 △친환경 항공기술 개발 등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친환경 항공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해 왔다.
3년 차에 접어든 전 세계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항공업의 특성을 활용해 백신 등 의약품 및 인도주의적 구호물자 수송에 적극 동참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소임을 다했다.
특히나 그간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대한항공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여성 사외이사 선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ESG 위원회의 선제적 설치 운영 등의 그간 지배구조 개선에 크게 공들여 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대한항공은 국내 대표 국적기 항공사 ‘대한항공’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Korea Corporate Governance Service)이 공개한 2021년 상장기업 ESG 평가 및 등급에서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 통합등급 ‘A’를 획득했다.
부문에 따라 환경과 사회는 전년과 동일하게 각각 A+, A 등급을 획득하며 선방했다. 대한항공 ESG 경영의 약점이던 지배구조부문은 전년도 B+에서 A로 상향되며 가장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와 관련 KCGS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중요 평가 지표인 정보공개 수준 자체가 좋아진 측면이 있으며 특히나 지배구조는 이사회 활동이 매우 중요한데 과거처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이사회 혹은 이사회 산하 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하려고 노력한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항공업계 자체가 크지 않고 대한항공 외에는 영세한 기업들이 많다 보니 평가등급이 B+, B, C 정도의 수준이라 대한항공은 업계에선 우수한 수준”이면서도 “지금 이상의 단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정보공개 수준에 그치지 않고 관행을 개선해야 하는데 당장에 관행 개선은 어렵다 보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환경(E) : SAF 사용 활성화·고효율 항공기 도입 등 노력 인정 받아
대한항공이 2년 연속 환경부문에서 A 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활동 확대다.
대한항공은 2021년 10월 항공업계 UN으로 알려진 국제 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서 세계 주요 항공사들과 함께 오는 2050년까지 항공업계 순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2050 탄소중립’ 공동 목표에 합의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탄소감축과 더 나아가 국내 항공산업에서 SAF 사용 활성화를 선도하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 농업 부산물, 폐기물 등의 친환경 원료로 만든 대체연료로, 기존 항공유와 섞어 사용할 수 있으며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지속가능 항공유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3~5배 높고 생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인센티브, 생산·급유 인프라 구축 등 제도적 장치를 필요로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미국·유럽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도입 기반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 국내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 손을 잡고 ‘지속가능항공유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한 친환경 비행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를 위해 SK에너지와 함께 한달간 제주와 청주발 국내선 노선에 기존 항공유와 동일하지만 해당 항공유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한 항공유인 ‘탄소중립 항공유’ 사용해 운항한 바 있다.
또한 탄소감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고효율 항공기 도입을 통해 연료효율 개선도 이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적극적인 신형 고효율 항공기 도입 전략을 기반으로 평균 기령을 11.3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국내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7월에는 국내 항공사 최초로 35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는 발행자금이 친환경 사업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에 사용되는 채권으로,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도입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ESG 채권 중 녹색채권(Green Bond)을 발행했다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 사회(S) : 코로나19 백신·인도주의적 구호물자 수송 높이 평가
ESG 3개 부문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부문은 코로나19 백신 및 인도주의적 구호물자 수송 적극적인 참여가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은 전 세계에 코로나19 백신을 운송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 유니세프(UNICEF)와 코로나19 백신 및 의료물품의 글로벌 수송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은 모든 국가에 코로나19 백신을 충분하고 공평하게 배급하기 위한 코백스 퍼실리티는 세계 모든 국가에 코로나19 백신을 충분하고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 국제 프로젝트 기구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구성했다.
유니세프는 코백스 퍼실리티의 코로나19 백신 보급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대한항공은 이 협약을 통해 코백스 퍼실리티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전 세계에 실어 나른다.
대한항공은 이보다 앞서 2019년 9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전담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해 백신 수송을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백신 제조사별로 수송 조건이 서로 다른 점을 고려해 다양한 조건에 부합할 수 있도록 콜드체인 강화 및 시설 장비 보강 등에 노력을 기울였다.
■ 지배구조(G) : 개선 노력 인정되지만, ‘여성임원’ 비중 아쉽다
대한항공의 ESG 평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문은 지배구조다.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아 온 ‘오너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최우선 과제로 지배구조 개편이 요구돼 왔고, 대한항공 역시 지배구조 개선에 힘썼다.
가장 먼저 2019년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작업을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대한항공의 대표이사는 우기홍 사장과 조원태 회장이지만 이사회 의장은 정갑영 사외이사가 수행하고 있다.
또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이 75%로 높은 편이다. 업계 경험이 풍부한 사내이사 3인과 함께 재무·경제, 법조계, 관계, 기업지배구조, ESG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외이사 9인으로 꾸려졌다. 특히 사내·외 이사 중 오너 일가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1명뿐이다.
아울러 ESG 위원회를 선제적으로 조직해 ESG 경영에 대한 최고의사를 결정하고 있다. 사외이사로만 꾸려진 위원회는 매 분기 정기 회의를 열고 회사 ESG 전략 및 정책 수립, ESG 추진현황 관리 및 감독, 기타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안건 사전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 밖에 이사회 산하 ESG 전담조직인 ESG 사무국을 신설함으로써 체계적인 ESG 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2020년 3월에는 박현주 뉴욕멜론은행 한국 대표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다만 사외이사 9명 가운데 여성은 박 이사 한명 뿐인 데다가, 여성 임원 비주 또한 6%에 그쳐 추후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다소 아쉬운 평가도 있다.
■ 대한항공 “ESG 경영 본질인 ‘지속가능한 경영’에 집중”
대한항공 측은 ESG 개선 과제 발굴 및 이행을 위해 다각도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며, ESG 등급 향상보다는 ESG 경영의 본질인 지속가능한 경영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SG 경영 강화 방침을 토대로 다각도로 ESG 개선 과제 발굴 및 이행 중에 있다”며 “ESG 경영 강화에 대한 당사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으로 내부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안주하지 않고 ESG 경영 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ESG 평가도 참고해 전 세계적인 ESG 트렌드를 분석하고 개선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지속 노력 중이며 대응 현황 및 향후 과제를 ESG위원회에 보고해 이사회 차원의 ESG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부문 등급 향상과 관련해서는 “2020년 3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시작으로 사외이사 비중 확대, 여성 사외이사 선임, 이사회 사무국 설치를 통한 사외이사 지원체계 강화, 이사회 내 ESG 위원회 설치, 안전위원회를 제외한 이사회 내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등 이사회 독립성, 다양성, 투명성 및 전문성을 강화했다”며 “이러한 개선 성과들이 평가에 반영돼 지배구조 등급이 전년 대비 상승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여성임원 비중에 대한 다소 아쉽다는 평가와 관련해서는 “2021년 12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사회 구성원이 성별, 연령, 지역, 인종, 종교, 교육수준 및 장애여부 등의 요소에 의해 차별받지 않도록 '대한항공 지배구조 헌장'을 개정했다”며 “이러한 이사회의 다양성 및 포용성 정책에 따라, 향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명망 있는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을 적극 물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ESG 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획득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으나 ESG 경영의 본질인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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