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성장 이후를 위한 담론 (5)] ‘진성리더십’, 지속가능성장 유지의 묘약
경영전략에서 성공과 실패 요인 탐구는 늘 관심 주제 / 도덕성, 산업 내 경쟁우위 지속에 필요한 요건 /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진성리더십 중요성 알아야
미래학자의 예견대로 산업생산시대에서 문화생산시대로의 전환은 이미 우리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초연결사회, 공유된 지식과 기술, 복합 플랫폼화의 혁신은 문화생산시대의 기술적, 사회적, 문화적 자본의 역할을 담당한다. 마치 산업생산시대에 원천기술, 가격경쟁력, 유통망 확보가 핵심역량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수의 미래학자와 글로벌컨설팅 회사들이 2050년 한국의 1인당 GDP가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최근 한류로 대표되는 K-Culture의 신기록을 보면 이러한 전망들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듯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다’라는 명언처럼 위대한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시선과 노력으로 미래를 만들어야 할까? 관광 분야에서 30년 이상 일하고 연구한 우경진 교수의 지속가능한 문화관광산업을 위한 제언을 들어보자.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우경진 수원대 교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톨스토이는 오래전 세상에 화두 하나를 던져주었다.
많은 사람에게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저 화두를 나는 수업에서 가끔 던진다. 모든 원론이 그렇듯 교과목의 주요 내용은 기본틀을 갖고 있다.
경영전략론의 경우 상황분석-전략수립-전략선택-실행-평가와 순환이라는 사이클에서 다룰 기본항목들은 마케팅전략이나 수익전략, 브랜드전략에서도 유사한 절차로 적용된다. 세부 전술과 포뮬러(formula)만 다를 뿐이다.
우리는 많은 기업의 사례연구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는 비밀 코드를 찾으려 노력한다.
요즘은 학문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융복합을 강조하는 추세이지만, 이러한 추세도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기업의 경영전략도 어떤 조직보다 기업의 활동이 중요해지면서 더욱 활발해졌지만 이미 행정학, 군사학, 교육학 등 모든 영역에서 리더십, 조직문화, 조직 구조 등은 기업전략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알려져 왔다. 사회학에서도 성공과 실패의 요인은 늘 관심 주제이다.
• 기업이나 개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1990년대 버클리대 사회학과 교수인 ‘러셀 혹실드(Russell Hochschild)’ 는 70~80년대 미국의 개발과 성장의 시대를 지나면서 이혼율이 크게 증가하자 장기간, 다수 커플의 질적 연구를 통해 이혼하지 않는 부부에 대한 요인 연구를 진행했다.
상당히 방대한 내용을 집중해서 읽었지만, 결론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부부의 수입, 교육정도, 자라온 환경, 종교, 어떠한 요소도 이혼하지 않고 결혼을 유지하는 커플과 정상관성을 보이지 않았지만, 한 가지 남성의 가사분담 비율이 높은 가정이 지속성을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톨스토이가 말한 행복한 가정에 대입해보면 모두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공동의 책임과 헌신으로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불행한 가정은 남편의 늦은 귀가, 여자의 잔소리 등 수많은 사유가 누적되면서 이로 인해 잦은 다툼이 쌓이고 결국 파국으로 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듯 기본전제가 어긋나면 불행한 결말은 다양한 결별의 스토리로 전개된다.
그렇다면 너무 사소해보여 그 중요성을 말하기가 식상하기까지 한 평등한 가사분담이 가정의 존속을 위해 필요한 것처럼 기업이나 국가가 산업 내의 경쟁우위를 지속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단 한 가지는 무엇일까?
나는 가사분담만큼이나 생활용어인 ‘도덕성’이라고 생각한다.
• 4차 산업혁명의 새 시대 · 새 산업에 맞는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윤리
우리사회의 정치 및 사회지도층의 신뢰에 대한 실망과 우려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4차산업을 대표하는 카카오페이 대표의 먹튀 논란은 새 시대의 새 산업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진 모든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주기에 충분한 뉴스였다.
특히 경영전략이나 브랜드의 사례연구에서 국가대표 브랜드로 손꼽히며 젊은이들에게 존경을 넘어 애착기업으로 상징되는 기업도 결국 개인의 이익 앞에 철저히 무력화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다수의 젊은이에게 방향이나 이정표가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짧은 기간에 고속성장을 이루며 우리사회에서 경제적 성공은 오랜기간 자신과 가족구성원의 성공의 표상이 되었고, 그 이면의 모습은 청문회에서 살아남을 인물이 없다는 논평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기고, 여러 지표에서는 선진국 반열에까지 이름을 올리는 우리사회에 도덕과 윤리를 갖춘 리더가 탄생하기에는 너무 척박한 것일까?
• 시장중심 무한경쟁시대, 성과중심에서 벗어나 진정성과 윤리성 갖춘 리더 필요
리더십의 개념도 시대에 따라 변화되어왔다. 카리스마 리더십, 상황적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이 업종과 기업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때로는 혼합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2000년대 이후 엔론(Enron)의 파산과 비윤리적 기업의 부패 리더십이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은 리더가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갖추고 비전을 제시하더라도 진성적이지 않으면 그 비전은 리더 개인의 야망충족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그 기업이 해당 분야의 선도적인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업계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간 우리 기업들은 변화의 속도에 맞는 강력한 기술 및 경험 역량을 바탕으로 한 초인적 리더십의 전형을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두가 사회적 책임, 공유가치창출을 넘어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느라 여념이 없지만, 기본적인 도덕심이 없는 리더가 있는 기업에 ESG 경영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우리는 몇해 전 오랜 기간 수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국가적 역량을 기반으로 주목받은 한류와 문화산업의 기틀이 도박, 마약, 폭행, 성상납 등으로 얼룩지는 사태를 경험했다.
문화계 자정 노력과 함께 시대의 요구와 기준에 맞는 윤리적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성리더십을 갖춘 기업가의 등장을 문화산업에서도 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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