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여천NCC가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수요예측을 강행하다 최근 발생한 폭발사고로 전액 미매각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여기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소위 ‘독박’을 쓸 처지에 놓였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여천NCC가 진행한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통해 매수 주문을 신청한 기관 투자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여천NCC는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A+’와 전망 ‘안정적’을 부여받은 기업이다. 또 지난해 3월에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400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해 발행액을 2300억원으로 증액하는 등 과거 채권 시장에서 성공적인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 여천NCC 여수 3공장에서 열교환기 점검 중 총 8명의 사상자를 내는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기업 전체 매출액(6조4720억원)의 5%인 3236억원에 달하는 제3공장 가동 중지 처분을 받았다.
여기에 이번 사고로 여천NCC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대상으로도 거론되는 등 사업상 리스크가 발생으로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외면받으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0원’을 기록했다.
금융권 내에서는 공모에 실패한 2000억원 규모의 미매각 회사채는 주관사로 참여한 각 증권사들이 전량 인수할 것이 유력시 되는 분위기다.
여천NCC의 사채 발행 계약이 총액 인수제로 진행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중개 기관이 증권 발행에 따르는 위험과 사무를 모두 담당하고 공모증권 전액을 자신의 명의로 인수하는 '총액 인수제'를 활용하고 있다.
대표 주관사인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각각 총 400억원씩 인수해야 되고, 인수단으로 참여한 다른 증권사들도 최대 300억원까지 채권을 매입야 할 처지다.
익명을 요구한 주관사 관계자는 “사고 발생 후 인수단과 증권사 측에서 발행 과정을 잠시 중단해야 한다는 의사가 오갔을 것”이라며 “하지만 회사채 발행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발행사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우호적이지 않은 채권 시장 환경에서 무리하게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정책 기조로 금리 인상 기류가 형성돼 채권 시장의 상황이 한동안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회사채도 마찬가지로 낮은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사고가 우려되는 기업의 채권을 발행할 때는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했을 것”이라며 “결국 악재가 겹치며 모범적이지 못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