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영면한 다음 날 열린 반도체의 날 행사엔 ‘청년들 열기’ 가득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기술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반도체를 국내 수출품목 1위로 만든,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영면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을 광경이 29일 벌어졌다.
이건희 회장이 영면한 다음 날인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는 ‘반도체대전’이 열리고 있었다. ‘반도체대전’은 국내 최대 반도체 종합전시회로 지난 2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사흘간 계속됐다.
■ 수도권 대학 재학생, "불가능해보였던 반도체 산업을 세계 최고로 키워 낸 사실에 감동"
특히 이날은 ‘제13회 반도체의 날’이어서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요 임원진이 참석하기도 했다.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가 참석했다.
양사를 대표하는 이들이 현장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끈 건 굉장히 많은 청년들이 반도체대전을 찾아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이었다. 기술 불모지였던 40여년 전의 청년들이라면 당시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반도체 산업과 기술에 이같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가는 거대한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46년 전 이건희 회장이 불모지에 초석을 세운데서 비롯된 풍경이다. 이 회장은 선대회장인 고 이병철회장에게 반도체 산업 진출을 강력하게 건의, 1974년 사재를 털어 자금난에 허덕이는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현재 우리 청년들이 그리는 미래, 반도체 관련 업에서 일을 하고, 이를 통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든 것이다.
현장에는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숭실대학교 등 대학 이름이 적힌 출입증을 목에 걸고 현장을 방문한 이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숭실대학에 재학중인 A씨는 이건희 회장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외신에서 보도한 것처럼 한국경제의 거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반도체 산업을 가능의 영역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최고로 키워냈다는 사실에 감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 부스는 점심시간에도 대기열이 줄을 이었다. 코로나19로 부스 내 인원을 제한해 입장하기까지 대기 시간이 길게는 15분이었지만, 이를 기다리고도 들어가려 하는 이들이 많았다.
부스에는 D램 중 최초로 극자외선(EUV)이 적용된 LPDDR5(512GB) 실물과 AI가 적용된 그래픽 처리장치 칩인 GDDR6 등이 전시됐다.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한 청년들은 큐레이터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오후 2시경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정승일 차관,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가 함께 중소·중견 반도체 기업 부스가 마련된 곳을 함께 둘러본 뒤 ‘제13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념식에서 반도체 산업발전에 기여한 산·학·연 유공자 51명에 대한 정부 포상을 수여했다. 은탑산업 훈장은 강호규 삼성전자 부사장과 김진국 SK하이닉스 부사장이 공동 수상했다.
■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 "인텔 낸드 인수가 비싸지 않아"
많은 취재진들이 진교영 사장과 이석희 대표에게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일체 인수 관련 등에 관심을 가졌으나, 진교영 사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석희 대표는 시장에서 인수금액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 “인텔이 가진 SSD 하기 위한 솔루션에 역량과 무형자산 그 가치가 충분히 있”며 “이러한 것들을 종합 평가에서 결론에 도달한 가격이고,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을 양분하는 회사를 대표하는 이들에게 쏠린 관심보다 의미심장한 광경은 첨단 반도체 기술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 청년층의 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