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SK의 '성과주의' 인사제도, 인센티브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인사정책 기조가 '연공서열제'에서 ‘성과주의’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사 제도를 개편하며 능력 중심의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젊고 우수한 인재를 발탁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인사 제도 개편안은 직급별 승진연한 폐기와 직급 단계 축소, 동료별 평가 및 절대 평가 도입 등을 담았다. 임원직급도 단순화했다. 기존의 부사장, 전무간 구별을 없애고 부사장으로 통합했다.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또한 임원의 직급 단계를 줄이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능한 임직원은 과거 보다 빠르게 중책을 맡을 수 있게 됐다. 연봉 증가 속도도 빨라진다. 전반적으로는 조직 내 관료주의가 사라지고 창조성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삼성전자 직원 중 10% 정도만 이 같은 인사제도 혁신에 대해서 찬성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0명 중 9명은 탐탐치 않게 여기거나 반대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현상은 성과주의 조직문화나 제도의 본질에서 비롯된다. 성과주의 인사혁신의 핵심은 ‘성과만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고속승진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성과가 뛰어난 개인은 직급체계를 뛰어넘는 경제적 보상을 받게 된다.
개인의 능력을 유일한 미덕으로 삼는 미국 실리콘밸리식 인사제도를 벤치마킹한 결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방향으로 인사제도를 개편, 각 분야의 우수 인력을 조기에 육성해 미래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은 적지 않다. 기존의 연공서열이 파괴되면서 나이 많은 부하직원, 나이 적은 상사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관점에서 조직의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 있다. 개인의 성과만 부각되는 인사평가 제도로 동료 간 경쟁이 과열될 우려도 존재한다.
평가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평가의 객관성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불거질 공산은 높아진다. 경쟁을 부추기는 조직에선 패자의 좌절감이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더 빠른 승진과 더 좋은 연봉 등과 같은 경제사회적 인센티브에 의한 동기부여는 얼핏 보기에 매력적이만 불완전하다. 동료와의 경쟁에서 패배하거나,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성과주의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실리콘밸리식 성과주의 기업 문화는 일과 놀이의 경계를 허무는 데 있다고 한다. 자신의 일이 재미있어서 몰입적으로 일할 때만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일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런 일철학이 작동된다면 성과주의의 부작용은 감소할 수 있다.
'실패를 격려하는 조직 문화'를 정착시켜나갈 필요도 있다. 성과주의란 창조성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런데 창조적 작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조직이 실패를 격려하고 칭찬해야, 성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