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충칭특파원=강병구 기자) 중국의 식목일인 매년 3월12일을 전후로 중국에선 매번 유명해지는 사람이 있다. 중국 상하이 출신의 한 여성이 죽은 아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12년 동안 메마른 사막에 총 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온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대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올해 67세의 이제팡(易解放)씨로 비영리 환경보호단체 ‘녹색생명’(绿色生命)의 조직위원장이다.
이제팡씨의 가정은 2000년 상하이에서 일본으로 이주해 일본의 저명한 기업에 취업했고, 남편 또한 중의학 진료소를 개업했다. 아들 또한 일본의 주오대학교 경영학부에 재학 하는 등 행복하고 안정적인 이주생활을 꾸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한 시간도 결코 오래가지 않았다. 같은 해 5월 이제팡씨의 아들 양루이저(楊睿哲)가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를 하던 중 뒤에 오는 차에 추돌당해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던 이제팡씨 가정은 순간 깊은 고통에 빠졌고, 모든 삶의 이유가 사라진 듯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어느 날 아들의 유품을 정리하며 아들이 숨지기 이주 전에 한 말이 문득 떠올랐다.
평소 아들과 함께 TV를 보다가 중국 국내의 심각한 황사문제를 보게 되었고. “대학 졸업 후 기회가 된다면 조국에 돌아가 나무를 심으며 황사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라는 아들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하여 2년 후 이제팡씨는 다니고 있던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2003년 남편 양안타이(杨安泰)씨와 함께 네이멍구(内蒙古)자치구의 쿠룬치에 첫 발을 내딛는다.
거센 모래바람이 불어오고, 끝없이 이어진 모래언덕의 강한 이미지는 이제팡씨 부부에게 강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동시에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전 소원을 꼭 실천하리라는 강렬한 마음속의 진동이 느껴졌다.
사전 탐사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 후 이제팡씨는 모아놓은 자금으로 2003년 ‘녹색생명’이라는 NPO 단체를 설립하게 된다. 그 후 네이멍구의 퉁랴오(通遼)시에 자리를 잡은 이제팡씨에게 불어오는 사막의 모래바람은 그야말로 난관이었다.
심각한 물 부족에 초기 자금이 4000위안(약 80만 원)을 넘어섰다. 결국 우물을 먼저 파야겠다는 생각에 우물파기 작업을 하려던 찰나 다행스럽게도 모래바람이 멈췄고 비가 내렸다. 이후 성공적으로 물 공급을 하게 되었고 이씨와 그의 단체는 2010년까지 1만 묘(약 6.667㎢)의 숲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고 생존율도 80% 이상에 달했다.
1차적으로 목표를 달성한 그들은 더 많은 ‘녹색기적’을 이루기 위해 3대 사막이 있는 네이멍구 서부로 눈을 돌렸다. 2011년 5월 그들은 덩코우현(蹬口县)과 우란(乌兰)시의 공식 지원을 받아 1만 묘의 방사림을 조성하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사실이 중국과 일본사회에 알려지자 이씨 부부는 2011년 중국 소후티비의 유명프로그램인 “최고의 부모”(非常父母)에 출연해 자신들의 활동을 온 대륙에 알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2011년 중국여성자선공익칼럼이 수여하는 10대 중국공익여성인물에 선정되어 전국구 스타로 단숨에 떠올랐다.
이후 매년 3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과 언론의 도움을 받아 ‘나무 한그루 10위안 모금운동’을 펼쳐 2015년까지 총 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지금은 네이멍구의 사막을 초록빛이 만연하는 녹색 숲으로 탈바꿈시켰다.
“저의 꿈은 백만 명의 사람들이 백만 그루를 이 땅에 심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자연재해의 위험을 보다 낮출 수 있습니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현재 대학,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기업들을 상대로 강연을 펼치며 환경보호가로의 또 다른 삶을 시작하고 있다.
살아서 지켜주지 못한 아들의 마지막 소원을 적지 않은 나이에 갖은 고난을 이겨내고 결국 거친 사막 한가운데 풍요로운 녹색의 숲으로 이뤄낸 이제팡씨는 여전히 중국 사람들의 마음에 강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