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릴레이 인터뷰(2)]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부회장 “간호법 통과는 탈 간호사 현상 부추겨, 유사 진료 행위 의료 기관 난립 허용하는 길”
"현 의료 시스템 원로 간호사 헌신 있어 가능, 간호사 업무 환경 개선 노력해야"
"간호법 제정은 의료법 정통성 부정하는 입법 낭비, 국회통과 저지 투쟁할 것"
간호법 제정을 두고 의료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치권 및 대한간호사협회는 간호사 처우 개선 및 의료 서비스 선진화를 주장하며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의 단체들은 간호법 제정으로 다양한 직업군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단체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 카드도 꺼내들 태세라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투데이가 이처럼 간호법 제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관련 이익단체 대표자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간호법 제정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간호사가 의사를 휘하에 두고 병원을 개원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 혹은 유언비어가 의료계 안팎에서 제기될 정도이다.
일각에서는 의사들이 간호법을 반대하는 이유가 간호사의 병원 개원 가능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의사들의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기를 쓰고 간호법을 반대한다는 식의 비판이다.
이런 유언비어는 법리적 해석의 오류로 발생한 것이다. 또 간호사 외의 의료 직업군에서도 의료 면허를 확장해 건강 관련 센터를 열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도 유언비어 조성에 한몫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외과전문의‧의학박사)은 10일 뉴스투데이와 단독 인터뷰에서 “기관장만이 요양보호사를 관리할 수 있는데 기관장은 의사이거나 사회복지사인 게 현행법에서 정해 놓은 체계”라면서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요양보호사도 간호사에게 업무 지도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의사와 사회복지사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며 나아가 기관을 열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 단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간호법에 대해 반대한 것은 시중의 유언비어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인 셈이다. 나아가 의료기사와 물리치료사, 치위생사 등이 간호법과 같은 유사한 법안을 제정해 의료기관을 열 경우 국민에게 돌아갈 의료 서비스 질이 낮아지는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정근 부회장은 “1차 의료기관(동네의원)의 경우 의료법상 의사 지도 아래 간호조무사가 간호 업무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작은 병원 안에서 의료 사고가 발생해도 의사의 1분 거리 안에 있어 즉각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면서 “유사 의료기관(물리치료센터 등)이 운영 시 발생하는 의료 사고 대한 조치가 불가능하면 환자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정근 부회장, "의협, 의료 서비스 개선 위해 목소리…의사 밥그릇 지키기 색안경은 ‘속상해’ "
이정근 부회장은 외과전문의로서 ‘간담도’가 전문 분야다. 지난 2000년 9월 전문의 면허 취득 후 2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한 후 경남 김해에 개원해 지금까지 16년간 병원을 운영해 왔다.
이 부회장은 “외과의사는 참으로 어려운 길, 잦은 호출과 응급수술로 지원하는 의사들도 적어 많은 일들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면서 “다른 의과는 환자가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전문의의 관리를 받는데 우리(외과의사)는 환자가 다시 찾아온다면 큰일(건강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라 열심히 치료해주고 인사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의료인의 현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전문의 취득 후 한 달 만에 동년배인 현 이필수 의협 회장을 만나고나서부터다. 집은 부산이고 병원은 김해에 있어 주말부부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의협 관련 일들을 하다 보니 병원 일에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병원에는 먼지가 무릎까지 쌓여 있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의료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의협이 밥그릇 지키기 위해 파업 카드를 꺼내면서 강샘(강짜)를 놓는다는 식의 비판 섞인 눈으로 바라본다”며 “나뿐만 아니라 의협 종사자들은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개관적이고 중립적인 방향을 제시하려고 애를 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리 부분과 사회 문제를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의료계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데 다만 의사가 의료체계에서 상위에 있다보니 일부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들 때문에 힘 들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 "간호법 제정은 의료법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직역 이기주의’ 일뿐"
의협이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도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전달하는데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1951년 ‘국민의료법’이라는 명칭으로 제정된 의료법은 많은 개정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만큼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의료체계상 문제가 있다고 굳이 간호법을 특별법(현재는 특별법 지위에서 내려왔다)으로 제정해 운영한다는 것은 의료법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의료법은 의료인의 업무 분장과 팀플레이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간호법은 이를 깨는 직역(職域) 이기주의”라면서 “의사는 처방만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진료라는 것을 하기 때문에 간호사와 협동해 환자에게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사(치과‧한의사 포함)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 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이라는 조항을 만들어 확장시켰다. 또 간호사 정확한 업무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해야 한다고 단수 조항까지 달아 놓았다.
간호법에 의하면 의사는 처방만 내리는 의료인으로 규정하는데 진료라는 게 진찰과 치료의 준말이다. 처방만 내리는 것은 의사의 진료 행위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만일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전을 갖고 면허에 허용되지 않은 행위를 하게 될 경우 환자는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사들이 확장된 면허로 지역사회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의료기관 밖에서 유사 진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정근 부회장은 “우리사회에서 변호사의 경우 자격증이라는 것을 발부 받지만 오직 면허는 의료인에게만 주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면서 “자동차운전면허가 허용되는 범위가 차에서 운전할 때뿐인데 의료 면허도 의료 기관 안에서만 사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있기는 하지만 의사가 길을 가다가 쓰러진 환자를 보고 진료행위를 하게 되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가속화되는 탈 간호사 현상, 간호법이 막지 못해…대안 마련 의료계 노력해야"
간호법은 국회 김민석(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에 대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간호 서비스 수요 증가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전염병 대응 및 치료를 위한 숙련된 간호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라고 그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의협은 김 의원의 이 같은 입법 취지는 현 의료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의협은 국내 전체 간호사 중 40% 이상이 탈 간호사 했다고 보고 있다. 탈 간호사 현상 심화로 대형 병원에 간호사 수가 적은 것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계 그동안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실력을 갖고 있는 간호사들이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민간 기업(직원 건강 관리실) 등으로 이직 현상이 빈번해지는 것을 의료계는 목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간호사의 면허 범위를 넓히고 간호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탈 간호사 현상을 촉진 시키는 것으로 의협은 진단했다. 특히 의협은 탈 간호사 현상을 막기 위해서 기존의 의료법과 보건인력지원법 등의 개정 작업을 거치면 되는데 간호법을 제정해 이를 보완하는 것은 입법 낭비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간호조무사에 대한 배려 없이 간호 서비스를 독점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감정에 호소해 법을 만드는 것은 이성적인 못한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정근 부회장은 “현 의료 체계는 의료 현장에 간호사가 있어야 안전하다는 보람을 느낀 원로 간호사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이 노력이 헛되지 않게 실력 있는 간호사들을 의료 현장에 있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간호법은 마치 직장 생활이 힘드니까 차라리 치킨집을 개업해 운영하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간호사들이 힘 들었기 때문에 간호 영역을 더욱 넓혀 전유물로 만드는 입법으로 보상해 준다는 정치권의 생각은 상식에 반하는 행동 같다”고 강조했다.
■ "의료계 3D 현상 개선 필요, 그러나 의료 서비스 향상 제공 우선"
탈 간호사 현상이 있듯 의사들도 인력난이 심각하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며 진료가 쉬운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많은 의사들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민 건강 혹은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외과‧흉부외과 등처럼 응급수술과 고도의 진료가 요구되는 분야에 지원하는 의사 수는 줄고 있다.
이정근 부회장은 “우리 같은 의사들은 사회적으로는 칭송 받을지는몰라도 사실상 3D와 다름없다”며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진료하기 때문에 의료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흔히들 우리를 두고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 다니는 듯한 진료라고 비유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많은 의료 단체들은 의료인들의 처우 개선 및 직군 신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간호법은 코로나19 시국 뜬금없이 등장한 인기 법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의료계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문제는 대중들이 코로나19라는 특수성 때문에 간호법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의료계 및 의료 소비자에게 가져다줄 파장을 모른다는 점이다.
이정근 부회장은 “의료 행위는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할 것 없이 원팀으로 분업화 돼 돌아가는데 간호법 제정이 되면 톱니바퀴가 하나 빠지는 셈”이라면서 “의료인들은 의료법을 수호하고 부족한 부분은 고쳐나가면서 최상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의 문제점을 널리 알려서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끝까지 사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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