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업체,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 스카우트 파문...4조원대 기술 유출에도 솜방망이 처벌 불가피?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중국 반도체 업체 '청두가오전'(CHJS)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삼성의 독자적인 20나노(㎚·10억분의 1m) D램 기술을 빼돌린 브로커가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3일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A씨(64)를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청두가오전 설립 단계에 고문으로 참여하며 국내에 헤드헌팅 업체를 차렸다. 이후 삼성전자 인력들에 기존 연봉의 2∼3배를 약속하며 중국으로 유인했다.
청두가오전은 삼성 출신 반도체 분야 핵심 인력들을 활용해 중국 현지 D램 공장 준공 1년 3개월 만인 2022년 4월 웨이퍼(wafer) 생산에 성공했다. 웨퍼퍼는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을 말하며 생산에는 4∼5년이 걸린다.
경찰은 이들이 빼낸 기술의 경제적인 가치를 4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반도체 양산 후 수익 등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씨와 같은 방식으로 청두가오전에 국내 인력을 빼돌린 헤드헌팅업체 대표 B‧C씨와 헤드헌팅법인 1곳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 업체가 청두가오전에 유출한 인력은 30명이 넘는다. 하지만 인력 스카우트를 통해핵심 기술을 빼돌릴 경우 관련 법규 적용에 제한이 있어 솜방망이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 중요 기술을 유출한 범죄에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이번 사례를 통해 산업 스파이에 대한 산업기술 유출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경찰은 인력 유출을 통한 기술 유출에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헤드헌터를 처벌하는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에 대해 3년 이상 유기징역과 함께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산업기술 유출의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뿐만 아니라 기술 유출을 예비·음모하는 행위까지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며 회사도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직업안정법을 적용할 경우 무등록 영업을 한 헤드헌터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어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가볍다.
경찰은 "규제 회피가 용이한 인력 유출 방식으로 기술이 나가는 현실에서 더 엄정한 법 개정을 통해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A씨를 포함해 21명을 검찰에 넘기며 청두가오전 기술 유출 수사를 종료했다. 청두가오전 대표인 삼성전자 상무 출신 D씨 등은 지난 9월 구속 송치됐다. B씨에게는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등이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