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行’ 금융기관 지방 이전 가시화…내부 반발 등 과제 ‘산적’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방균형발전을 목적으로 내건 KDB산업은행(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공약 실현 여부가 금융권 화두로 떠올랐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구성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은행 이전 또한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언급된 산업은행뿐 아니라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 이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전이 예고된 지역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노동조합 등 은행 내부에서는 지방 이전에 대한 효율성 문제를 제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공약 실현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지역균형발적특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과제 발굴 작업을 맡는다. 이에 오는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수도권에 집중됐던 2차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작업 본격화
지난 2019년 정부가 1차 공공기관 이전을 마무리하면서 수도권 소재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아직 수도권에 남아있는 365개 기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차기 정부에서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상당수 수도권에 남아있는 금융기관의 이전 여부다.
윤 당선인의 지역균형발전 공약 중 대표적인 것이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이다. 과도한 수도권 금융 집중화를 해소하면서 부산의 숙원사업을 실현해주겠다는 의도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부산을 방문해 “부산이 세계 최고의 해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금융 자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국회를 설득해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4일에도 윤 당선인은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 하나로는 안된다”며 “대형은행과 외국은행들도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지방 이전 대상이 산업은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위에서 산업은행 외에도 서울에 있는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기관의 이전도 검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과정에 관련법 개정은 물론 내부 반발 등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윤 당선인이 공식화한 산업은행의 경우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법 개정을 위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한국산업은행법 4조 1항에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 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가 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산업은행 이전이 어렵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내놨던 만큼 향후 야당과 합의가 어렵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반기지 않는 금융권, 노조 등 "현실성 없다" 반발
또 다른 과제는 내부 반발이다. 산업은행 노조 등 내부 관계자들은 은행의 지방 이전이 가져올 효과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공약을 공식화하자 노동조합은 수차례 집회 등을 진행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면 부산지역 경쟁력 강화는 고사하고 업무상 비효율과 인력유출로 산업은행 경쟁력을 약화해 대한민국 전체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많은 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는 발언은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현실성이 전혀 없는 망언”이라며 “시중 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본점을 지방으로 보낸다는 것은 그 지역을 위해 운영 중인 지역은행들을 다 망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업은행 또한 부산 이전 공약과 관련해 대선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대선 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반대 의견을 내놓는 등 내부적으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 역력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대선 전 반대 의사표명을 한 이후 아직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대선 전 지난 1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이전 공약과 관련해 “옮겨봐야 소용없고 소탐대실할 것”이라며 “근본적인 인프라와 기술을 갖춰나가고 금융이 도와줘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몰이해 탓에 지역 정치인들이 잘못된 주장을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은행 차원에서 부산 이전 공약과 관련해 새로 입장을 표명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