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은 기자 입력 : 2020.06.17 07:31 ㅣ 수정 : 2020.06.17 11:18
공정위 심사 5개월 넘겨 내부 논쟁 가능성/경제주체의 상생촉진하는 ‘혁신성’ 평가가 분수령 될 듯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독일 배달 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와 국내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간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이 심사 기간 5개월을 넘기면서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결합 법적 심사시간은 기본 30일에 연장 90일이 더해져 최장 120일이 걸린다. 하지만 추가 자료 요구와 보완 등에 걸리는 시간이 법적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
■ 공정위 관계자, “지난 연말부터 심사 시작, 정보 독점 등 살펴봐”
지난해 12월 30일 DH와 우아한형제들은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신고서를 제출받은 당일부터 심사를 시작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고서를 제출받은 날부터 심사를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정보 독점 문제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고서를 제출한 지 5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두 회사 결합 과정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살펴볼 요인들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통상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에서 보는 부분은 4가지다.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기업결합으로 인해 효율성 증대 효과가 발생하는지 △회생 불가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에 해당하는지 △결합 방법이 강요나 기타 불공정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등이다.
공정위는 특히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의 여부, 즉 ‘정보 독점’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양사 결합 시 쌓이는 국내 배달 관련 데이터가 증가하고, 이것이 국내 배달 시장에 대한 정보 독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이 점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5일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2020 서울대 증권금융연구소포럼’에서 “‘DH와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 간 결합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보 독점”이라며 “데이터양이 늘어남에 따라 생기는 집중 현상이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5.7% 요기요 33.5% 배달통 10.8%다. 3사를 합치면 100%다. 요기요와 배달통은 독일 기업의 한국법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이 결합하면 사실상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의 정보를 독점하는 형태가 될 수 있어 공정위는 이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배달의 민족, 지자체 자체 개발앱에 관련 정보 제공 등 다양한 노력
배달의민족도 이 같은 공정위의 입장을 의식, 지자체에 자사가 가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배달앱-자영업-소상공인 상생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여한 배달의민족 이현재 이사는 “어느 곳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이미 자체 개발앱을 만들고자 하는 지자체에 배민이 가진 관련 정보를 제공한 바 있다”면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도 지난해 점주들끼리 배달 구역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배민 ’지오펜싱‘ 서비스를 위한 협약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우려하는 정보 독점을 이미 일정 부분 해소하고 있고 향후 가맹점주와의 협의 등을 통해 상생노력도 하겠다는 것이다.
■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와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승인 사례 참조할 듯 / 상생 촉진시키는 ‘혁신성’도 심사 기준
공정위는 정보 독점과 동시에 배민앱을 이용하는 가맹점주와 소비자 등 모두가 이익을 증대할 수 있는 기업결합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소위 ‘혁신성’ 판단이다. 배달의민족이 DH와 기업결합을 해서 독점기업이 된다고 해도 소비자, 가맹점주 등의 이익을 함께 증진시키는 혁신적 요소가 강하다면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는 작년 연말 조건부 승인한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그리고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사례를 보면, 공정위가 기업결합으로 인한 시장 지배력 강화 우려보다 기업결합이 시장에 가져올 혁신에 무게의 추를 두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8일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에 대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시장환경에서 혁신경쟁을 촉진하고, 디지털과 8VSB 유료방송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 제약이나 실질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이들이 결합함으로써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지만, 혁신 경쟁을 촉진하는 부분이 있어 조건부로 승인한 것이다.
이들의 조건부 승인은 DH와 우아한형제들에게 유의미한 사례로 볼 수 있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혁신성은 배민, 가맹점주, 소비자 등 모두의 이익 증진이다.
■ 배민과 요기요, 상생구조 강조 기업결합의 ‘혁신성’ 부각 노력...혁신성에 대한 공정위 평가가 최대 관건?
이 문제에 관해서 배민의 상생노력은 상당 부분 확인되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지난 11일자 '[팩트체크] 배달의민족은 ‘상생철학’ 실천?…가맹점주 3배 늘고 평균매출은 54% 증가' 참조
우아한형제들의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가맹점주들은 2018년에는 매출액 증가율이 상승했다. 가맹점주의 매출 증가율은 2019년에는 하락했지만, 그 하락폭이 우아한형제들보다는 적었다. 배달의민족의 매출성장세가 가맹점주들보다 가파르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배민과 요기요는 지엽적이었던 소상공인 지원 사업을 관련 팀을 운용해 전반적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최근에 발표했다.
배민 이현재 이사는 토론회에서 “상생과 소통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면서 “배민 아카데미라는 것이 있는데 교육 이후 해당 사장님들 매출이 3배에서 4배까지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요기요의 경우 그간 지엽적이었던 상생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요기요 이승훈 대외협력팀장은 “그간 회사에서 레스토랑 운영 정보라든지 레시피 개발, 노무·세무 등 컨설팅을 해왔다”면서 “알뜰 쇼핑이라는 형태를 통해 비 프랜차이즈분들도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 할 수 있는 혜택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공정위 김성근 시장감시국 지식산업감시과장은 “배달앱의 경우 소비자들의 탐색 비용을 줄이고 입점 업체는 매출이 증대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정위가 이번 DH와 배달의민족 기업결합이 경제 주체들의 상생구조를 촉진하는 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가 최대 관건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