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급위기와 불황공포 누가 더 셀까, 국제유가 천연가스 향배 갈림길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국제원유와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지난주를 고비로 갑자기 내림세로 돌아섰다.
가격을 끌어내린 것은 다름아닌 불황에 따른 에너지 수요감소 우려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통화긴축으로 세계적 불황이 덮치면 원유 등 에너지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므로 가격이 오를 일이 없을 것이란 예상이 시장에 급속도로 퍼진 것이다.
에너지 가격, 특히 원유가격이 올들어 크게 오른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컸다. 세계 석유수출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적인 금수조치로 석유수급이 꼬이면서 원유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한때 123.68달러까지 치솟았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139.13달러까지 치솟아 일부에선 유가가 170, 180달러까지 가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러시아는 중국을 탈출구로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석유수출을 통해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전쟁이후 중국은 값이 떨어진 러시아산 원유수입을 평년보다 최대 70%이상 늘리며 쓸어담다시피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 덕분에 러시아 수출에서 최대 40%를 차지하는 원유수출에 숨통이 트였고 이를 기반으로 서방의 제재를 비웃듯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원유수급에 당장 변화가 없음에도 선물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선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대폭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기폭제가 됐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게 되면 세계경제가 긴축공포에 빠져 경기가 급속도로 식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원유와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다고 해서 이 추세가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석유와 천연가스, 식량 등을 계속해서 무기로 사용하며 전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 요량이기 때문에 단순히 불황에 대한 공포심리가 원유 등 에너지 가격변수에 결정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과거 불황이 원유 수요에 미친 영향을 보면 어느정도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원유수요를 가장 극적으로 끌어내린 것은 코로나19의 발발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발발과 함께 전세계적인 원유수요는 최대 9.3%나 줄어들었다.
두 번째로 영향을 미쳤던 것은 1980년 불황이었다. 당시 원유수요는 4.12%가 감소했다. 세 번째는 1982년 불황 당시 2.69%가 줄어들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1.42% 감소했었다.
세계적 불황을 몰고왔던 제1차 오일쇼크 때는 0.97% 감소하는데 그쳤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불과 0.6% 줄어들었다.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원유 가격은 배럴당 147달러에서 30달러로 급락했던 것을 고려하면 수요감소폭이 작다고 해서 가격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경제는 심리가 큰 영향을 미친다. 한 방향으로 움직이던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긴축정책과 그로인한 불황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주춤거리고 있다.
에너지 가격은 당분간 수급불안과 불황 우려 사이에서 당분간 박스권을 형성하다가 어느 한쪽의 공포가 더 커지면 급격하게 그 방향으로 다시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급등이냐, 급락이냐 에너지 관련 ETF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크게 잃거나 크게 버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