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2024년 한·중 관계 회고와 2025년 전망
대화 합의했으나 진전 없이 무역적자 지속…내년은 미국과 신뢰 바탕으로 관계 증진 필요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2024년 한·중 관계는 ‘대화를 하자’라는 합의는 있었지만, 진전은 없었다. 2025년 한국 국내정치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의미 있는 관계 발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는 중국이 무역수지와 첨단기술에서 한국을 앞서가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2025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올해 초반부터 강압적 자세 완화하며 한국과 대화 분위기 조성
중국은 올해 초반부터 우리에 대한 강압적 자세를 완화하면서, ‘대화하자’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한국은)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간섭을 받지 말아야 한다”라는 발언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고, 사드 포대 철수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는데 지난 11월 1일 우리나라를 비자면제국으로 발표했다. 중국의 이러한 우호적 조치는 대화하자는 신호이다.
중국의 신호에 호응해 지난 5월 26일 개최된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 리창(李强) 총리의 회담은 안보 분야에서 ① 외교 국방 2+2 안보 대화를 개최하고, ② 민·관 1.5 트랙 대화와 외교 차관 전략대화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①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고, ②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수출 통제 대화체를 출범시키며, ③ 투자협력위원회를 13년 만에 재개하는 한편, ④ 한·중 경제협력 교류회 2차 회의를 올해 하반기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간 합의로 지난 6월 18일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열렸다. 그리고 11월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환영한다”라고 언급하면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을 조속히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올해 두드러진 성과는 없었다.
■ 한·중 무역에서 적자 폭 확대되는 추세이며 광물자원의 중국 의존도 높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3월 ‘2023년 중국 대외무역의 특징과 한중 무역에 대한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의 대중국 수출 경쟁력이 점차 약화해 무역수지가 매년 지속 하락함으로써 2023년에 18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2021년부터 대중국 무역에서 적자를 나타냈다고 한다.
주요 원인은 중국이 우리로부터 수입하던 중간재를 국산화해 자체 조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컴퓨터, 통신설비, 화학 원료 및 제품, 전기기계 등이며, 이제 오히려 우리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가전제품이 글로벌 시장뿐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우리를 앞서기 시작했다. 또한, 우리는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광물자원인 텅스텐, 바나듐, 마그네슘, 안티모니, 비스무스 등에서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월 29일 개최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을 발표했는데 이 자료에 의하면 우리가 미래 산업인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양자, 우주항공 및 해양 분야에서 중국에 현격히 뒤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근소한 우위를 점하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수소, 디스플레이 등도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 한국은 중국의 핵심이익 인정하고 중국은 한국의 주권과 정체성 존중해야
2024년에 한·중 대화와 교류에 진척이 없었던 이유는 양국이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는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해서 신중해야 한다. 내년에 한미동맹 또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대만과 남중국해로 작전 범위를 넓힌다면 중국은 이를 핵심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여기고 반발할 것이므로 중국과 대화를 이어가려면 이 문제를 가급적 자제하거나 회피해야 한다.
중국도 우리에 대해 다음 세 가지를 존중해야 한다. 첫째, 우리를 과거 중화질서의 종주국-번속국 관계로 바라보아선 안 된다. 이 문제는 우리 주권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둘째, 한미동맹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 진영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 하며, 북한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안보정책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문제이다. 한국인들이 친구라고 여겼던 중국이 우리 편이 아니라고 충격받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북한이 2010년 자행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행위였다. 그리고 그 후에도 중국은 UN의 대북제재를 우회해 간접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탈북자를 그들의 의사에 반해 북송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전에는 이들이 한국으로 왔다.
이런 문제에 대해 중국은 한국의 입장과 한국인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2025년에 우리는 중국의 핵심이익을 인정하고 중국은 우리의 주권과 정체성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안보 특수성인 한미동맹을 수용하는 중간지점 어디에선가 한·중 전략적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내년도 한·중 관계 불확실성 크지만, 미국과 신뢰 바탕으로 관계 증진해야
한국의 국내정치는 2025년의 한·중 관계 전망을 어렵게 하는 변수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그동안 역점을 두었던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당이 현 정부의 한미동맹 편향 및 일본과 협력을 비판하면서 중국 및 러시아, 북한과 관계개선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한국정부는 중국으로부터 ‘대화와 교류를 하자’라는 제안에 답을 주어야 한다. 중국은 트럼프 2기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를 포함해 우호국을 확대하는 중이다. 중국과 대화 및 교류 확대는 우리에게 바람직하지만, 미국과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도 2025년에는 우리에게 시련을 줄 것이 예상된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우리를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지칭하며 방위비 분담금 10배 증액을 호언하고 있고,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도 협상 카드로 사용할 태세이다.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 대한 혜택도 폐기하겠다는 분위기이며 고율 관세 부과 문제도 잠복해 있다.
한미동맹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중국과 대화와 협력을 증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호적인 한·중 관계를 형성하려면 공고한 한미 관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는 미국 트럼프 2기와 협의·소통을 통해 신뢰 관계를 형성한 다음 중국과 관계를 증진해야 한다. 내년은 한·중 관계에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가장 어렵고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한국과 중국, 대등하다’의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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