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은행의 탐욕과 금리 결정 구조
[뉴스투데이=이성규 수석부국장/경제부장] 한국은행(한은)은 25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앞서 지난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부터 지금까지 정치권은 물론 금융권에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금리라는 주제가 돼버렸다.
이제 대한민국은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모든 경제 주체들은 기준 금리 1%대 시대를 살아야 하고 적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돈의 가치를 결정하는 합당한 이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두고 적지 않은 내홍을 겪고 있는 중이다.
여하튼 돈을 예금한다거나 빌리면 이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데 우리는 이를 이자(利子)라 부른다. 이자는 돈의 가치이자 시간의 보상이기도 하다.
당연한 시장 논리이기도 한 이러한 이자 시스템은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눈뜨면 하루가 멀다하고 뛰어오르는 집값에 서둘러 내집 마련에 나선 청장년층을 비롯해 평생 내집 마련을 꿈꾸며 은행 또는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많은 세대가 고통을 받으면서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대권 도전에 나선 대선 주자들도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금리와 이자 이슈다.
각 정당의 대선 주자들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자신들이 해결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많은 표심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이므로 놓칠 수 없은 어젠다(Agenda)가 금리와 이자인 셈이다.
대선 주자들이나 이들이 속한 정당들은 (은행의)금리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 보겠다며 금융권과 시장에 이런저런 훈수, 가끔은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그리고 주적을 탐욕에 눈 먼 은행들로 돌려 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정치는 주적이 있어야 논리가 세워지고 싸워야 할 이유가 생기니 어쩔 수 없는 것이나 씁쓸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금융시장, 이자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는 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겠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문제를 제어해 보겠다며 시장금리 상승을 용인하는 분위기이나, 대출금리 상승으로 혹여나 가계 소비 감소와 함께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그렇다면 이자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말 탐욕스러운 은행들에 잘잘못이 있는지 따져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예금금리 결정과정부터 들여다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은행들이 마음대로 예금금리를 결정하진 않는다. 은행간에도 경쟁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은행이 예금금리를 낮추면 고객들은 해당 은행을 떠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또 이자놀이를 해도 된다고 면허(라이센스)를 준 금융당국의 눈치도 봐야 한다.
예금금리와 달리 대출금리는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대출금리는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할때 필요한 원가(예금금리 등)와 차주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은행이 챙겨야할 이익(가산금리)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결정된다.
여기서 한은 기준금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준금리는 말 그대로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된다.
그렇다고 한은 기준금리가 대출금리와 100%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은행은 대출금리를 정할 때 한은이 정한 기준금리가 아닌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코픽스(COFIX)를 기준으로 삼는다. 현재는 CD금리보다 코픽스금리를 기준으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결정하고 있는 추세다.
코픽스 금리는 은행 조달비용과 연계한 금리다. 아울러 잔액기준과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나뉜다.
쉽게 말해 잔액기준은 현재 은행이 유지중인 금융상품들에 적용해 놓은 금리이고, 신규취급액 기준은 이달 새롭게 유치한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금리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규취액 기준 금융상품에 금리가 움직이며 대출금리가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하튼 한은 기준금리와는 다르지만 어차피 정책금리라는 게 모든 금리에 영향을 미치니 한은의 기준금리도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스탠스가 명확하고, 시중금리 상승기에 대출을 원하는 예비 차주라면 신규취급액 기준이 아닌 잔액기준으로 대출을 받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여기서 은행의 탐욕이라 지적받는 것이 가산 금리다. 은행들은 대출을 통해 이익을 얼마나 낼지 재량으로 결정하고 이를 가산금리를 통해 실현하고 있다.
가산금리가 과한지 적정한지는 정밀한 모델링이 필요하다. 모델링 결과가 나오기까지 은행의 탐욕을 지적하기는 다소 이른감이 있다. 이 모델링은 중앙은행이든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 그래야 공신력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도한 대출금리를 모델링 결과가 나올때까지 손 놓고 보자는 얘기는 아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앞으로 은행이 나아갈 사업 방향으로 예대마진이 아닌 비이자수익증대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대형은행들은 조단위의 이익을 분기마다 내고 있다. 이중 80%는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이다. 비싼 대출금리와 낮은 예금금리 차를 이용하는 방식이니, 은행 입장에서는 이처럼 편안하게 돈버는 방식이 없을 것이다.
만일 이들 수익 중 예대마진 비율이 줄고 비이자 수익 부문이 늘어난다면 은행들이 현재 자율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 또한 충분히 낮아질 수 있다.
글로벌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차세대 수익모델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도 국내 은행들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현재 글로벌 은행들은 MZ세대를 미래 핵심 고객으로서, 50세 이상 고령층은 현재 캐시카우로 양자 모두 중요한 고객군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은행들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수용 강화 상품·서비스 확대 ▲소셜미디어 활용 ▲게임 요소 접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우리 은행권도 세대별 특징과 향후 변화를 정확히 인지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대마진에만 목을 메고 있어서는 안되는 얘기다.
그래야 탐욕이라는 오명을 벗어나 한단계 성숙한 금융으로 국민에게 신뢰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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