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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릴레이 인터뷰 (3)끝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 박시은 회장 “전문성 부족한 간호사가 응급구조사 대체하면 그 손해는 위급환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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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기자
입력 : 2022.05.14 06:00 ㅣ 수정 : 2022.05.16 08:39

"간호사들이 응급구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의료 직군을 침습하는 게 문제"
"처치·치료 소유권 분쟁 그만두고 각자의 자리서 최선을 다해야"
간호법 제정 시 의료계 다양한 직군 기울어진 운동장 돼

간호법 제정을 두고 의료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치권 및 대한간호사협회는 간호사 처우 개선 및 의료 서비스 선진화를 주장하며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의 단체들은 간호법 제정으로 다양한 직업군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단체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 카드도 꺼내들 태세라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투데이가 이처럼 간호법 제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관련 이익단체 대표자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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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 회장이 2020년 '전문간호사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 폐기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박시은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 회장(대한응급구조사협회 사업위원장·광주동강대학교 응급구조학과 교수)가 12일 뉴스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던진 첫 단어는 ‘간호사 왕국’이었다. 

 

박 회장은 “간호사 면허로 80여 곳을 취업할 수 있는 데 국내 직군 중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건 전무후무하다”면서 “변호사도 취업할 수 있는 데가 적은 편인데 간호사는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상황에 간호법을 만들어 간호사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을 늘리는 것은 간호사 왕국을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이 이처럼 고강도 비판을 쏟아낸 것은 간호법 논란 이전에 있었던 ‘전문 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 때문이다. 이 개정령안은 지난 2020년 3월에 시행됐는데 응급구조 관련 단체들은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이 개정령안이 시행되면 간호사 직군에 ‘응급전문간호사’가 포함돼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응급구조사들이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 회장은 “간호사 단체들이 입법을 통해 자신들의 직군을 넓혀나가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문제는 간호사들이 응급구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의료 직군을 침습(侵襲)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응급구조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119구급대원이 되기 위해서는 응급실에서 2년 이상 근무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응급전문간호사가 119구급대원이 되려면  모든 의료기관에서 2년만 근무하면 된다. 명확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 응급구조는 전쟁 등 재난상황에서 전문응급구조 처치를 수행하는 영역 /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간의 ‘치료·처치’ 갈등은 소모적 상황 / 박 회장, "응급구조사는 위급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적화된 의료기술 갖고 있어" 

 

응급구조사는 의료계에서 특수 직군이다. 면허 범위 내에서 일하는 의사·간호사 등과 달리 응급구조사는 자격에 의해 움직이는 직군이다. 

 

사전적으로 보면 ‘구조’(救助)는 재난 따위를 당해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을 구해 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자 ‘구’(救)에는 ‘치료’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우리나라 의료계 특성상 치료 행위가 수반되는 ‘응급구조’는 의사의 처방 및 지도 없이 이루어지는 의료 행위라 법리적으로 해석하기 모호한 상황이다. 

 

그러나 응급구조사의 탄생을 거슬러 올라가면 의사의 처방 및 지도 없이 치료가 가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지금의 응급구조사를 있게 한 닥터 페링턴은 군의관 출신이다. 한국전과 월남전에서 군의관으로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박 회장은 “미국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자 의사들을 현장에 투입할 의사가 적다보니 대안으로 찾아낸 게 응급구조사”라면서 “전투 위생병인 컴벳메딕들을 대상으로 닥터 페링턴이 응급구조 교육을 시켜서 탄생한 게 응급구조사”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 응급구조사들은 ‘파라메딕’(paramedic)으로 불린다. ‘메딕’은 위생병 혹은 의무병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파마메딕 뜻이 공수부대 소속 의무병인데 실제로 싱가포르의 경우 응급구조사 전원이 군인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전투 현장에서 사상당한 병사를 즉각적으로 응급 처치하는데서 탄생한 응급구조사들의 의료 서비스 영역에는 처방과 치료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의료계가 처방과 처치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처방과 처치는 의사들의 영역이었고 간호 인력들은 서포터의 역할에 취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응급구조사의 등장은 의료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응급구조사는 간호사들의 면허에서는 할 수 없는 의료행위가 가능하다. 1급 응급구조사의 경우 구급차 안에서 기관 내 삽관 등을 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응급구조사들이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를 놓고 간호사와의 팽팽한 긴장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위급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응급구조사들은 최적화된 의료기술을 갖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대학에 응급구조학과 신설돼 / 1997년부터 축적된 응급구조 노하우, 간호사가 체득 어려워 / 박 회장, "200개 이상인 간호사 시험 문항 중 응급구조 관련 문제는 10여개 불과"

 

성수대교(1994년)·삼품백화점(1995년) 붕괴사고로 발생된 환자들이 제대로 된 응급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다보니 부상이 악화되면서 응급구조사 양성에 대한 여론이 조성됐다.

 

응급구조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1997년에야 대학교에 응급구조학과가 신설됐다. 초기에는 응급구조 전문가가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다방면의 의료인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식었다.

 

박 회장은  “국내 응급구조 현장에서 자동심장충격기가 사용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응급구조과 출신들이 119구급대원으로 부임하면서 부터”라면서 “응급구조과 졸업생들이 다양한 응급구조 및 처치를 널리 알려 지금의 시스템이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7년부터 축적된 응급처지 노하우가 응급구조사에게 전달돼 지금의 체계를 이루고 있는데, 간호사는 관련 능력 없이 쉽게 응급구조의 영역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12월 12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소청도 인근 해안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해경 특공대원 2명이 사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선원은 유리창을 깨고 습득한 유리 조각을 이용해 해경 특공대원에게 상해를 입혔다. 당시 해경 특공대원은 방검복을 착용하고 있었으나 선원들은 보호에 취약한 옆구리 부분을 찌른 것이었다. 이로 인해 해경 특공대원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과다출혈로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경은 유사 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응급구조사를 출동 함정에 승선시키기로 결정했다. 

 

현재 해경은 해마다 5명 남짓 응급구조사를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한간호협회가 해경에 공문을 보내서 간호사들도 해경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했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응급구조사는 학교에서 해상 구조 등 다양한 실습을 통해 구조현장에서 최적화된 응급구조(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인력”이라면서 “간호사들이 과연 해경이 일하는 현장에서 응급구조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호사 시험이 200 문항이 넘는데 이중 응급구조 관련 문제는 10개 안팎”이라면서 “간호사 면허 따기 위해 응급구조 10개 항목만 배우면 되는데 현장에서 발생하는 많은 상황들에 의료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 응급구조사·간호사 역할 다른데...간호법 통과되면 간호사는 응급구조사 역할도 수행 / 박 회장, "환자 생명 걸린 응급상황에서 전문성 못갖춘 간호사가 잘 대응할지는 미지수"

 

따라서 응급구조사와 간호사의 의료 서비스 역량에 대해 어떤 직군이 더 우위에 있다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응급실만 놓고 보더라도 간호사와 응급구조사가 동시에 근무하고 있으며 각자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문제는 응급구조사의 직군은 고정돼 있지만 간호사의 영역은 제도적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응급구조사는 응급구조사만 하지만 간호사는 응급구조사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대한응급구조사협회가 간호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는 것이다. 

 

한해 간호대 졸업생 수는 2만여 명이지만 응급구조과 졸업생은 1700명 수준이다. 배출되는 간호사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응급구조사의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기관에 간호사들이 침습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중대제해처벌법이 강력하기 때문에 산업 현장에 의료 시설이 갖춰져 있다. 국내 경우 지난 2021년 1월 중대제해처벌법이 발효되면서 산업현장에 의료 인력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료계는 중대제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을 간호사들이 장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외국에서는 간호사가 아닌 응급구조사에 대한 요구가 높다.  응급구조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박시은 회장은 “응급실에 근무할 때 내게 오는 환자는 심폐소생술 아니면 손과 발이 잘려나간 사람들을 의사가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 놓는 것”이라면서 “산업 현장에서 중대제해가 발생한다는 것은 환자의 생명이 일촉즉발 왔다갔다 하는 상황인데 응급의료의 전문성 갖추지 못한 간호사가 대응을 잘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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