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주총] 수장 교체에 여성 사외이사 배치···주주 환원 눈길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 대부분 주요 안건을 원안대로 처리하며 ‘슈퍼 주총 위크’도 마무리됐다.
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을 통해 10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이했고, 신한·우리금융은 여성 사외이사 확충에 나섰다. 또 주주 가치 제고 움직임도 눈길을 끌었다. KB금융 노동조합이 시도한 이사회 진입은 또 무산됐다.
대부분 금융지주의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도 관심사였으나 안건 처리에 대한 이변은 없었다.
■ 하나금융 함영주號 출범···10년 만에 회장 교체
올해 주총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건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임이었다. 2012년부터 하나금융을 이끌어 온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새 회장을 선임해야 했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적임자로 지목한 건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었다. 2015년 하나은행-외환은행 합병에 따른 초대 KEB하나은행장을 맡은 함 부회장은 2016년부터 지주 부회장을 겸직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 받았다.
하지만 함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변수로 떠올랐다. 채용 관여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얻어냈지만, 금융당국과 벌이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징계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주들에 권고했다. 반면 하나금융 측은 함 부회장의 소송이 회장직을 수행하는데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안대로 주총에 부쳤고, 최종 가결됐다.
특히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안건 통과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24일 함 부회장의 문책경고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뒤 찬성 쪽으로 기울었단 후문이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 지분 9.1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 금융지주 이사회에 분 여풍(女風)···주주 환원 정책 눈길
올해 금융지주들은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성별을 다양화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보폭을 넓히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송수영 변호사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우리금융의 지주사 전환 이후 첫 여성 사외이사다. 우리금융 측은 이사회의 성(性) 다양화 및 전문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ESG 경영을 바탕으로 지속가능 성장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지배구조 체계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신한금융 역시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를 신임 사외사로 선임했다.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 교수 역시 사외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신한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2명으로 늘었다.
올해 금융지주들의 주주 환원 정책 강화 움직임도 감지됐다.
신한금융은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유통되는 주식 물량을 사들인 뒤 없애 주식 가치를 부양하겠단 뜻으로, 대표적인 주주 가치 제고 방법으로 통한다.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한 주에 돌아가는 배당도 늘어나게 된다.
우리금융은 사업연도 중 1회 실시하는 배당일을 6월 30일로 명시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했다. 중간배당에 대한 주주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중간배당 정례화 등 주주 친화 정책 강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우리금융은 설명했다.
■ KB금융 ‘노조 추천 이사’ 선임 또 불발···국민연금 의결권 효과 미비
KB금융은 올해 주총에서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매년 주주 제안 방식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해 왔다. 하지만 올해도 선임이 불발되면서 5년 연속 고배를 마시게 됐다.
금융권에선 KB금융의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이 현실화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주주 특성상 주총 문턱을 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ISS 역시 KB금융 노조 추천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올해 금융지주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도 관심사였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9.19%), KB금융(9.05%), 신한금융(8.79%)의 최대 주주, 우리금융(8.99%)의 2대 주주다.
다만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이 실제 부결로 이어지진 않았다.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도 원안대로 처리됐다. 국민연금은 우리금융이 선임한 송수영 변호사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또 하나금융을 떠나는 김정태 회장의 특별공로금 50억원 지급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지만, 주총에서 최종 가결됐다. 국민연금은 함영주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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