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이 다른 이재명과 윤석열, 양극화 해소와 효율성 증대로 맞서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9일 실시되는 제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접전을 벌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일자리 및 고용노동정책'에서도 선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 '디지털 미래인재 100만명 양성' 을 한 목소리로 제시, 9.4%에 달하는 벤처·스타트업의 고용 증가율 끌어올리기
그러나 공통점도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전환’ 일자리 창출을 공통된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전 산업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며 디지털 미래인재 100만명 양성을 약속했다. 윤석열 후보 또한 디지털혁신부 신설, AI 산업 육성, SW 산업 발전,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 후보는 스타트업 정책 토크 자리에서 “금지된 부분 외에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 또한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네거티브 규제와 원스톱 규제개혁을 지원하는 등 신산업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분야 투자를 위한 펀드 조성도 비슷하다. 이 후보는 모태펀드 예산을 연 10조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윤 후보 또한 대폭 확대를 언급했다. 모태펀드란 정부가 기금 및 예산을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간접적 투자 방식의 펀드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핵심적인 펀드다.
디지털 투자 활성화와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은 두 후보의 공통된 키워드인 셈이다. 이는 일자리 현실을 반영한다.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디지털 분야 일자리 창출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의 증가율은 각각 전년 대비 6.4%p와 4.8%p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과 같은 전통 산업의 고용율은 2019년부터 꾸준히 감소해 2020년 대비 –4.3%p 줄었다.
이와 같은 디지털과 IT 분야 채용 증가에는 벤처·스타트업의 역할이 주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보험 가입 현황을 토대로 혁신 벤처·스타트업의 고용 동향을 분석한 결과 2021년 말 벤처·스타트업 3만6209개사가 총 76만4912명을 고용해 전년 대비 6만6015명이 증가했다. 벤처·스타트업의 고용 증가율은 약 9.4%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율(3.1%)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두 후보가 나란히 디지털혁신에 의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건 것은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주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 이 후보는 열악한 근로자 계층의 일자리 전환에 주목 VS. 윤 후보는 규제개혁 통한 기업성장이 만드는 양질의 일자리 강조
물론 차이점이 더 많다. 이 후보는 '평등한 기회'에, 후보는 '시장 성장'에 각각 방점을 두고 있다. 즉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자 계층의 직업 기회 제공에 비중을 두고 있다. 반면에 윤 후보는 규제를 개혁해 기업이 성장하면 좋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비전을 강조한다.
따라서 산업 전환에 따른 일자리 전환 공약에서부터 결을 달리하고 있다.
이 후보는 기존 직종의 사람들이 신산업으로 전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안전망 구축에 집중했다. 일자리 전환기본법 제정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정의로운 노동 전환의 정착을 의해서 장기 유급휴가훈련 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노동전환 지원금 규모를 점차 늘려가겠다”고 약속했다. 내연기관차 생산라인 근로자가 전기차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석탄발전소 근로자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제도와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유급휴가훈련제도는 사업주가 재직 근로자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할 시 정부의 지원으로 유급휴가를 실시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4주 훈련 과정에 대해 정부가 최대 임금의 150%까지 사업주를 지원한다. 직업 전환을 위한 기간에 급여를 지급한다는 이야기이다.
노동전환 지원금 또한 비슷한 내용의 제도다. 저탄소·디지털 전환 관련 기업이 근로자에게 교육을 제공할 때 발생하는 훈련 비용을 정부가 근로자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사업주에게 지원한다. 재취업 지원 서비스 의무화가 되지 않은 1000인 이상 사업장은 제한된다.
이를 확대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구상이다. 기업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게 지원하는 현행 제도의 범위를 확대해 탄소 다(多)배출 직종의 인력들이 녹색산업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일자리전환기본법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청년 고용률 5% 향상 공약도 그렇다. 중장년층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에 더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반명 윤 후보의 노동전환은 산업 전환기에 각종 규제를 개혁함으로써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제시했다. 기업이 성장하면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이처럼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4차산업혁명 고도화로 인해 소멸되는 일자리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에서 “산업 전환에 제대로 적응하고 올라타지 못하면 기업이고 근로자고 노동자고 간에 다 함께 망하는 상황에 부닥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자리 수요공급량 차원에서 서로 잘 조화를 이뤄 기업도 성장하고 또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서 청년 세대들이 우리 사회에 정상적으로 진입하게 해주는 것을 차기 정부의 종합적인 국정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 후보,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해결 VS. 윤 후보, 생산효율성 향상을 위한 노동제도 개혁
고용노동정책을 접근하는 시각도 판이하다. 이 후보는 '노동자의 권리 강화'에 집중한다. 반면에 윤 후보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관련 제도정비에 역점을 주고 있다.
우선 이 후보는 주 4. 5일제와 적정임금제 도입,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 기본법’ 등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프리랜서와 같은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 등과 같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의 공약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편법 고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배경으로 한다. 일례로 지난 3일 권리찾기유니온이 3월 3일을 ‘가짜 노동자의 날’로 지정하며 편법 고용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일명 '가짜 3.3 노동자'이다. 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서류상으론 민법상 도급 또는 위임계약(프리랜서 계약)을 하고 국세청에 사업자로 신고돼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 3.3%를 내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은 이 같은 사각지대의 근로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적정임금제와 4.5일제 도입은 이와 같은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안전망의 일환이다. 적정임금제는 근로자의 임금이 발주자가 정한 금액 이상으로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로 보통 건설현장에서 활용되는 개념이다. 이 후보는 이와 같은 적정임금제를 공공부문으로 확대하고 추후 민간부문 하도급까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근로자의 권리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주목한다. 그는 일자리 창출이 기업 성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대선공약집에서 현행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현 1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선택근로제란 근로자가 정해진 총 노동시간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제도다. 기존 52시간제를 유지하되 일률적인 ‘9시 출근, 6시 퇴근’ 제도에서 벗어나 24시간 내리 일하고 이틀 쉬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근로자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일별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해도 연장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효율성이 있어 재계에서 꾸준히 확대 요구를 하던 사인이다.
윤 후보는 재계의 목소리를 수용해 현행 1개월인 정산기간을 1년 이내 범위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정책을 개선하면 기업 성장과 고용 증대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윤 후보는 또 공약집에서 현행 연공서열제 임금체계를 직무가치·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증가에서 직무별, 개인 성과별로 임금을 달리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성과주의를 앞세워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이 경우 노동현장에서의 경쟁은 치열해지지만 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높아지는 장점을 갖는다.
윤 후보는 "노동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디지털 시대가 됐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줄여도 충분한 보상을 받고 합당한 생산성을 낼 수 있다"며 "각자가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게 20·30세대의 공정과 정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효율성을 중시한 노동정책이 결과의 공정성을 만들어낸다는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