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주총 시즌 개막···KB ‘노조 추천 이사’·하나 ‘회장 선임’ 촉각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3.08 07:24 ㅣ 수정 : 2022.03.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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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 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원 주주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손을 들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주요 금융지주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올해 경영과 관련된 주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빅 이벤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은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표결을 예고했고, 하나금융 역시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이라는 굵직한 안건을 처리한다. 특히 KB금융과 하나금융 노조 모두 관련 사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주총 전까지 노사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오는 25일 오전 10시에 각각 정기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 KB금융 ‘노조 추천 이사’ 선임 두고 표결...부결 전망 우세 

 

먼저 KB금융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을 주총 안건에 부쳤다. KB금융이 꾸리고 있는 이사회에 노조 추천 인사를 넣을지 주총에서 결정하겠단 것이다. 

 

앞서 KB금융 노조는 주주 제안 방식으로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에 추천했다. 그는 1985년 수출입은행 입행 후 여신총괄부장과 기업금융본부장, 중소중견기업금융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KB금융 노조는 김 전 부행장을 글로벌 금융 전문가로 보고 있다. KB금융이 경쟁 금융지주 대비 글로벌 사업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만큼, 해외 사업 전문가로 꼽히는 김 전 부행장을 사외이사에 앉혀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게 KB금융 노조의 설명이다. 

 

류제강 KB금융 노조 위원장은 “(김 전 부행장은) KB금융의 취약한 해외 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인물”이라며 “이번 주주 제안은 경영 참여가 아니라 KB금융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금융사 도약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라고 말했다.

 

KB금융 노조는 타 금융지주 노조보다 사외이사 추천에 적극적이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 째 주주 제안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 만약 올해 성공할 경우 민간 금융지주에서 노조 추천 인물이 사외이사 자리에 앉는 최초 사례가 된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해당 안건 통과를 위해 주총에서 찬반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까진 부결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에도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과 국민연금의 반대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부결된 전례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같은 민간 금융사는 공공기관과 성격이 다르다”며 “아직까진 노조 추천 이사에 대한 외국인 주주들의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고, 이것이 주총 표결 결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올해 주총에서 최소 1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꼽히는 최 교수는 카카오 사외이사를 6년간 지낸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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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1일 공식 출범한 KEB하나은행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으로부터 받은 통합은행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하나금융, 10년 만에 회장 교체...함영주 내정에 노조 반발 

 

하나금융의 경우 올해 주총을 거쳐 10년 만에 회장이 교체된다. 2012년 회장직에 올라 10년간 그룹을 이끈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3월 종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달 차기 회장에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을 단독 추천했다. 함 부회장은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금융권에선 그간 함 부회장이 ‘포스트 김정태’로 여러 차례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으나, 하나금융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함 부회장의 주요 경영 성과와 리더십에 높은 점수를 주며 차기 회장으로 추천했지만, 사법리스크에 대한 고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함 부회장은 오는 11일 채용 관련 사태 1심 선고를 앞둔 상태다. 유무죄 여부에 따라 항소가 제기될 경우 재판이 길어질 수도 있다. 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소송 역시 결과에 따라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선 앞서 DLF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채용 관련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사례를 비춰 함 부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 여부는 주주들 손에 달렸다. 그가 차기 회장으로 최종 확정되려면 주총에서 출석 주주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일단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의 ‘반대 권고’ 등과 같은 변수만 없다면 함 부회장은 무리 없이 차기 회장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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