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세계 점유율 하락 맞서 '기술·인재' 두토끼 잡는다
전기차 캐즘에 中기업 중저가 제품 공세 더해져 경쟁 치열
'빅3' 배터리업체 1~10월 점유율 20.2%...전년대비 3.5%P 하락
국내 배터리 제품 폼팩터와 가격 경쟁력에서 中에 밀리는 양상
'빅3', 각형· LFP 등 화재 위험 없고 내구성 좋은 제품 개발 본격화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중국 기업의 중저가 제품 공세까지 더해져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업체들은 기술 개발과 인재 발탁에서 해법을 찾는 모습이다.
1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이 20.2%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CATL과 비야디(BYD) 등 주요 배터리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51.9%에서 53.6%로 1.7%포인트 늘어나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 중국 기업은 자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중국 내수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판매 영토를 넓히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의 부진은 심각하다. 특히 최근 3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은 지난 2021년 31.7%였으나 3년 만에 11.5%포인트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중국 기업 합산 점유율은 국내 기업 점유율을 가져가며 39.7%에서 13.9%포인트 늘어난 모습이다.
■각형·LFP 등 배터리 다각화 시급…개발·양산 계획 본궤도
이처럼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이 하락한 데에는 폼팩터(제품 형태)와 비싼 가격을 꼽을 수 있다. 전기차 화재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중국 기업 주력 제품인 각형 배터리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배터리 폼팩터는 일반적으로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에 셀을 넣어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고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해 70.9%에서 올해 10월 78.3%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도 각형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각형 배터리는 삼성SDI만 주로 생산하고 공급해왔지만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 배터리 개발을 공식 선언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각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향후 GM 차세대 전기차에도 이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에 질세라 SK온은 각형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여러 완성차업체들과 각형 배터리 양산 시기 등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도 추진 중이다. LFP 배터리는 국내 기업이 주력해 온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약 30% 저렴하다. 특히 캐즘 장기화로 보급형 전기차 시장이 떠오르면서 LFP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일찌감치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요구에 부응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국내 업체는 후발 주자이지만 각 사별로 계획을 세워 LFP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리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프랑스 르노 전기차 부문 암페어에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5년간 약 39GWh 규모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삼성SDI와 SK온은 2026년쯤 LFP 배터리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를 각각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최근 어려워지면서 가격 경쟁력에 밀려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이 다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각 기업별로 수주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기술력 강화 등 미래 준비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하락했지만 사용량은 증가해 눈길을 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76.3GWh에서 81.2GWh로 6.4% 늘어나 세계 3위에 올랐다.
SK온은 31.1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4GWh보다 9.5% 증가했으며 삼성SDI 역시 25.6GWh에서 26.2GWh로 2.3% 늘었다.
■ 연말 임원 인사에서 '기술통' 전진 배치…인재 발탁으로 경쟁력 강화
이와 함께 이들 배터리 3사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발탁하는 등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들 배터리 3사는 올해 연말 인사에서 임원 승진폭을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줄였다. 캐즘 장기화 등에 따른 여파로 총 임원 승진자는 28명으로 지난해(48명) 보다 20명이 줄었다. 숫자는 줄었지만 '기술통(通)'을 전진 배치해 눈길을 끈다.
삼성SDI는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새 사령탑이 된 최주선 삼성SDI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DS부문 미주총괄 등을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대표를 역임했다.
최주선 사장은 우수한 기술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와 디스플레이 사업의 견고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삼성SDI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또한 박규성 상무는 차세대 배터리로 알려진 '전고체 배터리' 양산화를 추진해 기술 우위를 이끌고 남주영 상무는 전자재료 개발과 사업 경쟁력 향상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SK온은 반도체업체 SK하이닉스 출신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총괄로 선임했다. 피승호 총괄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연구개발(R&D) 실장 등을 맡아 그동안 해외에 의존해온 기능성 웨이퍼의 자체 개발을 주도하고 소재부품 국산화를 이끈 인물이다.
또한 SK온은 임원 인사에서 단 2명만 승진시켰는데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김동명 사장이 유임됐다. 지난해 11월 선임된 김 사장은 1998년 LG화학 배터리 연구센터로 입사해 R&D,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꼽힌다.
그는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 △소형전지사업부장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 LG에너지솔루션 핵심 사업부문 성장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대표이사 취임 후 연이은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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