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1.10.14 07:38 ㅣ 수정 : 2021.10.14 07:38
14일 취임 1주년 맞는 정 회장이 만들어가는 변화의 상징적 단면 드러내
취업은 한국인 모두의 화두이다. 사회에 첫발을 딛는 청년뿐만이 아니다. 경력단절 여성, 퇴직한 중장년 심지어는 노년층도 직업을 갈망한다. 문제는 직업세계가 격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차산업혁명에 의한 직업 대체와 새직업의 부상뿐만이 아니다. 지구촌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 변화, 한국사회의 구조 변화 등도 새직업의 출현한 밀접한 관계가 있다.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 혁명’의 현주소와 미래를 취재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개는 최소한 1만4000년, 길게는 3만년 전부터 인간과 같이 살아온 역사를 갖고 있다. 마티즈, 골든리트리버 등 다양한 품종의 개가 인간과 함께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개는 매우 훌륭한 ‘조력자’다. 수렵·목축 등의 생산활동을 보조하기도 하고, 집과 시설의 경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제 새로운 품종의 ‘개’가 세상을 활보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Spot)’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로봇인 스팟을 지난해 출시했다. 자율보행, 인지, 제어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해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분야로 로보틱스를 선택했다. 지난해 12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여 스팟을 활용한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 개발에 착수하였다. 그리고 지난 9월 중순 경에 기아공장에서 시범운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기아차의 공장에서 활동을 시작한 로봇개 ‘스팟’도 다른 개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돕고 있다. 정 회장이 풀어놓은 스팟은 어떤 역할을 하고, 인간 근로자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을까. 14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정 회장의 만들어가려는 변화의 상징적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 스팟의 첫 역할은 ‘안전 감시견’, AI 기술을 통해 자율적인 점검 가능
로봇개 ‘스팟’이 기아 광명 공장에 시범 배치되면서 담당하는 주요 영역 중 하나는 ‘안전 감시견’ 역할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17일 산업 현장 위험을 감지하고 안전을 관리하는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을 발표했다. 이 로봇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에 현대차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AI 프로세싱 서비스 유닛(AI Processing Service Unit)이 접목되었다.
‘스팟’에 접목된 AI 유닛은 △3D 라이다(Lidar) △열화상 카메라 △전면 카메라 등의 센서를 통한 딥러닝 기반 실시간 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이런 센서를 통해 △출입구의 개폐 여부 인식 △고온 위험 감지 △외부인 무단 침입 감지 등이 가능하고, 인공지능 기반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어 있어 산업 현장 내 정해진 구역을 자율적으로 순찰한다.
자율적인 순찰을 통해 근무자들이 없는 새벽 시간에도 별도의 조종없이 이동 및 점검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야간에도 순조로운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고령화되는 한국인 근로자들, ‘넘어짐’등 균형 감각 관련 산재 가능성 높아져...로봇개 역할 커질 듯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1년 6월말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동안 발생한 사고 재해자는 총 4만9046건이었다. 그중 ‘넘어짐’이 12134건, ‘떨어짐’이 7097건으로 각각 전체 사고 재해 비율의 24.7%, 14.5%를 차지하여 1,2위를 차지했다.
‘넘어짐’·‘떨어짐’과 같은 부분은 인간의 균형 감각 약화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런 균형 감각은 나이가 들수록 현저히 낮아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2010~2020년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 추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근로자 연령대 비중이 급격히 고령화됐음을 알 수 있다.
분석에 따르면, 2010년 15~39세 비율과 40대 이상의 비율은 각각 56.7%, 43.4%이었다. 이에 비하여 2020년에는 각각 43.0%, 57%로 역전된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50대 이상의 비중은 2010년 15.7%에서 2020년 30.1%로 약 2배가량 오른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연령 비율은 더 많은 산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지표로 2019년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가 있다.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일본 전 지역의 산재 발생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12만7329건 중, 60세 이상의 산재 비율이 3만3247건으로 전체의 26.1%나 된다고 집계됐다. 2017년도의 수치와 비교하면 전체 산재 발생건수는 5.7% 늘어난 데 비해서 60대 이상 산재는 10.7%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종합하면, 사회가 점차 고령화되고 이에 따라 노동 시장 또한 노령화되면서 신체적인 산재 가능성도 같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로봇개’의 등장은 산재의 발생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균형 감각 탑재 완료된 '스팟'… 계단, 경사로 심지어 걷어차여도 다시 일어나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공개한 ‘스팟’의 실험 영상에서 ‘스팟’의 균형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해당 영상에서는 ‘스팟’이 계단을 무리없이 오르내리는 장면이나, 경사로를 걸어 올라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는 직원이 사무실에서 걸어가고 있는 ‘스팟’을 걷어차지만 넘어지지 않고 균형감각을 되찾고 다시 진행경로로 운행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와 창고·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스트레치’의 가동 장면을 공개했다.
산업 현장에서 높은 곳이나 안전 장치를 걸기 어려운 곳에서 진행해야하는 작업을 위와 같은 로봇들에게 대체시키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사업 규모 작을수록 산재위험 높지만… 영세사업자가 로봇개 사용하기엔 너무 비싸
하지만 로봇개를 도입해 산재를 줄이려면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사업 규모가 작을수록 산재 위험이 높아지는데, ‘스팟’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전체 사고 재해자 수 4만9046건 중,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비율은 무려 77%에 달한다.
2020년 8월 ‘스팟’의 가격은 7만4500달러 (당시 환율 기준 약 8800만원)인데, 영세사업자에게 이 가격은 상당히 큰 부담이다.
‘스팟’을 구매하지 않고 임대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역시 영세사업자가 고려하기에는 비용적 부담이 크다.
■ 로봇이 사람을 대체한다고?… 보스턴 다이내믹스 CEO “로봇 적용 산업이 성장하면서 다른 일자리 창출할 것”
산업현장의 자동화는 취업 시장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관측은 항상 존재한다. ‘사람의 자리를 로봇이 빼앗아갈 것’이라는 우려이다.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의 도입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기존의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여 인간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상당히 자동화가 진행된 제조업의 취업자 수를 보면, 2015년(460만4000명)에서 2020년(437만6000명) 6년 연속 감소하였다.
이와 관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버트 플레이터(Robert Playter) CEO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사용되는 자동화 로봇과 사람의 작업간 가교 역할을 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고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로봇을 적용한 산업에서 성장이 가속화하면서 다른 산업에서 더 많은 것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보통신업 취업자 수를 보면, 같은기간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에 비해 2015년 77만4000명에서 2020년 84만7000명으로 약 9.4%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로버트 플레이터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