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기습 비상계엄에 비트코인 국내 거래소서 순식간에 30% 급락후 회복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직격탄을 맞았다. 계엄선포 직후 비트코인은 30% 이상 하락하며 순식간에 1억3000만원에서 9000만원대로 수직 하락하는 등 대부분의 가상화폐들이 30~40% 이상 폭락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낙폭은 줄어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갖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25분께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야당의 감사원장 탄핵과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거론하며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 운명에 처해있다”며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발표한 직후 국방부는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 및 대비태세 강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근거는 헌법 77조1항에 의한 것이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전의 마지막 비상계엄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촉발한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중이던 가상화폐들은 그야말로 폭탄이 떨어진 듯 했다. 비트코인은 계엄 선포 직전만 해도 1억3000만원대에서 거래가 됐으나, 계엄 선포 직후 9000만원 초반까지 밀렸다.
비트코인외에 대부분의 다른 가상화폐들은 계엄 선포 직후 순식간에 30~40%씩 폭락했다. 일부 가상화폐들은 30분도 안돼 반토막 이상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거래소와 달리, 전세계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전세계 가상화폐 시황을 중계하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한국에서 비상계엄이 발표된 직후 9만5000달러에서 9만300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한국처럼 30%씩 빠지는 가상화폐는 없었다.
가상화폐뿐 아니라 원화가치도 급락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11시3분 기준 전날보다 18.7원 급등한 1420.0원을 기록 중이다.
이날 주간거래 종가는 1402.9원을 기록했으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후 10시30분부터 급상승해 오후 10시53분에는 전날보다 28.7원 뛴 143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뛴 것은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2022년 10월26일(장중 고가 1432.4원) 이후 약 2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4일 국내 증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가뜩이나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계엄이란 초대형 악재를 만나 주가급락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는 3일 밤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회의)를 소집했다. 비상계엄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대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 상황 점검을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