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2.06.10 00:30 ㅣ 수정 : 2022.06.10 00:30
[기사요약] ‘공급망 붕괴’로 요약되는 펀더멘털 변화는 물류에도 새로운 표준체계를 요구 기존의 숙제였던 물류자원 부족과 운송비용상승은 극도로 심화 소비자 압력, ESG, 지리적 네트워크 같은 도전과제의 급부상 새로운 기준에 부합하는 '뉴노멀 물류'는 위기이자 미래의 기회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AI가 주목받게 되었듯이 2021년 3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입성(86조원 시가총액 인정)은 일반 국민들의 물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더욱이 의아했던 점은 당시 쿠팡의 적자 규모가 4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한편 쿠팡 상장 1년 전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을 독일계 DH(딜리버리 히어로)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창고와 트럭으로 대변되던 3D업종 물류가 핫한 주목을 받게 된 다이나믹스(Dynamics, 역동성)는 과연 무엇이고, 그렇다면 미래에도 물류는 계속 주목받는 산업으로 남게 될까? 역동적인 물류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승한 경기대 SW경영대학 겸직교수] 2022년 현재의 물류를 한마디로 나타내면 ‘공급망의 붕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송 및 물류가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뉴노멀(New Normal)이란 원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펼쳐진 저성장, 저금리, 고규제 경제 환경을 대변하는 용어로서, 기존 체계와 다른 ‘새로운 표준’을 뜻한다. 즉, 이전에는 비정상적으로 보였던 현상이 점차 보편적인 현상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물류에 닥친 펀더멘털의 변화가 가져온 ‘뉴노멀 물류’의 키워드를 정리해 본다.
• 물류자원 부족의 심화와 가용성(capacity) 관리
해상 컨테이너 부족은 이제는 일상화된 이슈이며, 코로나 팬데믹 과정의 노동력 이슈는 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노동력 부족은 단지 항구 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트럭 드라이버의 노동현장 이탈 또한 이슈이다.
이런 물류자원의 구매 및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가용성(capacity)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디지털 기술 도입과 자동화는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육상운송은 어떨까?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따라 운송 화물 사이즈 감소 및 운송 빈도 증가로 트럭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운송차량 생산은 제한적이고, 기사 역시 고령화 및 워라벨 중시 등으로 노동력 부족현상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다.
• 운송비용 증가로 인한 극단의 비용 절감 요구
노동력, 운송용량 부족에 더해 화석연료 가격급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운송비용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오랜 기간 지속할 트렌드가 될 것이다.
해상, 항공, 육상운송 할 것 없이 모든 운송모드에서 운송 요율은 증가일로에 있고, 20% 넘게 오른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경쟁자 대비 효율적인 구매(인력, 운송비) 능력을 갖춘 업체의 경우는 운송비에 대한 최적의 요율을 관리함으로써 자신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시스템 투자를 통해 구매 전 과정의 프로세스를 투명화, 자동화할 수 있다.
또다른 예로 ‘밀크런’ 배송(Multi-pickup or Multi-drop)이 빈번한 오퍼레이션에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엔진을 도입함으로써 20% 넘는 운송비 최적화를 달성할 수도 있다.
• 증가하는 소비자 압력과 미디어 관심에 대한 대응
아마존이 촉발한 ‘배송속도’와 ‘서비스 편의성’은 이미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한 경험이 되어버렸다. 사실상 불필요한 공급망 체인의 제거와 재설계는 이커머스 환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트렌드가 되었다.
이를 부채질한 것이 이런 추세에 대한 미디어의 과도한 노출이고, 이를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더욱더 이런 추세를 당연시하게 되었다.
일반 공산품에서 최근 신선식품으로 속도와 편의성 경쟁은 확산하였고, 이는 의약품을 비롯한 타 제품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런 소비자발 공급망 재편의 핵심에도 디지털 기술혁신이 자리잡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 이제는 플랜 수준이 아닌 ESG 실행요구
UN은 지난해 발표한 3천페이지가 넘는 기후변화 보고서(Code Red)에서 200여명의 과학자들이 수면상승과 폭염, 홍수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경고하였다.
또한 지난해 글래스고우에서 열린 UN주재 COP26(Conference of the Parties, 1995년 COP1을 시작으로 26번째 회의)에서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고, 이에 더욱 강력한 제재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GHG(GreenHouse Gas, 온실가스) 발생 및 포장재쓰레기 감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2022년부터는 말뿐인 ESG 목표가 아닌 ESG 실행이 글로벌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이를 운송과 물류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면 모든 기업은 아래와 같은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 공차(empty miles) 감소
- 온실가스(GHG emissions) 측정 및 감소
- 재활용(Reusable) 포장재 도입전략의 수용
ESG의 E(Environment)만을 강조했지만, 다른 S(Social)와 G(Governance)에 대한 공급망 차원의 관리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뉴노멀 물류의 과제가 되고 있다.
• 복잡한 지리적 네트워크 관리
과거 오프쇼어링(Offshoring) 같은 글로벌화의 결과로 지리적 네트워크 복잡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는 경우 이들 복잡성을 관리하는 것이 비용절감의 주요 방법이다.
공급망 상에서 상위 혹은 하위 스트림을 구성하는 파트너들 간의 디지털 연계를 구축함으로써 자신만의 생태계(ecosystem)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에코시스템 구축은 이들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하고 이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리쇼어링(reshoring)이나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같은 복잡한 공급망 네트워크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이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의 여파로 세계화 시대가 끝나고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폐쇄적 경제블록의 여파로 등장한 용어가 있다. 최근 동맹국끼리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라는 신조어이다.
프렌드쇼어링은 분명히 물류비용 상승의 효과로 나타날 것이고, 이 역시 뉴노멀 물류를 규정하는 펀더멘털의 변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공급망 병목의 이슈를 자각한 만큼 상호 신뢰 가능한 동맹국의 협업으로 이런 리스크를 해결하여 물류비용 상승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효과도 고려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