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인플레이션과 화폐의 속임수
[뉴스투데이=이성규 수석부국장] 최근 우리 경제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이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파장을 몰고 올까.
일단 인플레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기간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을 말한다.
지난 몇년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실물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장기간 고수해왔고, 시중에 돈을 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른바 유동성 확대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선택하며 코로나19를 극복하려 했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돈풀기'는 이른 곳은 올해 1분기 말, 늦은 곳은 2분기가 시작하면서 종말을 맞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중국의 봉쇄 정책 등으로 원자재나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 경제는 단순 인플레이션이 아닌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그렇다면 고(高) 인플레이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꺼내들 수 있는 가장 기본 적인 카드는 정책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올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 13일 0.5%포인트라는 빅스텝을 단행하며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붙였다.
이는 중앙은행 설립 본질인 물가 타켓팅에 따른 정책 방향으로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계의 관심은 미국 연준에 쏠리고 있다. 미국 상황 역시 물가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가 지난 13일(현지시간)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9.1% 올랐다. 4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따라서 이달 예정된 미 연준 회의에서는 빅스텝이 아닌 자이언트스텝 또는 울트라, 점보 스텝인 1%의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여하튼 이처럼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인플레이션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먼저 화폐의 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승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숨은 쉬고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화폐가 우리를 속인다. 정확하게 말해 화폐의 가치가 우리를 기만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돈의 가치가 하락한다. 따라서 돈을 빌려준 사람보다 돈을 빌린 사람이 이득을 본다.
금리가 올라 돈을 빌리기 무섭다고들 하지만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돈을 빌리면 돈의 금액은 고정되지만,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향후 빚을 상환할 때는 오히려 이득일 수 있다.
예금 투자도 마찬가지다. 금리 상승기어서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해서 최근 시중자금은 안전자산인 예금과 국채 투자 등에 몰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5~6%인 상황에서 예금, 국채 3% 금리에 투자한다면 이는 -3% 안팎의 손실을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1억원을 3% 저축 상품에 투자한 이는 이자로 1년에 300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6%면 1억원을 예금에 투자한 사람은 -3%을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이다.
300만원을 이자로 받았지만 사실상 3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여기에 300만원에 대한 세금도 빠진다. 고금리 예금이라고 투자했지만 결국 손실을 보는 셈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화폐의 착각'이라고 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5%, 6%라면 이를 넘어서는 투자를 해야지만 인플레이션 시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전문가들은 예금, 국채 투자보다 실물(금,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업도 수입업체보다 수출업체가 인플레이션 시대에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 유지되는 한 달러는 강세를 피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원화는 약세를 보인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당연히 우리 수출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수출 확대를 꾀할 수 있다. 반대로 물건을 사올 때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수입업체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시대에도 이득을 보는 경제 주체는 있기 마련이다.
아쉽지만 돈이 넉넉한 부자가 아니라면 실물투자를 비롯해 여러 투자 대상을 물색하기란 어렵다. 서민들에게는 '인플레이션 헤지'라는 것은 경제학 서적에서나 나오는 고상한 단어이고, 미디어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아니 실제 그렇다.
따라서 정부를 필두로 대기업과 자본가들은 인플레이션 시기 서민 경제에 좀 더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포용적 정책을 확대하는 데 그 어느때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