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관광객 줄어 아사직전인데도 정부에 말못하는 관광업계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관료들이 적당히 얼버무리는 사이에 끝날 것이라 기대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도쿄를 중심으로 경로불명의 확진자를 늘려가자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이 대상이었던 입국금지 국가를 이달 초 거의 모든 주요 국가들로 확대하는 한편 자국 내에서는 긴급사태를 선언하며 급한 불끄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용단(勇斷)이었다는 자평과는 달리 이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쿄올림픽의 눈치를 한껏 본 후에 내린 늑장조치였기 때문에 사실상 정치적 목적이 다분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다가 일본경제 역시 2월부터 관광업을 중심으로 내리막길인 상황에서 긴급사태 선언이 결정타를 날렸다는 시선이 팽배하다.
2019년 한 해 동안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은 총 3,188만 명. 이 중 중국이 959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도 558만 명으로 2위를 차지하여 두 국가만으로 전체 방일 관광객의 47.6%를 차지했다.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일본에서 소비한 금액도 어마어마해 전체 외국인관광객 소비액의 45.5%인 2조 1927억 엔이 이들 지갑에서 나왔지만 올해 2월부터 일본 방문객이 8~90%씩 급감하며 현지 관광업과 소매업은 상당수가 휴업 또는 폐업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 예로 일본의 대형백화점 5곳은 외국인관광객 감소로 2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곤두박질쳤는데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3월 이후의 실적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최악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항공업계도 직격탄을 맞은 건 마찬가지.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중국본토(홍콩, 마카오 제외)와 일본을 잇는 항공편은 1월 중순에 주당 약 1600편이 왕복 운항되었지만 2월 말일 기준으로 85%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900회 왕복했던 한국과의 항공편 역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월에만 30%가 감소했고 3월 입국제한 조치가 실시된 이후에는 80%이상이 운항을 멈췄다.
결국 일본 취준생들에게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매년 1,2위를 다투던 전일본공수(ANA)는 국제선의 60%를 감편하고 승무원 8000명 중 5000명을 대상으로 임시휴직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대로라면 올해 신입사원 채용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심지어 경쟁사인 일본항공(JAL)은 2009년 때처럼 재차 파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마저 돌고 있다.
다이와 종합연구소(大和総研)는 한국과 중국 관광객의 감소영향으로 3월 9일부터 말일 사이에만 1735억 엔의 손해가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고 외국인관광객들에 의지해 성장해온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관광국 역시 2월 외국인관광객이 전년 동월 대비 58.3% 줄어 5년 5개월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난 달 19일 발표했으며 3월에는 이보다 심한 감소폭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참고로 2월 한국과 중국의 일본방문객은 각 79.9%, 87.9% 감소했다.
도쿄올림픽까지 연기되며 일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외국인관광객 4000만 명 목표가 사실상 꿈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4월에는 49개 국가 및 지역으로부터의 일본입국을 금지하였고 국민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사태까지 선언되며 일본경제는 한차례 더 찬물을 뒤집어썼다.
4월 7일부터 5월 6일까지 한 달 동안 시행되는 긴급사태 선언만으로 무려 6조 엔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지만 현재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에 제대로 손도 못 쓰는 상황이라면 긴급사태 기간은 얼마든지 연장될 수 있다.
때문에 일본기업들과 취준생들 모두 2008년의 리먼 쇼크를 능가하는 불황이 오는 것은 아닐지 정부에 말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