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칼럼] K-방산, 2025년을 ‘13대 국가주력산업’ 진입의 원년으로
방산수출 확대에 초당적 협력체계 구축 여부가 K-방산의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과 좌우할 듯
[뉴스투데이=장원준 전북대 교수] 지난 2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5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정책 목표로 대내외 여러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6,838억 달러의 역대 최대 수출실적 달성과 연계해 K-방산을 ‘新 수출산업’으로 적극 육성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방산수출(계약 기준)은 최근 5년(2020~24)간 500억 달러를 넘어서 어엿한 국가 주력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방산수출 급증 추세는 같은 기간 미국, 프랑스 등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정상급 수준으로 평가된다.
■ 4대 주요지표 역대 최고 수준으로 13대 국가주력산업 진입할 날 머지않아
구체적으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방위산업 매출은 23.3조원, 수출은 4.8조원(통관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6%, 106.9% 급증했다. 고용 4.5만명, 영업이익도 2조원을 넘어서 4대 주요지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0년대 들어 연평균 17~18조원 규모의 안정적 내수시장과 함께 500억 달러 이상의 무기수출 계약 효과가 실제 매출 발생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영성과가 크게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2024년 말 국내 4~5개 방산 대기업의 수주잔고는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호조세를 고려할 경우, 2024년 K-방산 매출은 25조원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방위산업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섬유 등과 같은 13대 국가주력산업 반열에 진입할 날도 머지않을 전망이다.
2024년 K-방산은 내수 및 수출 측면에서 각각 의미 있는 실적을 올렸다. 내수 측면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개발과 425 위성 3호기 발사 성공 등은 국내 방위산업 역량을 한 차원 격상시킨 주요 성과들로 평가된다.
수출 측면에서도 중동, 동유럽, 중남미 등에서 상당한 규모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특히 루마니아 방산시장 최초 진출(K-9 자주포, 9.2억 달러)과 수리온 헬기 최초 수출(이라크, 1억 달러) 성공, 중남미 페루와 수십조원 규모의 중장기 방산협력 MOU 체결, 이라크 천궁-II(30억 달러) 수출에 따른 ‘중동 K-방공벨트 구축’ 등은 오늘날 K-방산의 글로벌 위상과 영향력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작년 말 체결 예정이던 폴란드의 K-2 전차 2차 계약(70~80억 달러)가 금년으로 이월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2024년도 방산수출(계약 기준)은 95억 달러로 잠정 집계되었다. 방산수출 간 정부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된 결과로 풀이된다.
■ 유럽의 견제 확대와 한미 RDP-A 지연, 컨트롤타워 부족 등 극복 필요
2025년 글로벌 방산시장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회(Opportunity) 측면에서 트럼프 재선에 따른 글로벌 국방예산 증액 가능성은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NATO의 GDP 대비 3% 이상 국방예산 증액 추진과 함께 러-우 전쟁 및 중동 분쟁, 미국의 함정 MRO 수요 증대 등의 영향으로 K-방산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프랑스, 독일 등 기존 선진국들의 K-방산 견제 확대와 한미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 기정사실화, 미중 전략경쟁 심화에 따른 방산공급망 불안정성 증대 및 한미 RDP-A 지연 가능성 등은 위기(Threat) 요인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강력한 방산 컨트롤타워 부족 등도 조속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먼저, 수출 주력제품인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천궁-II, 천무를 중심으로 동·북유럽, 중동, 동남아, 중남미 시장 진출 지속과 함께 한국형 잠수함의 폴란드, 캐나다, 필리핀 시장 진입과 비궁, K9A2 자주포, T-50 훈련기 및 함정 MRO 중심의 미국시장 진출 확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의 K-방산 견제를 뚫기 위한 기존 수출 주력제품들의 구매국 맞춤형 전략과 신속한 성능개량, L-SAM, 현궁 등을 포함한 새로운 수출 주력제품 발굴, 기존 수출제품과 연계한 MRO 수출 확대 등이 긴요할 것으로 보인다.
■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대처하고 핵심소재·부품의 공급망 불안정 주목해야
둘째, 2025년 초 미 트럼프 정부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가능성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방위산업 측면에서는 단순한 미국 무기 구매 확대보다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에 따른 북한 핵·미사일 대응역량 강화와 K-방산 취약분야인 AI, 드론, 사이버, 우주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한미 방산협력 강화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의 한국 조선·함정 MRO 협력 요구에 따른 한미 함정 MRO 협의체 신설 및 ‘한미 공동 조선·함정산업 발전전략(가칭)’ 마련을 구체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양국의 핵심이익을 극대화해 나가야 함과 동시에 양국 간 공동개발, 생산, 마케팅 확대를 위한 한미 RDP-A 체결을 조속히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중 전략경쟁 심화에 따른 핵심소재·부품의 공급망 불안정성 증대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중국의 첨단소재 수출규제 대응은 앞으로 전개될 미중 전략경쟁의 전초전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첨단항공엔진 등을 포함한 방산수출 주력제품의 소재·부품 공급망 강화를 위한 국산화 노력 제고와 주요 지자체 내 방산클러스터 확대, 우방국 간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 민간첨단기술의 방산시장 진입 확대 위한 법령 정비 등 과감한 혁신 긴요
넷째, AI, 드론, 로봇, 우주, 사이버 등 민간첨단기술의 방위산업 시장 확대 가능성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 최초 정부효율화(MOGE) 장관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앞으로 미 국방부의 대폭적인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F-35 전투기를 포함한 고비용 유인 무기체계 대신 AI로 무장한 저비용 드론과 로봇의 대량생산, 스페이스 X Star Shield를 포함한 국방 우주 역량 강화가 크게 확대될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나라도 기존 80여개 지정 방산업체 위주의 산업생태계에서 벗어나 민간혁신 주체의 방산시장 진입 확대를 위한 법령 정비, 민간첨단기업 전용 무기획득 프로세스 신설, 민간-방산기업 간 컨소시엄 우대, 기존 진입장벽 제거 등의 과감한 혁신이 긴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방위산업의 정부 간 계약(GtoG) 특성을 고려해 더욱 강력한 방산 컨트롤타워 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국익 차원의 방산수출 확대를 위한 초당적 협력체계 구축 여부가 2025년 K-방산의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과를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해외무기판매제도(FMS), 프랑스의 미라지·라팔 전투기 등의 대규모 방산수출 사업에 대한 초당적 협력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2025년 새해에도 K-방산의 힘찬 질주는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 2기 시작과 러-우 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K-방산은 정부가 제시한 역대 최대 240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아시아, 중동,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의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초당적 협력의 기반 위에서 2025년이 우리나라 방위산업 역사상 최초로 반도체, 자동차, 조선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13대 국가주력산업’ 진입의 원년이 되길 소망해 본다.
◀ 장원준 프로필 ▶ 전북대학교(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 前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한국혁신학회 감사,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前 명지대·국방대 외래교수, 前 미국 CSIS 객원연구원, 2022년 자랑스러운 방산인(방산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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