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리포트] 대기업 꿈꾸는 ‘중고 신입’은 옛말, 중소기업도 '올드 루키' 선호해
취업난 심해지면서 중소및 중견기업 입사를 위해서도 '관련 경력' 필요해져‘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신입사원 공채 면접에 가도 경력을 묻는 시대인데요. 경력은 이제 플러스 요인이 아니라 필수가 됐죠”
취업준비생(취준생) A씨는 입사를 목표한 기업보다 규모가 조금 더 작은 기업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중이다. 그는 “입사를 희망하던 기업의 신입사원 공채에서 최종 면접까지 오른 적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정규직 경력을 가진 분들이 합격하는 광경을 보면서 이제 ‘루키’를 원하는 기업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작은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더 크고 좋은 기업의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하는 이른바 '중고 신입' 지원 방식은 취업시장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중고 신입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분위기이다.
A씨의 이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제 취준생들이 출발선상에 서는 순간부터 '중고신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2년 경력을 가진 B씨는 최근 목표로 하던 기업에 입사했다. 그는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이유가 가르칠 필요는 없고 경력직 대우는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경쟁적으로 경력을 쌓으려는 문화가 팽배하게 되면서 중소기업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전했다.
문제는 중소기업 입사를 위해서도 관련 경력이 필요해지고 있다는 것.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대기업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것은 이미 흘러간 추억이 돼버렸다. 중소 및 중견기업 입사를 원하는 취준생들도 '직장 경력'을 마련해야 하는 게 요즘 취업시장의 풍경인 셈이다.
■직장인의 70%가 '올드 루키' 지원 경험 있어
취준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커뮤니티의 한 게시글 작성자는 “이제는 작은 기업 입사도 쉽지 않다”며 “사측에서도 경력을 쌓은 경력자들이 신입으로 들어오기를 바라니 기괴한 현상”이라며 현실을 비판했다.
들어갈 수 있는 기업에 가서 경력을 쌓는 것과 계속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두 개의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게시글 작성자도 있었다. 해당 게시글에는 “요즘 취업하기 너무 어려우니까 어디든지 들어가서 경력부터 쌓길”, “입사부터 하고 퇴근해서 매일 공부하면 중고신입 가능” 등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의견의 댓글이 쏟아졌다.
직장 경력을 포기하고 신입직 채용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을 통상 ‘올드 루키’라고 부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대표 윤병준)가 지난 10월 직장인 251명을 대상으로 ‘중고 신입 지원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드 루키’로 지원해 본 직장인이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본인의 경력을 포기하고 다른 회사의 신입직 채용에 지원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답에 75.3%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들이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입직 채용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복지제도가 우수한 기업에서 일하고 싶기 때문(40.2%)’이었다. 원하는 조건의 직장에 취업하고자 본인의 경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신입 공채에 지원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신입직 채용에 경력자들이 몰리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잡코리아는 지난 해 10월 직원 수 100명 이상의 국내 기업 중 해당년도에 신입 직원을 채용한 444개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신입 채용 시 중고 신입 지원자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올해 신입직 채용 시 경력이 있는 지원자가 있었다’고 답한 기업이 64.4%로 과반수 이상에 달했다. 또한 동종업계의 중소기업에서 1년 이상 2년 미만의 기간 동안 근무한 중고 신입 지원자가 가장 많았다. “1년에서 2년 정도 작은 곳에서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취준생들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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