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취소’된 라임 판매사 3곳 전현직 CEO 취업제한 불가피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1조원대 금융 피해를 낸 라임자산운용에 최고 수위 제재를 내린 가운데, 라임 펀드 판매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안의 엄중성, 앞선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관련 징계 수위 등을 감안했을 때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징계 확정시 현직 CEO인 박정림 KB증권 대표의 경우 취업제한에 감봉, 정직 또는 해임 조치가 이뤄지며, 연임도 어렵게 된다.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유경은 전 KB증권 대표는 3~5년 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된다.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의 경우 중징계를 받게 되면 현 금융투자협회장직 수행은 가능하지만 이후 금융회사 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금감원, 29일 제재심서 신한금투·KB증권·대신증권에 중징계 확정할 예정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등록 취소’를 결정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등록·인가 취소-영업정지-시정명령-기관경고-기관주의’ 등 5단계 제재 중 가장 강도 높은 수위다.
금감원은 오는 29일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등 라임펀드 판매사들에 대한 제재심을 열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 3곳에 임원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한 바 있다. 해당 전·현직 임원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박정림 현 KB증권 대표 등 4명이다. 이 중 라임펀드 판매사의 현직 최고경영자(CEO)는 박 대표가 유일하다.
이들 CEO에게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에 따른 책임 등으로 연임 및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 등의 안이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감봉)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면직)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이 중징계에 해당된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향후 3년, 직무정지는 4년, 해임권고는 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징계 수위와 관련해선 다음주 예정된 제재심에서 확정될 것”이라면서도 “현직 CEO가 해임 권고를 받는다면 업무 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징계 확정시…전직 김병철·윤경은 대표 취업제한, 현직 박정림 대표는 연임불가&취업제한 / 나재철 회장은 향후 취업제한 가능성
업계에 따르면 구체적인 제재 수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현직 임원 여부와 판매 증권사에 따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임원인 김병철 전 신한금투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는 이미 사퇴했기 때문에 해임권고를 받더라도 면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향후 5년 간 금융지주·은행·보험 등 금융회사 임원으로 재취업할 수 없게 된다.
금융투자협회 측에 따르면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의 경우 올 1월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징계를 받더라도 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다만 회장직 임기가 만료된 이후 3~5년 금융회사 취업에 제한이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 A씨는 “대신증권은 라임펀드 판매규모(2000억원대)가 신한금투에 이어 두 번째로 크기 때문에 징계 수위가 낮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적어도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3년 이상 취업 제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중징계가 확정되면 연임이 어려워진다. 앞서 박 대표는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허인 행장의 연임이 유력시 되면서 KB증권 대표직 연임이 높게 점쳐졌다.
다만 KB증권은 3개사 중 라임펀드 판매규모가 600억원대로 가장 작기 때문에 가장 낮은 수위의 중징계(문책경고)가 예상된다.
■ 업계, “CEO 징계 과도” / 불복 시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
업계는 라임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CEO 징계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금융회사 CEO를 제재할 수 있는 직접적인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금융 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판매사에 오롯이 지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실패 시 CEO를 제재할 근거를 마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2년 넘게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 C씨는 “감독당국이 소비자 보호와 업계 질서 유지를 위해 경고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공모펀드에는 판매사 책임을 크게 지우지 않는데 사모펀드에만 판매사 100%보상과 CEO 중징계까지 내리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앞서 DLF 사태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문책 경고를 내린만큼 라임 판매사 CEO들에게도 이에 준하는 중징계 수위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CEO 중징계를 수용할 수 없다면 행정소송 단계로 갈 수 밖에 없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도 현재 징계 취소 행정소송,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적 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가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중징계가 확정되더라도 CEO 업무 수행을 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