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4대 그룹, 불황 그늘에도 성금 1000억 쾌척 '착한 사마리아인' 실천
대기업, 경기침체에도 불우이웃 돕는 '나눔경영' 철학 돋보여
삼성, 26년간 성금 8700억원 기탁...올해 성금 500억 전달
SK, 25년간 2465억 쾌척...올해 회사와 임직원 참여해 120억 건네
현대차, 22년간 4290억 기부...올해 성금 350억원 넘어
LG, 25년 동안 2400억 전달...올해 이웃사랑 성금 120원 기탁
대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과 상생경영으로 이어져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삼성전자)을 비롯해 SK·현대자동차·LG그룹 등 국내 주요 4대 그룹이 연말 이웃사랑성금으로 1000억원을 쾌척해 '착한 사마리아인(Good Samaritan)'을 실천하고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나 자선활동 등 이웃을 돕는 선한 행동을 뜻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등 재계는 올해에도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통 큰 기부'를 앞다퉈 실천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내수 침체가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대통령 탄핵 사태마저 이어져 한국 경제 엔진이 빠르게 식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기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내 주요 기업들은 불우이웃 성금 규모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실천하는 면모를 보이는 등 그룹 총수들의 나눔경영 철학이 재조명되고 있다.
삼성은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 500억원을 전달했다.
올해 모금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물산, 삼성E&A, 제일기획, 에스원 등 23개 관계사가 참여했다.
특히 그룹 관계사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기부금도 성금에 더해져 눈길을 끌었다.
삼성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그룹 관계사 임직원은 매년 기부약정 기간에 사내 인트라넷에 내년에 기부를 원하는 삼성 CSR 프로그램을 정하고 원하는 기부액을 정할 수 있다"며 "기부액은 매월 급여에서 자동 기부되며 회사는 임직원이 약정한 금액에 1대 1로 매칭해 기부금을 출연하는 일종의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이다.
이번에 삼성이 전달한 성금은 청소년 교육 지원과 사회적 약자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삼성의 연말 이웃사랑 성금 기탁은 올해로 26년째다. 삼성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100억원 △2004년부터 2010년까지 200억원 △2011년 300억원 △2012년부터 500억원씩 성금을 계속 늘려 왔다. 이에 따라 삼성이 올해까지 기탁한 성금 누적 총액은 8700억원에 달한다.
이웃, 사회와의 ‘동행’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 철학 가운데 하나다.
그는 2022년 회장으로 취임한 후 당시 밝힌 소회에서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은 익명 기부를 평소 철학으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그는 남 몰래 개인 기부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로 이 회장은 2021년부터 호암재단에 개인자격으로 수억원을 기부하고 있다.
이 회장은 “봉사에 적극 참여하고 싶지만 얼굴이 알려진 탓에 쉽지 않다. 대신 여기저기 익명으로 기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며 “빼놓지 않고 기부를 챙기는 곳이 외국인노동자 단체인데 외국인노동자와 아이들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K는 이웃사랑 성금 120억원을 기탁했다.
SK는 그룹 차원 성금 120억원 외에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머티리얼즈, SK실트론 등 계열사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약 63억원의 별도 기금을 조성했다.
1999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을 기부해 온 SK는 올해까지 누적 기부액이 총 2465억원에 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봉사와 나눔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로 알려져 왔다.
SK는 봉사활동이 기업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04년 7월 22일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SK 자원봉사단'을 출범했다. 당시 최 회장은 '뉴(New) SK'를 선언하며 기업 목적을 이윤 극대화가 아닌 행복 극대화로 규정했다.
이후 SK는 △2005년 쿠키 만들기 자원봉사 △2006년 집수리와 김치담그기 △2007년 연탄배달 △2008년 벽화그리기 등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해 왔다.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 중시 철학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계열사들이 해외에 진출한 국가에도 적용된다.
SK의 대표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 '베트남 얼굴기형 어린이 무료수술’은 1996년부터 3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 SK는 수술비 전액을 지원해 그동안 얼굴기형 어린이 4300명에 무료수술을 진행했다.
SK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최 회장은 따뜻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이는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깃든 봉사활동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이웃사랑 성금 350억원을 전달했다.
계열사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 2억3000만원 △현대건설 2억2000만원 △현대모비스 1억원 등 임직원 성금과 노사 공동 특별사회공헌기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고 기부에 동참했다.
현대차그룹은 2003년부터 매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전달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22년간 기부한 성금 누적 총액이 4290억원에 이른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023년 “장기간에 걸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희망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비주류 스포츠를 적극 후원하는 형태로 사회공헌에 앞장섰다. 하지만 ‘사회의 다양한 이웃과 소중한 결실을 나누고 이웃과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는 정 회장 소신에 따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나눔 경영도 적극 실천해 왔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혁신적인 모빌리티(이동수단)을 추구하는 완성차 기업에 걸맞게 2011년부터 우리 사회 약자들의 이동수단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차량 기부를 실천해 왔다. 그동안 현대차가 기증한 복지차량 및 장애인용 자전거, 노인용 전동스쿠터, 근력 보조기 등 규모는 약 86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또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교통 약자들의 도보 이용을 보조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솔루션 실증사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에서 장애인도 실내외 공간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교통약자 맞춤형 경로 기반 내비게이션 솔루션을 지원했다.
이 밖에 임직원들과 함께 ‘버스 안내 지팡이’ 등 사회적 약자를 도와 세상을 바꾸는 마음 따뜻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대차는 또 미국에서 딜러들과 함께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호프 온 휠스 재단(Hyundai Hope On Wheels : 바퀴에 희망을 싣고)’을 설립해 소아암 관련 병원 및 연구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LG는 올해 이웃사랑 성금 120억원을 기탁했다. 1999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전달해 온 LG그룹은 올해까지 총 2400억원을 기부했다. 이와 더불어 LG 계열사들은 동절기 물품 지원과 기부금 전달, 임직원 참여 봉사활동에 참여해 힘을 보태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는 사업장 인근에 거주하는 이웃을 위한 김장, 연탄, 생필품, 장학금, 후원금 등을 지원했다. 또한 LG유플러스는 협력사와 함께 홀로 지내는 어르신을 위해 식료품 등으로 이뤄진 '사랑의 꾸러미'를 만들어 전달했다.
LG의 '나눔 경영'은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부터 재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의 표본’으로 알려진 선대 회장은 생전 입이 마르고 닳도록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사회 구현 사업과 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중요하게 여겨왔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달라는 취지인 셈이다. 특히 선대회장은 남 몰래 공익재단에 50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그의 타계 후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줬다.
LG 나눔 경영의 상징은 ‘선순환’이다. 기업 차원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한 직접 지원도 있었으나 선대 회장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상금을 수여하는 ‘LG 의인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역대 의인상 수상자 가운데 일부는 상금을 다시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평소 ‘고객경험’, ‘차별적 고객가치’ 등 사업 경영철학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지만 구광모 LG 회장 역시 선대회장 못지않은 ‘나눔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선대 회장이 운영해 온 LG 의인상 수상 범위를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될 수 있는 선행과 봉사를 한 일반 시민'들로 늘리고 의인상 항목에 장기선행을 추가하는 등 의인상이 지니는 가치를 더욱 키웠다.
“진심이 담긴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더 다가가자”고 밝힌 구 회장은 2020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돕기 위해 국제백신연구소(IVI·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에 남몰래 개인적으로 기부를 실천하기도 했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불황으로 힘든 경영 환경에서도 기업들이 올해도 연말을 맞아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금을 쾌척한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돼 기업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더 큰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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