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SK·현대차·LG그룹, '복합 리스크'에 내년 경영전략 화두는 '미국·AI·반도체 경쟁력'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12.18 05:10 ㅣ 수정 : 2024.12.18 16:08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탄핵 정국 등 경영 불확실성 커져
삼성전자, 메모리·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방안 모색
SK, 리밸런싱 통한 재무 안정성과 AI 경쟁력 극대화 추진
현대차, 전기차 캐즘과 트럼프 2기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해법 시급
LG, 트럼프 2기 '관세 폭탄' 등 위기 관리와 미래 먹거리 마련 나서
미국과 교역비중 늘리고 법인세 인하로 한국 기업 유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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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 당선인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윤석열 유튜브 영상 캡처]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재계가 최근 몰아닥친 '복합 리스크'에 내년도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대응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태풍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과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계는 최근 잇따른 악재를 극복하고 내년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묘수 찾기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은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최근 잇따른 변수로 올해보다 더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재계의 내년 경영 전략은 올해보다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달 17일부터∼19일까지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이는 해마다 상·하반기 두 차례 개최하는 행사로 국내외 임원급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 형식으로 사업 부문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에 따라 가전과 모바일 관할 사업부문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17∼18일, 반도체 사업 담당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19일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년과 같이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사업별 전략을 보고받고 이후 중장기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전략회의 최대 화두는 고(高)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경쟁력 회복 전략일 것으로 점쳐진다.

 

AI(인공지능)가 올해 급성장하면서 HBM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 '글로벌 메모리 강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는 실적과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파운드리 사업도 글로벌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올해에도 적자가 예상된다.

 

반도체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삼성전자는 2025년 정기 인사에서 DS 부분 인력을 대거 교체했다.  조직 재정비를 마친 삼성전자가 내년 HBM과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쇄신 전략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SK그룹은 해마다 △6월 경영전략회의 △9월 이천포럼 △10월 CEO(최고경영자) 세미나 등을 통해 이듬해 사업계획을 점검한다. 

 

올해 SK그룹의 각 행사별 핵심 안건은 △6월 '리밸런싱(구조재조정)·운영개선 통한 재무 안정성 제고 및 미래 성장분야 투자 재원 확보 △9월과 10월은 'AI 생태계 확장 전략 모색 및 리밸런싱 성과 점검'이다. 

 

이처럼 연초부터 리밸런싱을 통한 대대적인 그룹 재정비를 추진해온 SK그룹은 내년에도 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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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2025년 전략 방향 전망 [그래프 = 뉴스투데이]

 

현대자동차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주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열린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통해 올해 사업성과와 내년도 계획을 살폈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까지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2.3% 줄었지만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6% 늘어나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현대차는 3분기 매출이  전년비 4.7% 증가해 분기 최대치를 갈아치웠지만 영업이익은 6.5% 감소했다. 

 

기아차도 호실적이 이어졌다. 기아차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0.6%, 영업이익은 19.2% 증가했다. 2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과 7.1% 늘었으며 3분기에는  3.8%, 0.6% 증가하는 등 올들어 3개 분기 내내 선방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와 트럼프 2기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가능성 등 변수에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 안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중점을 뒀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그룹은 지난 12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사장단 협의회를 열어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경영 과제를 논의했다. 

 

특히 LG그룹은 이번 회의에서 내년초 트럼프 2기 행정부 본격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 해소와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방향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특히 그룹 맏형 격인 LG전자는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 트럼프 2기가 예고한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적 관세'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LG 경영진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 이를 집중력 있게 실행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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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사진 = 연합뉴스]

 

불안정한 대내외 경영환경이 올해에도 이어졌지만 대다수 주요 기업들은 미래를 대비한 공격적인 투자나 혁신이 이어져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올해보다 더 커진 대내외 불확실성에 맞서 대다수 기업이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정책 기조로 삼은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승리해 향후 글로벌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 

 

특히 수출 등 무역 의존도가 큰 국내 산업계는 트럼프의 재등장에 따른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고 주가도 요동쳐 향후 탄핵 정국이 경영계에 미칠 후폭풍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트럼프 2기는 아직 공식 출범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계엄령 사태가 불러온 환율 급등은 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환율이 내년에 더 오르지 않을 까 걱정"이라며 "이에 따라 유통과 관광업종이 고(高)환율에 시름을 앓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탄핵 정국이 한국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한국 교역은 중국 비중을 낮추고 미국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대종 교수는 "트럼프 정부 핵심정책이 미국 우선주의라는 점을 감안해 한국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중국산 부품을 줄여야 한다"며 "트럼프는 미국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낮출 예정이어서 한국도 세계 평균 이하로 법인세를 인하하지 않으면 한국 기업의 '한국 엑소더스(한국 탈출)은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미국 수준으로 4차 산업혁명 규제를 완화하고 한미 양국간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 공화당 정부와 교류해 한국이 진정한 미국 우방국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탄핵정국에 대해 "갑작스러운 비상계엄과 해제로 시장 전체가 혼란을 겪고 있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도 불투명한 상태"라며 "한국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국회 등 정치권이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이와 관련된 정책을 계속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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