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은 전략, 하나·우리는 영업...차기 은행장 전문성 주목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4대 시중은행 중 3곳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면서 은행권 ‘쇄신’ 바람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들 은행은 조직 내 전략·재무·영업 등의 분야 전문가를 전진 배치하고 내년 경영 전략 수립에 나섰다.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내부통제 강화, 인공지능(AI)·비금융 신사업 추진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은 각 은행 자회사의 차기 CEO 후보 추천을 완료했다. 현 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31일 만료되는 데 따른 것으로, 신한은행(정상혁 행장)을 제외한 KB국민·하나·우리은행장에 새 인물이 발탁됐다. 이들 후보자는 내년 1월 취임할 예정이다.
먼저 차기 국민·하나은행장에는 그룹 내 현직 비은행 자회사 CEO가 발탁됐다. 이환주 현 KB라이프 대표이사는 국민은행장으로, 이호성 현 하나카드 대표이사는 하나은행장으로 각각 이동한다. 차기 우리은행장에는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내정됐다.
당초 은행권에선 올해 시장금리 상승과 대출자산 증대에 따른 실적 성장으로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연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돼 왔는데, 결과적으로 사실상 물갈이 수준의 인사가 단행됐다. 현재의 경영 상황과 내년 시장 전망 등을 고려했을 때 강력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차기 CEO들의 면면을 보면 내년 각 은행의 경영 전략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환주 국민은행장 후보의 경우 국민은행 입행 후 영업기획부장·경영기획그룹 부행장, 그룹 재무총괄(CFO)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조직 내 대표적인 전략·재무통으로 꼽힌다. 또 KB손해보험 대표로 재직하면서 이룬 성과로 비은행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도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연임) 역시 전략·재무 전문가다. 지점에서 가계·기업 영업 경험을 쌓은 뒤 경영기획그룹 상무, 부행장을 거쳐 지난해 2월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신한금융은 정 행장이 임기 내 우수한 경영 성과를 시현했으며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혁신을 주도해 조직을 쇄신했다고 호평했다.
하나·우리·농협은행은 영업에 방점을 찍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는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영업그룹 총괄 등 하나은행의 굵직한 영업 조직을 이끌었다. 특히 풍부한 영업 경험과 방대한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하나은행에 영업통 행장이 오른 건 기업금융 강화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 역시 영업에 강점을 두고 있다. 옛 한일은행 중소기업 고객부장, 본점 영업부 본부장,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거쳐 은행장까지 오르는 케이스다. 우리은행 역시 기업금융 명가(名家) 재건을 앞세운 상황이다. 정진완 후보자는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지명된 뒤 “영업만 30년을 했기 때문에 중소기업 영업은 제가 ‘톱클래스’”라고 말한 바 있다.
진용을 갖춘 5대 시중은행이 당면한 과제는 산적해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한 데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대출 자산 확대에도 제동이 걸려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올 3분기 순이자마진(NIM) 평균은 1.57%로 전년동기(1.68%) 대비 0.11%포인트(p) 하락했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과 경기 둔화로 인한 자산 건전성 악화도 당장 대응해야 하는 분야로 지목된다. 이와 함께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 생성형 AI 및 비금융 신사업 추진에 대해서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NH농협은행도 이석용 현 행장의 임기가 이달 말 만료됨에 따라 차기 행장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농협은행의 올해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 여파로 이 행장의 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역시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그룹 회장과 은행장의 동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