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 강석훈 산은 회장, 부산이전發 내부 갈등 본격화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노동조합의 반발로 취임식도 열지 못한 채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강 회장을 부산 이전 임무 이행을 위한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는 등 산은 새 경영진과 조직원의 내부 갈등이 본격화됐다.
10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강 회장은 취임 이후 노조의 저지로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 출근을 못 하고 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산은 회장 임명안을 재가한 이후 취임식도 가지지 못했다.
이 같은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공약한 바 있다. 인수위 체제에서 이 공약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가시화됐다.
부산 이전 문제가 물 위로 떠 오르면서 산은 내부 반발도 거셌다. 노조 등 산은 내부에서는 부산 이전을 두고 실효성 없는 선심성 공약이라며 산은 기능 약화로 한국 금융 경쟁력 훼손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윤 대통령 대선 승리 시점에 자리에서 물러난 이동걸 전 산은 회장도 부산 이전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이 전 회장은 대선 전인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이전 공약과 관련해 “옮겨봐야 소용없고 소탐대실할 것”이라며 “근본적인 인프라와 기술을 갖춰나가고 금융이 도와줘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몰이해 탓에 지역 정치인들이 잘못된 주장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금융업계에서는 산은 본점 부산 이전 실행이 차기 회장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차기 회장으로 정책통 정치인 출신 경제 전문가인 강 회장이 낙점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서울대 경제학과, 위스콘신매디슨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를 졸업한 강 회장은 대우경제 연구소 금융팀장,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기획예산처 기금평가위원을 거쳐 19대 국회의원, 2016년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서초을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 같은 해 말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캠프의 정책위원을 맡았다.
박 전 대통령 시절 ‘경제 참모’ 역할을 맡았던 강 회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윤석열 경제교사’로 활약했다. 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활동한 데 이어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 정책특별보좌관을 맡았다.
이 같은 이력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선 산은의 부산 이전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강 회장을 임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강 회장의 임명을 두고 노조는 “산은 본점 지방이전 미션을 받고 온 낙하산 회장”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7일 성명서를 내고 “내정자(강석훈 회장)가 본점 지방 이전 미션을 부여받고 올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며 “노동조합은 산은이 또다시 부적격 낙하산의 놀이터로 변질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문성과 도덕성, 리더십, 산은 조직에 대한 이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라도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며 “엄밀히 말해 금융인, 금융전문가인지 자체가 의심스럽다”며 강 회장의 자질을 문제 삼기도 했다.
노조는 강 회장이 부산이전 철회를 약속하지 않는 한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출근길이 가로막힌 강 회장은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노조와 회담을 제의하는 등 협상을 시도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강 회장은 지난 7일 “산은 전 구성원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당면 과제들을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취임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부산 이전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다.
노조와의 긴장 관계가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면서 강 회장으로선 산은 내부 갈등 봉합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내부 갈등이 지속될 경우 산업계 구조조정 등 남은 현안을 풀어나갈 동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산은은 부산이전외에도 전임 회장이 매듭짓지 못한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합병, 대우조선해양, 쌍용차 매각, 자회사 KDB생명 매각 등 구조조정을 해결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