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저축은행 '긴장'…예보료율‧건전성 '이중고'
보호한도 '5000만→1억' 상향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전망
'머니무브' 전망에도 연체율 악화에 여‧수신 모두 확대 한계
금융권 중 예보료율 가장 높아…올해 '할증등급' 늘며 부담 증가
"시중은행과 금리차 적어 머니무브 가능성 낮아…영업전략 고심"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예금자보호한도가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저축은행업계가 긴장하는 모양새다. 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예금자 편의가 향상되고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제고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예금자보험료율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예금자보호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는 이달 13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등의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25일 법안소위를 열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행 시점은 공포 후 1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부터로 결정됐다.
예금자보호제도는 정부나 위탁기관이 금융기관을 대신해 지급을 보증하는 제도다. 예금자보호한도는 2001년 기존 각 금융기관당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지금까지 조정된 적이 없었다. 이에 반해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1억35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1억원), 캐나다는 10만캐나다달러(약 1억원) 수준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호한도가 낮은데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승 등 경제 상황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23년째 같은 한도가 유지되면서 보호한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주장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한도 확대가 결정된 것이다.
예금자보호한도가 확대되면서 저축은행업권은 부담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은 통상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신금리를 제공해 사업자금을 확보한다. 일각에서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2022년 국회에 제출한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전 업종에서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인상하는 경우 저축은행 예금은 최대 40%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정작 저축은행업계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간 예금 금리차가 크지 않아 수신규모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중앙회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48%다. 시중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상품 35종의 평균금리(우대금리 적용 시)는 3.41%로 0.07%포인트(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차주의 상환여력 저하에 따른 연체율 상승도 저축은행이 여‧수신을 확대하기 어려운 요소다. 올해 3분기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 중반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6.5%를 기록한 저축은행 연체율은 올해 6월말 8.36%까지 악화됐다.
이에 더해 보호한도 확대로 예보료율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저축은행업계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업권별 예보료율을 보면 △은행 0.08% △보험‧증권 0.15% △상호금융 0.2% △저축은행 0.4%로 저축은행이 가장 높은 수준을 부담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이 높은 이유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영향이다. 당시 부실 저축은행이 대거 퇴출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지급한 예보료는 총 555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7.4% 확대된 규모다.
예보는 올해 6월 예금 지급을 보장하는 은행‧보험사‧금융투자회사‧저축은행 등 268개 금융사에 2023 사업연도 차등평가등급과 예금보험료율을 통보했다. 예보는 2014년부터 차등보험료율제도를 도입해 매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평가 결과는 A+ 등급 32개, A등급 21개, B등급 126개, C+등급 36개, C등급 53개로 전년 대비 할증등급(C+‧C)이 23개사 늘었다. 저축은행업권은 할증등급 비중이 타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C+등급은 예보료율이 7% 할증 적용된다. C등급은 10% 할증된다. C+ 등급 저축은행은 저축은행업권의 표준 보험료율 0.4%에 107%를 곱한 0.428%의 예보료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C등급의 경우 0.44%의 예보료율이 적용된다. 저축은행업권이 올해 6월까지 부담한 예보료는 2690억원이다. 상향된 예보료율을 감안하면 연간 6000억원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보료가 상향되면 저축은행의 업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저축은행업권의 할증등급 비중이 큰 것도 지난해 부동산 PF 부실로 9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저축은행의 수신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시중은행과의 금리차가 크지 않아 실제 머니무브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도 높은 예보료율 부담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영업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대손부담이 확대돼 여‧수신 모두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손실흡수능력 강화와 유동성 확보 등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면서 보호한도 확대 이후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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